[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맞춰 생산능력 확충에 나선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장비·부품 공급망 관리도 장기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향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한 대규모 증설이 본격화하면 장비 발주가 한꺼번에 몰리며 핵심 부품 수급이 생산능력 확대의 병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장비 공급망관리(SCM)를 강화하고 있다. 향후 투자에 필요한 장비와 핵심 부품을 협력사들이 미리 확보할 수 있도록 기존보다 이른 시점에 중장기 수요 전망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장비업체에 통상 6개월, 길게는 1년 수준의 투자 계획을 공유했다. 앞으로는 내년뿐 아니라 내후년 수요까지 앞당겨 제시해 협력사들이 생산능력과 부품 조달 계획을 미리 세울 수 있도록 한다는 방안이다.
한 장비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최근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사전에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들었다"며 "예전처럼 6개월 전에 납품을 요청하면 나중에 원하는 생산량을 맞추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 장비는 제작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제때 확보하는 것이 납기를 좌우한다. 장비업체가 수요를 확인한 뒤 생산에 들어가더라도 부품업체가 필요한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완제품 장비의 납기 역시 함께 밀릴 수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과 내후년부터 장비·부품 수급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신규 생산라인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장비업체들도 여러 고객사의 증설 수요에 동시에 대응해야 해서다.
이 관계자는 "장비가 필요하다고 바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부품업체가 필요한 물량을 제때 공급해야 한다"며 "외산 장비는 전 세계 고객사에 공급하는 만큼 이미 공급망 문제가 나타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장비 수급 부담이 커진 배경에는 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업체들의 증설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잇따라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6세대 HBM(HBM4) 양산이 본격화하면서 관련 공정 장비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적층하는 제품 특성상 기존 메모리보다 후공정과 검사 등에 필요한 장비 투자가 많다. 여기에 신규 팹 투자까지 동시에 진행되면서 전공정과 후공정을 가리지 않고 장비업체들이 소화해야 할 물량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도 장비 수요 확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AI용 반도체 수요가 전공정뿐 아니라 테스트와 첨단 패키징 등 후공정 장비 투자까지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SEMI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제조장비 매출이 1659억달러(약 222조원)로 전년 대비 23.2% 증가하고, 2028년에는 2295억달러(약 308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AI 수요가 장비 공급 속도를 능가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대응하다가 나중에 반도체 공급망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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