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막을 내린 '2026 자율주행모빌리티산업전(AME)' 현장은 꽤 인상적이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A2Z), 라이드플럭스, 쏘카, SWM, 에스오에스랩 등 국내 주요 자율주행 업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운전석이 없는 자율주행 셔틀부터 자체 개발 라이다 등 다양한 제품 및 기술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전시장만 보면 한국 자율주행의 미래는 꽤 가까워 보였다. 조만간 우리나라 도로에서 자율주행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일상이 되겠다는 기대감도 생겼다.
그러나 전시장을 한 바퀴 돌며 업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자 이런 기대감은 금세 옅어졌다. 이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기술력에 대한 기대가 아닌 '규제'였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 도로에서 충분히 시험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환경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국내 자율주행 실증은 시범운행지구와 허가받은 조건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국 시범운행지구는 55곳이며, 지난해 말 실제 도로를 달린 자율주행 차량은 약 130대 수준이다. 상당수 실증은 안전요원이 탑승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반면 해외 업체들은 이미 수천 대 규모의 자율주행 차량을 운용하고 있다. 중국 바이두는 1000대 이상, 미국 웨이모는 약 4000대에 달한다.
차량 운행 대수는 주행 데이터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누적 실증거리는 약 1306만㎞인 반면 웨이모는 1억6000만㎞, 바이두는 2억㎞를 넘어섰다. 실제 도로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운행 경험이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의 핵심 자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격차는 가볍게 보기 어렵다.
실증을 넘어 사업화 단계로 가면 또 다른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택시 면허를 확보하지 못하면 민간 기업이 자율주행 택시로 유상 운송 영업을 하기 어렵다. 반면 미국과 중국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별도 허가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업체로서는 충분한 실증 기회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상용화 과정에서도 제도적 문턱을 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AME 행사가 마무리된 다음 날인 28일 들려온 소식은 더 묘하게 다가왔다. 중국 자율주행 기업 포니.ai가 국내 기업 퓨처링크와 손잡고 2028년까지 서울에 무인 로보택시 200대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우선 10대를 들여와 정부 인증을 받은 뒤 190대를 추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외국 업체의 국내 진출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오히려 경쟁 확대가 시장 상용화를 앞당길 수도 있다. 다만 국내 업체에도 그 경쟁에 나설 만큼 충분한 실증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실험실이나 전시장 안에서만 완성되지 않는다. 실제 도로에서 달리고, 실패하고, 다시 개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2028년 중국 무인 로보택시가 서울 도로를 누빌 때 국내 업체들이 "기술은 있었지만 달릴 기회가 없었다"고 말하는 상황만큼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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