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2배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은 2026년 5월 27일 삼성전자·SK 기초자산으로 출발했다. 당국은 출시 전부터 지렛대 효과와 음의 복리효과를 경고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예상한 것보다 더 처참한 현실로 돌아왔다. 코스피가 9000포인트에서 6000까지 급전직하 하자 정부는 7월에 보완대책과 기본예탁금 강화라는 규제책을 내놨다. 그러나 시장 변동성은 더 커졌고 이른바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8월에는 괴리율 관리 강화와 모의거래 의무화까지 내놓았다. 정부의 사후약방문 규제로 변동성은 최근 잦아들었다. 그러나 그 사이 수많은 국내 개인투자자 피해가 양산됐고, 반대로 외국계 자본은 그만큼 배를 불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종레 백서는 이 상품의 출시와 시장 충격, 그리고 사후 규제 강화의 정책 타임라인을 되새겨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게 할 반성문이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사태에서 지적되는 새로운 문제점은 외국계 투자가 일부가 국내 증권사의 DMA(Direct Market Access)를 활용해 초단타 매매를 일삼았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규제의 사각지대로 방관한 영역에서 외인 투기세력이 양의 탈을 쓴 늑대로 시장을 유린한 셈이다. 결국 단종레 파국으로 시장을 흐린 주범이 개인 틈에 숨어있던 외인 미꾸라지였다는 주장도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된 5월 27일부터 첫 규제가 나오기 전인 7월 31일까지 두 달 동안 개인은 14조3029억원, 같은 기간 외국인은 1조3765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익스포저가 외국인의 그것보다 10배나 많은 것으로 보이자 일부에선 이 통계를 보고 정부가 자정 능력이 없는 개미 투자자들에게 거대한 카지노를 열어줬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통계의 숨은 오류를 지적한다. 단순 순매수 규모만으로 단종레 시장의 주거래 주체를 단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증거가 이른바 직접시장접근 서비스(DMA)다. 증권사 주문 시스템을 거쳐 사람이 주문을 처리하는 일반 방식과 달리 DMA는 투자자가 증권사의 거래 인프라를 이용해 거래소에 주문을 직접·자동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진짜 국내 개미투자자들은 증권사가 제공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간접 거래를 하는데 비해 일부 외인 투기 세력은 DMA로 알고리즘 매매와 고빈도매매(HFT)를 실행한 것이다. 알고리즘 매매는 사전에 설정한 조건에 따라 컴퓨터가 자동으로 주문을 낸다. HFT는 지극히 짧은 시간에 대량 주문과 취소를 반복하며 미세한 가격 차이만큼의 이득을 취하는 기법이다. 예상보다 많은 외국계 전문 투자가들이 알고리즘 기반의 HFT로 단종레 시장에서 이익을 거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단종레 상품이 출시된 이후 과열 투자 양상이 나타났고 이 시기에 상당량의 거래가 DMA로 이뤄졌다”며 “주문이 폭주했을 때는 전체의 과반이 이 DMA로 이뤄졌고 이를 접근할 수 없는 국내 개미투자자들이 진행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DMA 거래량은 별도 공식 집계 창구가 없어 정확한 규모 파악에는 한계가 있지만 실무진들이 체감한 외국계 투기세력의 시장참여는 시장을 쥐락펴락할만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이른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DMA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수수료 수익을 놓지 못해 개인들의 파국을 방관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DMA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증권사로는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이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서도 한투와 신한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투는 올해 2분기 브로커리지 수익이 지난해에 비해 322%나 폭증했다. 일부에서는 그 배경으로 DMA 통한 ETF 거래 확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6월 코스피·코스닥·ETF 전체 거래대금 기준으로 한투 점유율은 25%를 넘어 1위 키움까지 제치고 월간 1위를 기록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가 급증한 시기 한투의 DMA가 확대되면서 거래대금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옵티버(Optiver)와 플로우트레이더스(Flow Traders), 제인스트리트(Jane Street) 등 글로벌 유수의 마켓 메이커들이 단종레 ETF 출시 이후 국내 운용사들에 잇따라 연락을 취해 LP 계약 및 설정·환매 권한 참여를 적극 타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 미온적이었던 이들이 단종레 도입 이후 폭발적인 거래량과 변동성에 주목해 공세를 폈다"고 전했다.
이들이 국내시장 문을 두드린 결정적 유인은 단종레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대형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높은 거래량에 더해 변동폭까지 커 글로벌 마켓메이커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로 급부상했다.
이들의 수익 축은 두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ETF 가격과 기초자산 가치 간 괴리에서 발생하는 차익이다. ETF 시장가격이 기초자산 이론가격을 이탈하는 찰나 밀리초(ms) 단위 알고리즘을 통해 양방향 매매나 직접 설정·환매(AP)로 틈새 차익을 챙기는 방식이다. 거래 속도가 빠를수록 짧은 시간 동안 발생하는 가격 괴리를 포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 번째 축은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 수급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레버리지 ETF는 일일 목표 배율인 2배를 유지하기 위해 장 마감 무렵 기계적인 포트폴리오 조정(리밸런싱)에 나선다. 기초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목표 익스포저를 맞추기 위해 추가 매수하고 하락하면 반대로 매도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장 마감 무렵 일정한 방향의 수급이 발생할 수 있다.
글로벌 마켓메이커들은 이 같은 리밸런싱 물량과 집행 패턴을 사전에 추정해 현물 주식의 수급 변화를 포착하고 ETF의 매매가 집중되는 시점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냈다. 초고속 거래 시스템과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다른 시장 참여자보다 먼저 가격과 수급 변화를 반영할 수 있다.
글로벌 마켓메이커들의 국내 시장 진입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순기능은 무엇보다 호가 공급을 통한 체결 유연성 제고다. 국내 LP보다 빠른 주문 처리를 통해 촘촘한 매수·매도 호가를 공급하면서 매매 스프레드를 줄여 투자자들의 거래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반면 역기능은 레버리지 ETF의 구조적 특성에 글로벌 마켓메이커들의 초고속 거래가 결합하면서 변동성을 확대했다는 점이다. 상승장에서는 추가 매수, 하락장에서는 매도가 몰리는 구조인 만큼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이를 빠르게 선반영할 경우 가격과 수급의 쏠림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글로벌 마켓메이커와 국내 LP, 개인투자자 간 거래 속도와 정보처리 능력의 차이도 문제로 거론됐다. 밀리초 단위로 호가와 수급을 분석하고 주문을 집행하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인해 국내 LP의 입지가 좁아지고 개인투자자 역시 이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거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쓴소리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호가 밀도 개선이라는 순기능이 있었지만 글로벌 트레이더들의 초고속 알고리즘이 리밸런싱 수급과 호가를 선점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변동성 확대에 따른 충격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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