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연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최근 전장에서 드론의 위력이 확인되면서 이를 탐지하고 무력화하는 ‘대드론’ 체계의 수요가 늘고 있다. 정부는 내년 드론·대드론 역량 강화에 8061억원을 편성했다. 방어 방식도 전파방해 중심에서 레이저와 요격드론을 결합하는 형태로 다변화하면서 국내 방산업체의 사업 기회가 확대될 전망이다.
◆ 드론·대드론 예산 8061억…국방비보다 빠른 증가
지난 3일 국방부가 발표한 2027년 국방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방예산은 73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8.2% 증가했다. 이 가운데 방위력개선비는 22조7000억원으로 13.8% 늘었다.
특히 드론·대드론 역량 강화 예산은 8061억원으로 올해 6788억원보다 18.8% 증가했다. 전체 국방예산과 방위력개선비 증가율을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AI·유무인 복합체계 관련 예산도 7727억원으로 전년 대비 55.5% 확대됐다.
드론 전력 자체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중거리 자폭드론 투자를 늘리고 분대급 소형 대인 자폭드론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6월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 드론·대드론 발전 정책’에 따라 근거리 정찰드론과 소형 자폭드론 등 저가·소모성 드론을 2만대 이상 확보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전략적 타격과 적 방공망 무력화를 위한 한국형 장거리 자폭무인기 ‘K-루카스(K-LUCAS)’ 전력화도 추진된다.
드론이 정찰 수단을 넘어 공격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이를 막기 위한 방어체계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소형 드론은 크기가 작고 낮은 고도로 비행할 수 있어 탐지가 쉽지 않다. 또한 여러 대가 동시에 투입될 경우 기존 방공무기만으로 대응하기에도 부담이 크다. 단순히 미사일로 격추하는 방식뿐 아니라 탐지와 전파방해, 레이저, 요격드론 등을 조합한 별도의 대드론 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전방지역의 드론 위협에 대응하는 ‘접적지역 대드론 통합체계’ 확보와 레이저대공무기 블록-I(Block-I) 투자 확대를 반영했다. 이동형인 레이저대공무기 블록-II(Block-II) 연구개발에도 새로 착수하고 한국형 드론 인증제도인 ‘K-블루 UAS(K-Blue UAS)’ 신설도 추진할 계획이다.
◆재밍 넘어 레이저·요격드론으로…방산업계 새 먹거리
지난 8일 DS투자증권이 발간한 ‘드론, 너 내 동료가 돼라’ 보고서에 따르면 대드론 시장 확대는 국내 방산업체에도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전망이다.
대드론 체계는 탐지·식별·무력화 장비를 통합해 운용한다. 레이다와 전자광학 장비로 드론을 찾아낸 뒤 조종·위성항법 신호를 방해하는 ‘소프트킬’이나 레이저·요격드론으로 기체를 직접 파괴하는 ‘하드킬’ 방식으로 대응한다.
여러 방어수단을 연동해야 하는 만큼 개별 장비의 성능과 함께 전체 체계를 통합하는 역량도 중요하다. DS투자증권은 기존 방공·센서·체계통합 기술을 보유한 한화시스템과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를 관련 사업의 수혜 후보로 꼽았다.
한화시스템은 이미 주요 군사시설에 배치된 중요지역 대드론 통합체계에서 탐지레이다와 전자광학 장비, 통합통제, 재머를 묶는 체계종합을 맡았다. 레이저대공무기 블록-I(Block-I)과 재머·포획드론·레이저를 결합한 다계층 복합방호체계에도 참여하고 있어 대드론 전력이 단일 장비에서 복합체계로 확대될수록 사업 참여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소프트킬과 하드킬 양쪽에 사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회사는 국지방공레이다에서 받은 정보를 기반으로 원거리 무인기를 재밍하는 소형무인기 대응체계 블록-I(Block-I)을 개발해왔고, 최근에는 요격드론을 활용하는 대드론 하드킬 근접방호체계에서 체계 통합을 담당하고 있다. 대드론 시장의 대응 방식이 재밍에서 직접 요격까지 넓어질수록 기존 사업과의 연계 가능성도 커지는 셈이다.
올해 하반기 예정된 ‘접적지역 대드론 통합체계’ 사업도 관련 업체들의 향후 수주를 가늠할 변수다. DS투자증권은 해당 사업에서 한화시스템과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가 경쟁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 방산업체가 전체 방어체계를 통합한다면 요격 단계에서는 전문 드론업체의 역할도 커질 수 있다. 니어스랩은 비전 AI와 자율비행·정밀제어 기술을 결합해 적 드론에 직접 충돌하는 요격드론 ‘카이든’을 개발했다. 현재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가 통합을 맡은 대드론 하드킬 근접방호체계에 카이든이 적용되고 있으며, DS투자증권은 2028년까지 개발을 마친 뒤 2029년부터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니어스랩은 이미 싱가포르 업체에 카이든을 수출했고 현재 약 22건의 신규 계약을 논의 중이다. 국내 군 사업이 양산 단계로 넘어갈 경우 실적뿐 아니라 해외 수출을 위한 레퍼런스 확보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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