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수천억원을 지웠는데 다시 돈을 넣었다. 하이브는 미국 사업을 총괄하는 하이브아메리카(HYBE America) 투자주식에서 2023년 이후 누적 4783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현재 취득원가의 26.1%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럼에도 올해 상반기 하이브 아메리카에 1513억원을 추가로 현금출자했다.
투자가 다시 성과로 돌아올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하이브아메리카와 이타카 홀딩스 및 그 종속기업을 포함한 올해 상반기 매출은 두 배로 늘었지만 순손실도 1403억원으로 확대됐다. 인수합병(M&A)과 해외 확장을 거듭하며 하이브의 무형자산은 2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매출 2조원 시대를 연 하이브에 신규 투자 못지않게 기존 투자금을 얼마나 수익으로 회수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4783억 손상에도 다시 1513억 출자…美 사업 수익성 시험대
4일 하이브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별도재무제표 기준 하이브아메리카 투자주식의 올해 6월 말 취득원가는 1조8299억원, 장부금액은 1조3516억원이다.
하이브는 2023년 하반기 이후 하이브아메리카 투자주식에 총 4783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2023년 하반기 1529억원을 시작으로 2024년 459억원, 2025년 하반기 약 2795억원이 추가로 반영됐다. 누적 손상 규모는 현재 취득원가의 26.1%에 해당한다.
손상을 인식한 뒤에도 투자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하이브아메리카 투자주식의 취득원가와 장부금액은 각각 1543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타법인출자 현황을 보면 하이브는 하이브아메리카 주식 1000만주를 추가 취득하면서 1513억원을 현금출자했다. 투자주식 증가액과 실제 현금출자액 사이에는 약 30억원의 차이가 난다. 현금출자금의 구체적인 사용처는 공개되지 않았다.
외형은 성장했지만 손익 개선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이브아메리카와 이타카 홀딩스 및 그 종속기업을 포함한 올해 상반기 매출은 284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두 배로 증가했다. 반면 순손실은 같은 기간 254억원에서 1403억원으로 5배 이상 확대됐다.
순손익에는 영업외손익과 비현금 항목 등이 포함되는 만큼 순손실 확대만으로 하이브아메리카 투자주식의 회수 가능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이미 투자주식에서 4783억원의 누적 손상을 인식한 뒤 추가 자금까지 투입된 만큼 향후 북미 사업의 수익성 개선 여부는 투자금 회수 성과를 판단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하이브 관계자는 “2024년부터 북미 사업의 조직 개편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LA와 멕시코시티 등 지역 거점의 경쟁력을 높여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순손실 확대 원인과 추가 출자금의 구체적인 사용처에 대해서는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다.
M&A로 불어난 무형자산 2.1조…종속기업도 4년 새 40개↑
하이브아메리카 사례는 하이브가 그동안 M&A와 해외 확장을 통해 키워온 투자자산의 회수 성과를 살펴볼 필요성을 보여준다. 올해 6월 말 연결기준 무형자산은 2조1177억원으로 총자산 6조889억원의 34.8%를 차지한다. 연결 자본총계 3조7245억원과 비교하면 56.9%에 해당하는 규모다.
무형자산은 2022년 상반기 1조6007억원에서 2024년 상반기 2조2402억원까지 증가한 뒤 2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1조9867억원과 비교해도 반년 만에 1310억원 증가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아티스트 전속계약권과 음원 저작권 등 사업 특성상 무형자산 비중이 높을 수 있다. 여기에 하이브는 기업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영업권까지 보유하고 있다. 2022년 당시 영업권은 1조3407억원으로 전체 무형자산의 83.8%를 차지했다. 이후 QC 미디어 홀딩스 등 미국 기업 인수로 새로운 영업권도 추가됐다. 올해 반기보고서에서는 영업권과 기타 무형자산 금액을 별도로 구분해 공시하지 않았다.
연결 대상 종속기업 수도 같은 기간 빠르게 늘었다. 2022년 상반기 48개에서 올해 상반기 88개로 4년 만에 40개 증가했다. 인수합병과 해외 사업 확대, 신규 법인 설립 등이 이어진 결과다.
종속기업 증가 자체가 재무적 위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과 연결 범위가 확대될수록 관리해야 할 투자자산과 내부거래가 늘고, M&A 과정에서 발생한 영업권 등의 회수가능성을 평가해야 할 범위도 함께 넓어진다.
영업권 손상평가 4년째 핵심감사사항…수퍼톤은 추가 손상
하이브아메리카 투자주식에서 발생한 4783억원의 손상차손과 연결재무제표상 영업권 손상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별도재무제표에서는 하이브아메리카 지분을 종속기업투자주식이라는 하나의 투자자산으로 평가한다. 반면 연결재무제표에서는 하이브아메리카를 종속기업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해당 투자주식이 제거되고, 기업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영업권 등은 배분된 현금창출단위별로 회수가능액을 평가한다. 따라서 별도재무제표에 반영된 4783억원의 투자주식 손상차손을 연결재무제표상 영업권 손상으로 볼 수 없다.
연결기준 무형자산은 지난해 말 1조9867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조1177억원으로 1310억원 증가했다. 상반기 취득 856억원과 기타 변동 1069억원 등이 상각과 손상 등에 따른 감소분을 웃돌았다.
상반기 무형자산 손상차손은 172억원이다. 반기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손상 대상이 공개되지 않아 이를 영업권 손상으로 해석할 근거는 없다.
하이브는 올해 중간기간 현금창출단위에서 손상징후가 식별되지 않아 영업권 손상검사를 다시 수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영업권의 회수가능액이 장부금액을 반드시 웃돈다는 의미라기보다 정기적인 연례 손상검사와 별도로 중간기간 재검사를 수행할 만한 손상징후가 식별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영업권 손상평가는 하이브 외부감사에서도 지속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 연속 영업권 손상평가를 연결감사보고서의 핵심감사사항으로 선정했다.
핵심감사사항으로 선정됐다는 사실 자체가 영업권에 손상이 발생했거나 회계처리에 오류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영업권의 회수가능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미래 현금흐름과 할인율, 성장률 등 경영진의 중요한 추정과 판단이 개입되는 만큼 감사 과정에서도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 영역이라는 의미다.
개별 투자자산에서는 이미 추가적인 손상도 나타났다. 하이브는 올해 상반기 수퍼톤 투자주식에 229억원의 손상차손을 추가로 인식했다. 이에 따라 수퍼톤 투자주식 장부금액은 60억원으로 낮아졌다. 수퍼톤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9억원, 순손실은 35억원이다.
반기보고서는 수퍼톤을 ‘당기 중 청산 예정’으로 분류했다. 청산 이후 사업과 지식재산권(IP), 인력 등의 처리 방향은 반기보고서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하이브가 보유한 투자자산의 규모가 커진 만큼 투자 자체보다 회수 성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 반기보고서에는 영업권 금액과 현금창출단위별 배분 내역, 손상평가에 적용한 할인율과 영구성장률 등이 별도로 공시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손상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가정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하이브아메리카에 이미 4783억원의 투자주식 손상을 인식한 뒤 올해 상반기 1513억원을 다시 현금출자했다. 추가 투자가 북미 사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기존 M&A와 투자로 쌓인 자산이 실제 현금창출력으로 연결되는지가 향후 하이브의 투자 성과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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