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재개발·재건축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이려면 조합 내부 의사결정과 이해관계자 협의, 계약·인허가 요건을 사업 초기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조합 임원 교체와 분양자격, 공사비 증액 등을 둘러싼 분쟁이 장기화할수록 사업비와 조합원 분담금이 함께 늘어나는 만큼 사전 법률관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자본시장전문미디어 딜사이트는 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도시정비 대전환기: 바뀌는 서울 지형도'를 주제로 '2026 부동산개발포럼'을 개최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이날 ‘서울 정비사업 법률 분쟁 리포트: 핵심 쟁점과 사업 정상화 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김 변호사는 “정비사업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장기간 얽혀 진행되는 만큼 분쟁이 발생하면 사업 전체가 멈출 수 있다”며 “분쟁으로 금융비용이 쌓이기 전에 초기 단계에서 법적 쟁점을 확인하고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조합원·시공사·상가 및 종교시설 등 대표적 갈등 사례 분석
김 변호사는 도시정비사업의 주체인 조합의 분쟁 유형을 ▲조합원 ▲외부업체 ▲기타 이해관계자 등으로 구분했다.
조합원 분쟁에서는 임원 선임 및 해임을 둘러싼 갈등이 가장 빈번하다. 조합 운영권을 둘러싼 경쟁이 해임 총회와 선임 총회로 이어지고, 총회 결의 효력을 다투는 가처분과 본안 소송이 반복되면서 사업이 장기 표류하는 구조다. 지방의 한 정비사업장의 경우 관리처분인가 이후에도 매년 조합장 해임총회가 발의되면서 10년 가까이 철거에 들어서지 못했다.
분양자격 분쟁도 사업성 악화와 함께 늘고 있다. 서울의 일부 사업장에서는 ‘1+1 분양’의 추가 주택 가격을 조합원 분양가로 적용할지, 일반분양가에 연동할지를 두고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기준에 따라 주택 가격이 수배 이상 달라질 수 있어 조합원 반발이 크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도시정비법이 투기 방지를 목적으로 여러 차례 개정되면서 조합원 지위 양도와 재당첨 제한, 1+1 분양 등 자격 규정이 복잡해졌다”며 “정비구역 내 부동산을 매수하거나 증여한다고 해서 당연히 분양자격을 얻는 것은 아니므로 거래 전에 권리관계를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부 업체와의 분쟁에서는 공사비 증액이 최근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가 잇따르고 있고, 조합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소송으로 번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사비 증액은 조합원 추가 분담금으로 연결되는 만큼 양측 모두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문제라 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과거에는 공사비 인상 요구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 조합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높아진 공사비 수준을 시장이 일정 부분 수용하기 시작했다”며 “공사비의 적정성을 검증하고 협상할 수 있는 건설사업관리(CM) 등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는 조합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기타 이해관계자 분쟁에서는 상가와 종교시설이 대표적이다. 종교시설은 이전과 명도가 쉽지 않은 데다 별도의 법적 보상 기준도 부족해 조합별 협상 결과에 따라 보상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서울의 한 사업장은 종교 시설과의 합의 과정에서 수백억원의 보상을 지급했고, 또 다른 사업장은 추가 갈등이 이어지면서 정비구역에서 해당 시설 부지를 제외한 뒤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종교시설은 비영리시설이라는 특성상 일반 주택이나 상가와 같은 기준으로 이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지만 현재 적용할 수 있는 지침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조합마다 제각각 협상하면서 보상금이 커지고 사업도 지연되는 만큼 현실에 맞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신탁방식·전문조합관리인제도 만능은 아냐”
조합방식의 한계를 보완할 대안으로 신탁방식과 전문조합관리인제도가 거론되지만 만능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신탁방식은 초기 자금을 저리로 조달하고 용역업체를 경쟁 입찰로 선정할 수 있어 사업비 절감과 투명성 강화에 유리하지만 실제 사업 속도를 높이는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서울의 한 대규모 단지군에서 신탁방식을 채택한 여러 단지보다 조합방식으로 진행되는 단지가 더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조합관리인제도 역시 한 사람이 여러 조합을 동시에 관리하는 문제가 드러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 변호사는 “조합방식과 신탁방식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보다 각 방식의 위험을 계약 단계에서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합과 신탁사, 전문조합관리인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사업 단계별 법률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해야 분쟁에 따른 금융비용과 조합원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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