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대한항공이 무인기를 미래 성장동력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정찰 무인기에서 쌓아 온 검증된 실적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 K-방산 무인항공기 수출'까지 목표로 내걸었다. 다만 정찰 계열에 집중된 실적이 수출 목표로 이어지려면 실전 타격 무인기에서도 성과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한항공이 공개하는 무인기 성과는 정찰 계열에 집중돼 있다. 반세기간 군용기 정비·개조와 부품 국산화로 쌓은 하드웨어 역량을 독자 무인기 플랫폼으로 전환한 결과다. 반면 무기로서 파괴력을 갖는 타격 계열은 아직 개발·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어, 정찰기만큼 검증된 성과로 내세우기엔 이르다.
대한항공의 무인기 이력은 방산업 진출과 맞물려 있다. 회사는 1975년 방산업체로 지정된 뒤 이듬해 500MD 헬기 생산에 착수했고, 1977년 항공우주사업본부를 세우며 방산 사업의 틀을 갖췄다. 무인기 사업에 처음 발을 들인 것도 1977년이다. 다만 초기에는 독자 기체 개발이 아니라 정부 주도 프로젝트의 부품 제작 업체로 참여했다. 사업 방향이 바뀐 것은 2004년으로, 회사는 이 무렵 무인기를 전략적 미래 사업으로 정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첫 성과물은 근접감시용 무인기 KUS-7이다. 대한항공은 2007년 KUS-7을 개발했고, 2009년 전술무인기 KUS-9을 내놨다. KUS-9은 탄소섬유 복합재를 적용해 기존 무인기 절반 수준으로 크기를 줄이고 비행 시간을 늘렸으며, 활주로 없이 산악 지형에서 이착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두 기종은 이후 사업의 기반이 됐다. KUS-7·9 개발로 축적한 기술은 민간·군수용 무인기 국산화의 토대이자, 현재 군이 운용하는 사단정찰용 무인기 개발의 출발점이 됐다.
사단정찰용 무인기 KUS-FT는 대한항공의 무인기 실적 가운데 가장 확실하게 검증된 성과로 꼽힌다. 4년여에 걸쳐 개발한 KUS-FT는 2016년 국내 최초로 무인기 감항인증을 받았고, 부품 국산화율은 95%에 달한다. 2020년 12월 양산을 완료해 육군 사단급 부대에 실전 배치됐으며, 후속 군수 지원도 대한항공이 맡고 있다.
정찰 무인기에서 쌓은 실적을 바탕으로 대한항공의 무인기 라인업도 넓어졌다. 회사는 중고도 무인기(KUS-FS)와 KUS-FT, 다목적 무인헬기(KUS-VH), 수직이착륙 무인기(KUS-VT) 등 군과 지방자치단체가 실제 운용하는 무인기를 개발했다. KUS-FT의 뒤를 이을 후속 기종으로는 수직이착륙(Lift & Cruise) 형상의 무인기를 준비 중이며, 2028~2032년 정부의 체계개발 사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무인기 시장에 진입한 경로는 유인기 업체와 다르다. FA-50·KF-21처럼 완제기를 처음부터 설계·개발하는 영역은 후발주자가 파고들기 어렵다. 대한항공은 대신 반세기간 쌓은 군용기 정비·개조 역량을 독자 무인기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정찰 무인기에서 감항인증과 95% 국산화를 달성한 것은 이 전략이 일정 부분 통했음을 보여준다.
관건은 타격 계열이다. 대한항공이 외부에 내세우는 실적은 정찰기에 쏠려 있고, 타격 무인기는 아직 개발·검증 단계에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중형 자폭 무인기의 기체 제작에 참여했는데, 지난달 25일 마라도함에서 진행된 이 무인기의 해상 운용검증 전투실험에서는 기체가 두 차례 발사 직후 바다에 추락해 핵심 검증 절차를 마치지 못했다. 방위사업청은 추가 해상 실험 없이 이 연구개발 사업을 종료하고, 후속 체계개발과 연계해 재검증하기로 했다. 검증된 실적은 여전히 정찰기에 쏠려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은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중고도무인기(MUAV)와 사단정찰용 무인기, 자폭무인기(Loitering Munition)를 대상으로 중동·아시아 지역 수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으며, 글로벌 무기체계 트렌드에 맞춰 가성비 중심의 파생모델 개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방산기업 안두릴과 손잡고 아시아태평양 수출 거점 마련에도 나섰다.
다만 정찰에서 쌓은 역량이 타격·수출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 정찰과 타격은 임무가 달라 요구되는 기술이 다르고, 수출 시장은 이미 주요국이 선점하고 있어 후발주자가 비집고 들어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정찰기에 카메라를 단다면 타격 무인기에는 무장까지 실어야 해 무게중심부터 모든 것이 달라진다"며 "수출 시장은 미국·튀르키예·중국·이스라엘이 꽉 잡고 있는 데다 결국 단가 싸움인데, 국내 소요를 전제로 개발된 무인기가 어떻게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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