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대한항공의 방산 진출 경로는 세계 주요 항공방산 기업과 견줘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 여객기를 운항하고 정비하던 항공사가 정비(MRO)를 거쳐 무인기를 만드는 방산기업으로 올라왔다. 이 독자적인 경로가 대한항공만의 강점이 될지, 한계로 남을지를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해외 사례와 견주면 대한항공의 위치가 뚜렷해진다. 브라질 엠브라에르는 여객기를 만들던 항공기 제조사가 KC-390 수송기와 A-29 경공격기 같은 군용 완제기로 사업을 넓힌 '제조사형'이다. 싱가포르 ST엔지니어링은 1967년 탄약 제조사(차타드 인더스트리)로 출발해 민간 정비와 방산으로 확장한 '방산 원류형'이다.
반면 대한항공은 민간 여객·화물을 실어 나르던 운송사가 정비(MRO)를 거쳐 방산·무인기 제조로 올라온 '운송사형'이다. 완제기 설계에서 출발한 엠브라에르와도, 무기 제조에서 출발한 ST엔지니어링과도 다른 경로여서, 주요 항공방산 기업 중 같은 길을 밟은 곳을 찾기 어렵다.
이 독자 경로는 강점의 근거가 된다. 대한항공은 반세기 동안 항공기를 직접 운항하고 정비해 온 회사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반세기 동안 축적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비 노하우와 운항·관제 경험을 개발 과정에 접목해, 단순 기체 제조 업체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항공기를 운용하며 쌓은 기체 이해와 정비 데이터는, 무인기 자율 점검이나 MRO 같은 영역에서 완제기 제조사나 무기 제조사가 갖기 어려운 자산이다.
강점의 이면에는 한계도 있다. 대한항공은 완제기든 위성이든, 전체 체계를 처음부터 설계해 주도한 경험은 없다. 대한항공은 초음속 전투기 F-5 제공호를 면허생산하며 국내 전투기 생산의 첫발을 뗐지만, 이후 차세대 전투기 사업(KFP)의 F-16 생산은 삼성항공이 맡았다. 독자적인 전투기 개발로는 나아가지 못한 채 500MD·UH-60 등 헬기 면허생산에 주력했고, 국산 군용기 독자 개발의 계보는 삼성항공을 거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으로 넘어가 KT-1과 T-50, KF-21로 이어졌다.
위성에서도 1992년 무궁화위성 참여 이후 본체 구조체와 안테나·태양전지판을 설계·제작해 왔으나, 위성 체계 전체를 종합하는 것과는 구분된다. 발사체 분야의 나로호에서도 총조립을 맡았을 뿐 체계 설계를 주도하지는 않았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초창기 면허생산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작할 만큼 유리한 위치에 있었지만, 독자적으로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길로는 나아가지 않았다"며 "정비와 면허생산으로 쌓은 하드웨어 역량과, 무기를 처음부터 설계해 축적하는 역량은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무인기 사업에서 이런 과제가 집약되는 지점이 자율비행 소프트웨어다. 무인기의 '두뇌'에 해당하는 이 기술에서 대한항공은 자체 역량을 강조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행체의 자율적인 임무 수행을 위한 핵심 기술과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무인기에 적용하기 위한 체계 설계·통합 역량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미국 방산기업 안두릴과도 AI 기반 임무자율화 등 상호 보완적인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비행의 핵심을 자체 개발하면서도 일부는 외부와 협력하는 구조다.
결국 대한항공의 독자 경로는 강점과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운항·정비 경험과 소형부터 대형까지 아우르는 무인기 플랫폼 라인업은 다른 항공방산 기업이 갖지 못한 자산이지만, 완제기 독자 설계 경험의 부재와 자율비행 기술의 확보는 남은 숙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반세기 동안 축적한 정비 노하우와 운항 경험을 개발에 접목해, 단순 기체 제조사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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