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방태식 기자] 케어젠이 주가 급락으로 보유 자기주식(자사주) 활용을 둘러싼 셈법이 복잡해졌다. 올 3월 상법 개정에 대응해 자사주 일부를 매각하고 이를 연구개발(R&D)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실제 처분에 나서기 전 주가가 70% 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회사가 당초 계획했던 자사주 처분 시점을 넘긴 가운데 향후 주가 회복 여부가 자사주 활용 전략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케어젠은 올 상반기 기준 자사주 484만4216주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발행주식 5371만5000주의 9.02%에 달하는 규모다. 회사는 2015년 상장 이후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목적으로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왔다.
앞서 케어젠은 올해 3월 보유 자사주 가운데 38만3577주(전체 발행주식의 0.71%)를 상반기 중 처분해 R&D 투자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회사는 이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핵심 파이프라인인 황반변성 치료제 'CG-P5', 안구건조증 치료제 'CG-T1'의 임상비용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케어젠이 자사주 처분을 결정한 배경에는 올해 3월 이뤄진 3차 상법 개정이 자리하고 있다. 개정 상법은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취득 후 1년 내 소각하는 것이 골자다. 법 시행 이전에 취득한 기존 자사주에는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뒀다.
이에 케어젠은 보유 자사주를 단순 소각하기보다 일부를 처분해 R&D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택했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 취득·보유·처분 및 소각' 관련 조항을 정관에 신설하며 경영상 목적에 따른 자사주 활용 근거도 마련했다.
당시만 해도 자사주는 케어젠의 중장기 투자재원을 뒷받침할 수 있는 든든한 카드로 평가됐다. 외부 차입이나 유상증자 없이 보유 주식을 활용해 수백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예정된 38만3577주를 처분한 이후에도 전체 발행주식의 8%가 넘는 자사주가 남는 만큼 향후 R&D와 생산시설 확충 등에 추가로 활용할 여지도 있었다.
문제는 자사주를 실제로 처분하기도 전에 주가가 급락했다는 점이다. 케어젠이 올해 자사주 처분 계획을 수립하면서 적용한 기준가격은 주당 13만352원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38만3577주를 처분하면 약 5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반면 케어젠 주가는 지난 2월 한때 15만원대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며 이달 3일 종가 기준 4만3750원까지 떨어졌다. 약 6개월 만에 70% 넘게 하락한 수준이다.
주가 하락은 자사주의 활용가치 감소로 직결됐다. 3일 종가를 단순 적용하면 처분 예정 물량인 38만3577주의 가치는 약 168억원에 그친다. 같은 물량을 매각하더라도 확보할 수 있는 R&D 재원이 당초 예상보다 330억원 넘게 줄어든 셈이다.
케어젠이 기존 계획대로 500억원 규모 재원을 현 주가에서 확보하려면 자사주 처분 규모도 대폭 늘려야 한다. 주당 4만3750원을 기준으로 필요한 자사주는 약 114만2857주다. 즉 당초 계획보다 약 76만주를 추가로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자사주 처분 물량을 크게 늘리는 것도 부담이다. 시장에 출회되는 주식이 늘어날 경우 오버행 우려가 커지면서 가뜩이나 약세를 보이고 있는 주가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주가 회복 여부가 케어젠의 자사주 활용 전략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주가에서 자사주를 처분하면 당초 기대했던 자금조달 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데다 처분 물량을 늘리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향후 주가 흐름에 따라 자사주를 활용한 R&D 투자재원 확보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케어젠 관계자는 "주가가 낮아졌다고 해서 부족한 금액을 채우기 위해 더 많은 자사주를 처분할 계획은 아니다"며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 회사의 미래가치와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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