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광호 기자] 매출의 99% 이상은 자동차 전장부품 전문기업 ‘퓨트로닉’에서 나왔다. 그렇게 몸집을 키운 비상장 지주회사 ‘오트로닉’은 퓨트로닉 지분과 골프장에 이어 코스닥 상장사 스모트로닉(옛 우수AMS)의 경영권까지 품었다. 자본금 5억원으로 출발한 오트로닉의 연결 자본총계는 지난해 말 2306억원까지 불어났다. 그 최대주주는 고진호 퓨트로닉 회장의 아들 고모 씨다.
블랙스톤에 1조원 규모로 팔리는 퓨트로닉의 이면에서 오트로닉의 성장 과정이 주목받는 이유다. 퓨트로닉과의 내부거래로 매출 대부분을 올린 데 이어 퓨트로닉 자금이 오트로닉 산하 골프장 인수 과정에 투입됐고, 퓨트로닉이 비용을 들여 확보한 스모트로닉 경영권까지 오트로닉으로 넘어갔다. 시장에서는 퓨트로닉의 일감과 자금, 자산이 오너 2세 회사로 옮겨간 것 아니냐는 ‘터널링’ 의혹과 함께 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트로닉은 2013년 설립된 자동차 부품 제조사다. 고진호 퓨트로닉 회장의 아들 고씨가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종속기업으로 퓨트로닉(60.05%), 앱스(100%), 힐스카이컨트리클럽(100%), FUTRONIC USA INC(100%) 등을 거느리며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오트로닉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는 2306억원이다. 2013년 자본금 5억원으로 출발한 뒤 10여년 만에 퓨트로닉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고씨가 별도의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자본을 투입한 이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2306억원은 퓨트로닉 등 종속기업의 실적과 자본이 반영된 연결 기준 수치인 만큼 이를 고씨 개인의 자산 증가분으로 볼 수는 없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오트로닉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퓨트로닉과의 내부거래가 차지한 비중이다. 오트로닉이 그동안 올린 누적 매출 약 796억원 가운데 약 791억원이 퓨트로닉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전체의 99.4%에 해당한다. 사실상 매출 대부분을 퓨트로닉에 의존해 성장해온 셈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 같은 높은 내부거래 의존도를 두고 오너 2세 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가능성을 제기한다. 퓨트로닉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매출과 이익이 오너 2세 회사인 오트로닉의 성장 기반으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특히 최대주주의 추가적인 자본 투입 없이 오트로닉의 지배력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편법 승계를 위한 ‘통행세’ 구조가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부당지원이나 사익편취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트로닉이 퓨트로닉과의 거래에서 실제 수행한 역할과 거래가격·마진의 적정성, 해당 거래로 귀속된 이익의 규모 등이 함께 따져져야 한다. 법조계에서도 구체적인 거래 조건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사익편취 규정이나 업무상 배임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논란은 일감에서 자금으로 이어진다. 퓨트로닉의 자금이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다른 계열사의 자산 취득에 활용됐다는 의혹이다. 업계에 따르면 오트로닉은 2024년 10월 골프장 ‘힐스카이CC(구 루나엑스CC)’를 인수했다. 힐스카이CC 인수 전후 퓨트로닉에서 210억원의 자금이 장기대여금 형태로 제공된 것으로 파악된다.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을 영위하는 퓨트로닉의 자금이 오트로닉 산하 골프장으로 흘러간 셈이다.
이 거래에서 주목할 점은 210억원의 대여 조건과 회수 가능성이다. 정상적인 조건에 따른 자금 대여라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지만, 이율이나 만기·담보 등에서 퓨트로닉에 불리한 조건으로 자금이 제공됐다면 회사가 부담해야 할 위험과 오트로닉이 얻는 경제적 효과가 비대칭적으로 배분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
반면 힐스카이CC의 지분 100%를 보유한 곳은 오트로닉이다. 골프장 가치가 상승할 경우 지분가치 상승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오트로닉에 돌아가는 구조다. 퓨트로닉은 210억원을 대여하면서 자금 회수 위험을 부담하고, 오트로닉은 자회사의 기업가치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거래조건의 적정성이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일감과 자금에 이어 상장사 경영권도 오트로닉으로 향했다. 대상은 코스닥 상장사 스모트로닉이다. 퓨트로닉은 2024년부터 스모트로닉의 전신인 우수AMS 지분을 장내외에서 사들이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과 대량보유보고 의무 위반 등의 혐의가 있다는 고발도 제기된 상태다.
‘딜사이트’가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퓨트로닉은 이후 확보한 우수AMS 지분 전량을 2026년 7월20일 오트로닉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고발인 측은 퓨트로닉이 우수AMS 경영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부담했으면서도 오트로닉으로 지분을 이전할 때는 별도의 프리미엄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오트로닉에 약 91억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고 퓨트로닉에는 같은 규모의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이다. 고발장에는 당시 계약 이행이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단서도 담겼다.
고발인 측은 이 거래를 우수AMS 지분 확보 과정과 분리해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발장에서는 퓨트로닉이 우수AMS 경영권을 확보한 뒤 최종적으로 고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아들 고씨가 최대주주로 등재된 오트로닉에 지분을 넘긴 점을 들어 업무상 배임 혐의를 주장하고 있다.
오트로닉을 둘러싼 논란은 결국 ‘일감→자금→경영권’이라는 하나의 흐름으로 모인다. 매출 대부분을 퓨트로닉과의 내부거래에서 올리고, 퓨트로닉 자금이 골프장 인수를 전후해 제공된 데 이어 퓨트로닉이 확보한 코스닥 상장사 스모트로닉의 경영권까지 오트로닉으로 넘어가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지배주주가 회사의 일감이나 자금·자산을 자신 또는 특수관계인이 지배하는 회사로 이전하는 이른바 ‘터널링’ 가능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나온다. 특히 오트로닉의 최대주주가 고 회장의 아들인 고씨라는 점에서 일련의 거래가 오너 2세로 그룹 지배력을 넘기기 위한 승계 과정과 맞물려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오트로닉의 성장 과정에서 퓨트로닉의 일감과 자금, 자산이 반복적으로 활용됐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라며 “오트로닉의 최대주주가 오너 2세인 만큼 각 거래가 정상적인 조건에서 이뤄졌는지와 승계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의혹과 관련해 퓨트로닉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해명이나 공식 입장은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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