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 격차가 1%포인트(p)아래로 좁혀지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2022년 호반이 한진칼 지분을 처음 취득할 당시 6%p대였던 양측 격차가 4년여 만에 크게 좁혀진 것이다. 호반 측이 약 30만주 가량을 추가로 확보하면 한진칼 최대주주는 호반으로 바뀐다.
다만 호반 측이 한진칼 지분 보유 목적을 여전히 '단순투자'로 유지하고 있고 조 회장 측 우호 지분도 두터워 당장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향후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을 처분하는 시점이 지분 경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호반호텔앤리조트와 호반산업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 확보하면서 호반그룹의 합산 지분율은 지난해 5월 18.46%에서 20.15%로 1.69%p 상승했다. 이에 따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 20.56%와의 격차는 같은 기간 2.10%p에서 0.4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2024년 말 약 2.23%p였던 양측 격차가 지속적으로 축소되면서 사실상 대등한 수준에 근접한 셈이다. 단순 계산으로 호반 측이 한진칼 주식 약 27만~28만주를 추가 확보하면 조 회장 측 특수관계인 지분을 넘어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다.
앞서 호반은 2022년 3월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사모펀드 운용사 KCGI로부터 한진칼 지분 13.97%(약 940만주)를 약 5640억원에 인수하며 주주로 등장했다. 이후 장내 매수와 콜옵션 행사 등을 통해 지분율을 17.43%까지 높였다. 같은 해 말 보유 지분 5.85%를 팬오션에 매각했지만, 2023년 호반호텔앤리조트를 통해 해당 지분을 다시 사들이며 보유율을 17%대로 회복했다. 이후에도 계열사를 통한 장내 매수를 이어가며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이에 따라 호반 측과 조 회장 측의 지분이 대등해 지면서 한진칼 경영권을 둘러싼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는 모습이다. 호반 측은 지난해 3월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9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늘리는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또 호반은 2015년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였던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를 감안하면 호반이 당장 경영권 도전에 나서지 않더라도 향후 한진칼에 대한 영향력을 더 확대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장도 지분 경쟁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공시 당일인 10일 한진칼 주가는 넥스트레이드(NXT) 종가 기준 15만800원으로 19.7% 급등했다. 이후 프리마켓에서도 장 초반 15만4700원까지 오르는 등 강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당장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호반이 한진칼 지분 보유 목적을 기존과 같은 단순투자로 유지하고 있고, 이사회 진입이나 주주제안 등 적극적인 경영 참여 의사도 공식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을 더하면 호반 측과 지분 차이가 상당하다는 점 역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실제 조 회장 측 지분에 델타항공(14.90%)과 산업은행(10.58%), 우호세력으로 거론되는 LX판토스(3.83%) 지분을 더하면 합산 지분율은 49.87%에 이른다. 호반 측과의 격차는 29.72%p로, 당장 표 대결에 나서기에는 쉽지 않은 구조다.
최민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호반과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만 놓고 보면 차이는 0.41%p까지 줄었다"면서도 "향후 구도는 우호 지분 규모와 의결권 결집 여부가 핵심 변수로, 즉각적인 경영권 변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경영권 경쟁의 분수령이 통합 대한항공 출범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호반이 추가 매수에 나설 경우 현재의 지분 구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호반이 산업은행 지분 전량을 확보한다고 가정하면 지분율은 30.73%로 높아져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을 크게 웃돌게 된다.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을 감안하면 곧바로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조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 부담은 커질 수 있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호반이 단순투자를 명시했지만 투자 규모와 최대주주와의 지분율 차이를 고려하면 경영권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며 “산업은행 지분을 호반 측이 확보할 경우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진칼 측은 "호반 측에서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매입한다는 사실은 이미 인지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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