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금호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라는 거센 난기류를 끝내 넘지 못한 아시아나항공이 38년간 이어온 독자 비행에 마침표를 찍는다. 1988년 대한민국 제2 민간항공사로 출범해 하늘을 비행하던 색동날개는 대한항공 품으로 완전히 편입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30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5일 대한항공이 자회사 아시아나에 대해 신청한 법인 합병 건에 대한 심사를 완료하고 합병을 조건부 인가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올해 12월17일 아시아나를 흡수하고 통합 대한항공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단순 합산으로 통합 대한항공은 여객기 211대, 화물기 23대 총 234대를 운용하게 된다.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까지 모두 포함한 한진그룹 항공 계열사 규모는 300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 대한항공 독점 체제 타파…금호그룹 성장 견인했지만 경영난
통합 대한항공 출범은 다른 의미로 아시아나의 퇴장을 의미한다. 아시아나는 항공자유화시대 원년으로 여겨지는 1988년 2월 한국 제2의 민간항공사로 설립됐다. 금호그룹은 당초 운수업(택시와 고속버스)에 국한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화물선 건조를 추진했다. 하지만 정부 인허가 문제로 해운업 대신 항공업으로 눈을 돌렸다.
이 시기 세계 항공시장이 복수민항에 따른 자유경쟁체제로 전환되던 데다, 한국이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던 만큼 금호그룹은 비교적 수월하게 제2민항 업체를 설립할 수 있었다. 특히 아시아나는 대한항공의 독점 체제를 깨고 국내 항공산업 경쟁을 촉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비스 품질 경쟁을 이끌었을 뿐 아니라 국제선 네트워크 확대, 항공서비스 고급화를 견인했다. 추후 저비용항공사(LCC) 성장의 토대가 됐다는 평가도 받는다.
아시아나는 대한항공의 ‘우리의 날개 대한항공’ 슬로건에 맞서기 위해 ‘우리의 색동날개, 세계의 색동날개’를 채택했다. 한국 관광산업 이바지는 물론, 한국 고유의 전통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데 일조했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국내 항공시장 후발주자인 아시아나의 고공 성장 배경에는 운도 따라줬다. 대한항공이 1997년 괌 추락사고와 1999년 런던 화물기 추락사고 등으로 2년 가까이 신규 노선 취항과 증편에 제한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나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이겨냈을 뿐 아니라 2003년 글로벌 1위 항공 동맹체인 ‘스타얼라이언스’에 당당히 가입했다. 아시아나가 금호그룹을 대표하는 핵심 계열사로 자리 잡자 2004년 그룹 명칭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5성 항공사로 인정받았으며, 2008년 코스닥 시장에서 유가증권(코스피)시장으로 이전 상장했다.
문제는 아시아나가 금호그룹의 유일한 캐시카우(현금창출원)였다는 점이다.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확장했는데, 아시아나가 사실상 ‘쩐주’ 역할을 도맡았다. 실제로 금호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 등을 인수하며 재계 순위 7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금호그룹은 2009년 대우건설에서 기인한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에 돌입하게 됐고, 핵심 계열사를 줄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 과도한 부채 탓 ‘존속성’ 의문…대한항공 인수 결단 6년 만에 통합 마침표
금호그룹의 핵심 축이던 아시아나가 매각대 위에 오르게 된 결정적 도화선은 2019년 3월 불거진 ‘감사의견 한정’ 사태였다. 곪아 터진 부채를 둘러싼 사측과 외부감사인 간의 균열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시장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아시아나의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지자 박 전 회장은 전격 사퇴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매서운 압박 속에 금호그룹은 결국 아시아나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아야 했다.
새 인수자로 나선 곳은 HDC현대산업개발이었다. 아시아나는 2019년 1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새 주인을 찾는 듯했으나, 이듬해 터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목을 잡았다. 금호그룹과 HDC현산은 항공시장 마비에 따른 재실사 등을 놓고 공방을 벌인 끝에 2020년 9월 매각 계약을 전면 백지화됐다.
이처럼 국적 항공사의 연쇄 도산 위기감이 고조되던 바로 시점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국내 항공산업의 생존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아시아나 인수 계획을 전격 발표한 것이다.
한진그룹의 아시아나 인수 과정 역시 녹록지 않았다. 팬데믹 장기화로 국내 공정거래위원회 뿐 아니라 해외 각 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인수를 공식화한지 4년여 만인 2024년 12월에서야 아시아나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었다. 아시아나는 해외 경쟁당국의 조건부 승인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지난해 8월 화물사업부 매각 절차도 완료했다.
아시아나는 오는 12월17일 대한항공으로 합병된 이후 소멸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아시아나의 매매거래는 12월14일부터 정지된다. 합병 비율에 따라 아시아나 보통주 1주당 대한항공 신주 0.2736주가 배정되며, 합병신주 배정 기준일은 12월15일이다. 통합 대한항공의 신주는 내년 1월4일 상장될 예정이다. 독자 브랜드로서의 아시아나는 막을 내리지만,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 시대를 연 상징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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