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광호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블랙스톤에 1조원 규모로 팔리는 자동차 전장부품 전문기업 ‘퓨트로닉’의 과거 상장사 인수 과정이 도마에 올랐다. 고진호 회장 측이 우수AMS(현 스모트로닉)의 경영권 불안 정보를 접한 뒤 지분 매집에 나서고, ‘단순투자’ 공시 뒤 경영참가를 시도했다는 의혹이다. 확보한 지분이 이후 오너 2세 회사로 넘어가면서 자본시장법 위반과 배임 논란이 동시에 불거졌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우수AMS의 전 최대주주였던 다담하모니 제1호 유한회사의 투자자 총괄을 맡았던 이모 씨 측은 최근 고진호 퓨트로닉 회장과 손모 씨, 퓨트로닉 법인을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및 대량보유보고 의무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고 회장에 대해서는 퓨트로닉 자금을 둘러싼 업무상 배임 혐의도 제기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동일한 내용은 금융감독원에도 접수됐다.
고발인 측이 문제 삼는 거래의 출발점은 2024년 7월이다. 당시 우수AMS 최대주주였던 다담하모니 제1호는 브로드써밋 하모니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PEF)가 설립한 투자목적회사(SPC)였다. 해당 PEF는 당초 2024년 5월 만기를 앞두고 있었으나 같은 해 4월 사원 전원의 동의를 거쳐 2026년 5월까지 존속기간을 연장한 상태였다.
당시 우수AMS 대표였던 김모 씨는 PEF의 주요 출자자(LP)인 전모 씨의 지분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고발장에 따르면 김씨는 2024년 3월 PEF 만기 연장을 위해 전씨의 원금 75억원 상당 지분을 2025년 6월까지 85억원에 인수하겠다는 확약을 한 상태였다. 고발인 측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펀드 존속뿐 아니라 우수AMS의 경영권 유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우수TMM 노모 대표의 소개로 2024년 7월 고 회장을 만나 투자를 요청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고 회장은 이 자리에서 경영참여가 아닌 단순투자에는 관심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고발인 측은 이 만남을 통해 고 회장이 우수AMS 최대주주 측의 자금 사정과 경영권 유지 문제를 알게 됐다고 주장한다.
고발인 측은 이 정보가 투자자의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미공개 중요정보’에 해당하며, 고 회장이 이를 이용해 지분 확보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실제 고발장에 따르면 퓨트로닉은 이 만남 직후인 2024년 8월부터 우수AMS 주식을 장내에서 매수하기 시작했다. 같은 기간 고 회장 관련 법인에서 감사로 재직하던 손모 씨 명의로도 주식이 매입됐다.
2024년 말 기준 손씨 명의로 92만4295주, 퓨트로닉 명의로 190만주 등 총 282만4295주가 확보됐다. 당시 기준 합산 지분율은 약 7.2%다. 고발인 측은 고 회장 측이 퓨트로닉과 손씨 명의로 지분을 나눠 취득했다고 주장한다.
쟁점은 이듬해 퓨트로닉의 지분율이 5%를 넘어서면서 본격화됐다. 퓨트로닉은 2025년 1월 6만7558주를 추가 취득해 단독으로 우수AMS 지분 196만7558주(5.04%)를 확보했고, 같은 해 2월3일 대량보유 상황을 공시했다. 당시 보유 목적은 ‘경영참가’가 아닌 ‘단순투자’로 기재했다. 손씨가 보유한 92만4295주는 특별관계자 보유 내역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게 고발인 측의 주장이다.
고발인 측은 손씨가 고 회장과 무관한 독립적인 투자자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고발장에 따르면 손씨는 사라콤·앱스·우지막코리아·힐스카이CC·모트로닉 등 고 회장 관련 법인에서 감사직을 맡았다. 이를 근거로 고발인 측은 손씨를 특별관계자로 보고 해당 지분이 퓨트로닉의 대량보유보고에 합산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순투자’ 공시 이후의 행보도 고발인 측이 보유목적 허위기재를 주장하는 근거다. 고발장에 따르면 고 회장은 2025년 3월25일 우수AMS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같은 달 13일 김씨에게 자신이 추천하는 사내이사 1명을 선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고발인 측은 이 같은 요구가 경영참가 의사를 보여주는 행동임에도 당시까지 보유목적 변경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후 퓨트로닉의 지분 매입은 계속됐다. 고발장에 따르면 퓨트로닉의 우수AMS 보유주식은 2025년 5월 약 359만주까지 증가했다. 손씨 보유분을 합산하면 총 451만4259주다. 고발인 측은 손씨를 특별관계자로 볼 경우 이 시점에 퓨트로닉 측이 최대주주 지위에 올라섰음에도 이에 따른 변경공시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같은 해 6월 말 퓨트로닉의 우수AMS 보유량은 429만6164주, 지분율 11%까지 늘었다. 이어 7월4일 손씨가 보유하던 176만5554주를 주당 3550원에 장외에서 추가로 인수했다. 같은 날 우수정기가 보유하던 167만5089주를 주당 3150원에 매입했고, 7월14일에는 아이엘모빌리티가 보유하던 60만주를 추가 취득했다. 이에 따라 퓨트로닉의 보유 지분은 833만6807주, 21.34%까지 확대됐다.
고발인 측은 고 회장이 이렇게 확보한 지분을 바탕으로 우수AMS 최대주주인 다담하모니 제1호 측을 압박해 경영권 이전을 유도했다고 주장한다. 이후 최대주주 측 LP 지분과 우수정기·아이엘모빌리티가 보유한 우수AMS 지분까지 잇달아 인수하면서 경영권을 장악했다는 게 고발인 측의 설명이다.
손씨 명의 지분의 취득자금과 퓨트로닉의 재매입 과정도 고발 대상에 포함됐다. 고발인 측은 퓨트로닉과 오트로닉의 감사보고서상 대여금 내역 등을 근거로 손씨 명의 주식의 실제 취득자금이 고 회장 또는 퓨트로닉 측에서 나왔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고발장 역시 손씨의 주식 취득자금 출처가 명확하게 확인된 것은 아니라고 적시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고발인 측은 손씨 명의의 지분이 고 회장의 차명 보유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고발인 측은 퓨트로닉이 2025년 7월4일 손씨가 보유한 176만5554주를 주당 3550원에 사들인 거래에도 배임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손씨의 평균 취득가격과 퓨트로닉의 재매입 가격 사이에 약 10억원의 차이가 발생했고, 퓨트로닉이 이를 부담하면서 회사에 같은 규모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고발장에는 해당 차익의 최종 귀속주체는 명확하지 않다고 기재돼 있다.
이번 고발에서 또 하나의 쟁점은 블랙스톤의 퓨트로닉 인수 과정에서 이뤄진 스모트로닉(구 우수AMS) 지분 이전이다. 고발장에 따르면 퓨트로닉은 2026년 7월20일 보유하던 스모트로닉 지분을 고 회장의 아들 고모 씨가 최대주주로 등재된 비상장사 오트로닉에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고발인 측은 퓨트로닉이 경영권 확보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을 투입했음에도 오트로닉으로 지분을 넘길 때 별도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를 근거로 오트로닉에 약 91억원 상당의 이익을 제공하고 퓨트로닉에는 같은 규모의 손해를 끼쳤다는 게 고발인 측의 주장이다. 고발장에는 해당 지분 이전 계약의 이행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도 담겼다.
고발인 측은 이 같은 거래가 서로 단절된 개별 주식 매매가 아니라 하나의 연속된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2024년 7월 우수AMS 경영권 유지와 관련한 정보를 접한 직후 지분 매집이 시작됐고, 퓨트로닉과 손씨 명의로 지분을 나눠 확보한 뒤 단순투자로 공시했으며, 경영권 확보 이후에는 해당 지분이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오트로닉으로 이전됐다는 것이다. 고발장 역시 최초 지분 취득부터 오트로닉으로의 경영권 이전까지를 연결해 당초부터 경영권 확보 목적이 있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 같은 거래 구조를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이른바 ‘터널링’ 가능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나온다. 터널링은 지배주주가 내부거래나 자금 지원 등을 통해 회사의 자산이나 이익을 자신 또는 특수관계인이 지배하는 회사로 이전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번 사안에서는 퓨트로닉이 비용을 들여 확보한 스모트로닉 경영권이 오너 2세 회사인 오트로닉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거래가격의 적정성이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고발이 제기됐다는 사실과 실제 위법행위가 성립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우수AMS 최대주주 측의 사정이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중요정보’에 해당하는지, 고 회장에게 실제로 해당 정보가 전달됐는지, 손씨가 특별관계자 또는 차명 보유자에 해당하는지, 주식 취득자금의 실제 흐름은 어떠했는지 등이 향후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손씨 지분의 퓨트로닉 재매입 가격과 오트로닉으로의 스모트로닉 지분 이전가격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거래였는지도 조사 과정에서 가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딜사이트는 이번 의혹과 관련해 퓨트로닉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해명이나 공식 입장은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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