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민 기자] 민항기 생산 회복과 군용 항공 수요가 늘면서 우리나라 항공·방산 업체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민항과 군용 항공 양쪽에 공급망을 확보한 국내 업체들은 두 시장의 생산 확대가 동시에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10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해 1~8월 항공기 제작 전문 업체인 에어버스(Airbus)와 보잉(Boeing)의 순주문은 각각 1091대와 453대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후 여객 수요가 회복으로 항공사들이 노후 기종 교체에 나서면서 민항기 신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불안과 각국의 국방비 확대가 군용 항공기 수요까지 끌어올리면서 항공우주 공급망 전반의 생산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는 방산 수출과 항공우주 사업을 함께 확대하면서 수주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아스트와 하이즈항공 등 민항기 부품업체도 보잉·에어버스의 생산 회복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
◆보잉·에어버스 증산…부품사 몸값 오른다
코로나 이후 여객 수요가 회복되면서 항공사들이 노선 확대에 나섰다. 최근에는 고유가 상황까지 겹치면서 항공사들은 연비 효율이 높은 신형 항공기로 교체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실제로 최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보잉은 지난해 항공기 600대를 인도했고 올해 1~8월에는 418대를 인도했다. 에어버스는 같은 기간 475대를 인도해 전년 동기보다 9% 늘었다. 국내 업체가 다수 참여하는 A320 계열의 인도량도 올해 들어 11% 증가했다.
문제는 코로나 기간에 축소된 생산설비와 인력이 완성기 생산 회복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업계가 항공기와 엔진 공급 차질로 최소 110억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추산했다.
완성기·엔진 업체를 비롯한 항공우주 기업들은 공급 안정성을 위해서 생산능력을 직접 확보하기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해 1~8월 상업용 항공우주 분야 인수합병(M&A)은 154건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연간 최고치 159건에 근접했다. 거래 규모는 약 140억달러(18조9000억원)이다.
국내 민항기 부품업체에도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아스트가 생산하는 보잉 B737 MAX 후방동체 섹션48(Section 48)의 매출은 2024년 457억원에서 지난해 849억원으로 늘었다. 하이즈항공도 B737과 B787 등 보잉 기종의 날개와 동체 구조물을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 말 수주 잔고는 1조1580억원이다.
◆방산까지 호황…한화에어로스페이스·KAI 수요 겹쳐
민항기 시장뿐 아니라 군용 항공기 생산 확대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전쟁 장기화와 유럽 안보 불안으로 각국이 항공 전력 확충에 나선 영향이다.
민항기와 군용 항공은 엔진, 기체 구조물 등에 사용하는 공급망이 상당 부분 겹친다. 민항과 군용 수요가 동시에 늘 경우 한정된 생산능력을 놓고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등 지상방산 사업과 함께 항공엔진 부품까지 생산하고 있다. 올해 2분기 항공우주 부문 매출은 76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70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군수 물량 증가가 항공우주 부문 실적 개선을 이끈 덕이다.
KAI도 FA-50과 KF-21 등 군용기를 생산하는 동시에 에어버스 A350의 윙리브(Wing Rib)와 A320 계열 날개 구조물 등 민항기 부품을 공급한다. 올해 2분기 기체구조물 매출은 284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5% 증가했다. 에어버스와 보잉에 납품이 늘어나면서 실적에 반영됐다.
다만 생산 확대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KAI의 2분기 전체 매출은 4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84억원으로 43.1% 감소했다. 회전익(헬리콥터) 계열 납품 일정 조정과 원가 부담 등이 영향을 미쳤다.
항공우주업계에서 민항기 증산과 군용 항공 수요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보잉과 에어버스에는 대규모 수주잔고가 쌓여 있는 데다 군용 항공 수요까지 늘면서 엔진과 구조물 등 핵심 공급망의 생산능력 확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향후 국내 업체들이 늘어나는 물량을 실제 수주와 실적으로 얼마나 연결할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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