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송한석 기자] LG전자가 개별 가전이 아닌 ‘공간 솔루션’을 앞세운 승부수를 던졌다. 한국 기업 중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차리고 실행형 AI 에이전트 ‘씽큐 클로’와 확장된 빌트인 라인업으로 무장해 100년 넘은 가전 강호들의 안방인 유럽 시장을 정조준했다. 지난해 최고 효율 제품만 앞세웠던 것과 달리 올해는 볼륨존까지 고효율 기술을 넓히며 대중화 전략도 함께 꺼내 들었다.
LG전자는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IFA 2026에서 한국 기업 중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마련했다. 메인 전시장인 메세베를린은 전시 면적만 약 19만㎡, 40개 이상의 전시·이벤트 홀을 갖춘 초대형 전시장이다. 축구장 약 26개를 합친 규모로 서울 코엑스 전시면적의 5배가 넘는다.
올해 IFA에는 LG전자를 비롯해 코웨이, 쿠쿠, SK매직, 휴롬 등 한국 기업 60여 개가 참가했다. 이 가운데 메세베를린 내 가장 큰 부스를 차린 곳은 LG전자였다.
부스 입구에는 클로이드가 지휘하는 ‘AI 오케스트라’ 콘셉트의 어트랙터가 자리했다. 지난해 냉장고·세탁기·식기세척기 등 생활가전 위주로 꾸며졌던 것과 달리 올해는 올레드TV와 스탠바이미, 노트북, 에어컨 등이 추가돼 제품군이 한층 다양해졌다.
LG시그니처존 역시 고급 주택의 단면으로 공간과 어우러지는 인테리어를 강조했다. 거실에는 77인치 투명 올레드 TV를 거실 한 가운데에 배치해 눈길을 끌 수 있는 차별성에 집중했다. 주방쪽에서는 올해 LG시그니처 라인업에 새로 추가된 후드, 쿡탑, 월오븐, 식기세척기 등을 배치했고 드레스룸은 세탁기, 건조기, 스타일러를 전시해 가구와 딱 맞게 떨어지는 세탁가전의 빌트인 디자인을 강조했다.
이 중 부스 곳곳에서 두드러진 변화는 개별 제품이 아닌 ‘솔루션’을 앞세운 구성이었다. AI홈 존에는 냉난방과 온수를 한 번에 공급하는 AWHP(Air to Water Heatpump) 시스템이 유럽 AI홈 플랫폼 ‘호미’와 연동된 모습으로 전시돼 에너지 흐름을 보여줬다.
특히 백미는 AI홈 허브 ‘씽큐 온’에 실행형 AI 에이전트 기능을 더한 ‘씽큐 클로(ThinQ Claw)’였다. 카카오톡·텔레그램 등 메신저로 채팅하듯 명령을 내리면 사용자 승인 하에 가전을 제어하고 캘린더 등 외부 일정과 연동해 여행 중 절전이나 귀가 전 냉방 준비 같은 대응을 스스로 제안한다. LG전자는 이르면 이달 국내에서 베타테스트를 시작해 연내 출시하고 이후 미국과 유럽으로 확대 적용을 검토할 계획이다.
가전 하드웨어 쪽에서는 빌트인 브랜드 ‘핏 앤 맥스’가 지난해 냉장고에서 올해 식기세척기·세탁기·건조기까지 넓어졌다. LG전자는 지난해 냉장고와 벽 사이의 틈을 최소화한 빌트인 디자인의 냉장고에 ‘핏 앤 맥스’ 브랜드를 처음 적용했다. 단품으로 구매할 수 있는 프리스탠딩 제품이지만 500원짜리 동전 2개 두께인 4㎜의 간격만으로 설치가 가능해 빌트인 가전처럼 깔끔한 인테리어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IFA에서는 유럽 표준 가구 깊이인 600mm를 유지하면서 세탁·건조 용량은 놓치지 않은 제품들로 구성했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결합한 ‘워시타워’, 세탁과 건조를 한 번에 해결하는 ‘워시콤보’ 등 유럽 고객의 공간 활용 니즈를 반영한 핏 앤 맥스 제품들을 선보였다. 핏 앤 맥스라는 네이밍에는 공간에 꼭 맞게 설치되는 ‘Fit’과 용량, 성능, 에너지 효율 등을 극대화한 ‘Max’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유럽 시장의 특성이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빌트인 가전 시장 규모는 약 645억 달러로 추정되며 유럽이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최근 유럽에서 주방과 거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오픈형 주거공간이 확산되면서 가전을 인테리어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해진 점도 LG전자가 빌트인에 힘을 싣는 이유다.
전시장 연출을 맡은 류주현 LG전자 HS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은 “유럽에는 100년이 넘은 가전 브랜드들이 즐비한만큼 고객들의 가전제품과 IT 기술에 대한 안목은 매우 높은 편”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고객 경험에 대한 데이터를 결합해 다양한 솔루션을 선보이고 이를 통해 유럽 시장에서의 사업성과를 높이는 계기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LG전자는 전체 부스 중 절반에 가까운 46%를 거래선 상담공간으로 마련해 B2B 상담에 무게를 실었다.
에너지 효율도 핵심 키워드였다. 유럽은 제품별 에너지효율지수(EEI)에 따라 A부터 G까지 등급을 매기는데 2021년 등급 체계 개편 이후 최고 등급 A는 일부 초고효율 제품에만 부여된다. LG전자는 유럽 최고 등급 대비 에너지 사용량을 70% 추가 절감한 세탁기(A-70%) 등 최상위 제품을 전시하는 동시에 기존 B등급에서 A등급으로 효율을 높인 건조기 등 볼륨존 제품에도 고효율 기술을 적용해 눈길을 끌었다.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올레드 마이크로 RGB와 웹OS, 게이밍모니터, 스탠바이미 2 등을 소개했다. 백선필 MS사업본부 디스플레이CX담당 상무는 “올레드 마이크로 RGB 등 압도적인 LG의 화질 기술력뿐 아니라 웹OS, 게이밍보니터, 스탠바이미 2 등을 소개한다”며 “고객의 상황에 따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기기와 플랫폼을 전시해 보다 풍요로운 삶을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솔루션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동식 1구 전기레인지 ‘포터블 인덕션’, 에어프라이 기능을 강화한 ‘스팀에어오븐’, 욕실 온·습도를 자동 조절하는 ‘바스에어시스템’ 등 친환경·에너지 아이디어 제품들도 함께 전시됐다. LG전자는 이번 IFA를 계기로 씽큐 클로의 해외 확대와 핏 앤 맥스 라인업 확장을 함께 추진하며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AI와 빌트인을 축으로 한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노범준 LG전자 HS AI홈솔루션사업개발담당 상무는 “공간과 상황에 맞는 맞춤형 AI를 발전시키겠다”며 “고객의 일상을 이해하고 함께 움직이는 AI홈 서비스를 다양하게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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