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삼성전기가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용 유리기판 양산에 대비해 핵심 소재인 유리 코어부터 공정 장비까지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스미토모화학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국내외 소부장 업체들과 기술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리기판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소재와 장비 공급망을 미리 갖춰 고객 인증 이후 곧바로 양산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식재산정보 검색 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최근 유리기판 코어 합작사인 ‘글라셈(Glassem)’의 상표를 출원했다.
글라셈은 삼성전기와 일본 스미토모화학의 100% 자회사인 동우화인켐이 공동 출자하는 유리기판 코어 합작사다. 총 출자 규모는 약 4800억원으로 삼성전기가 지분 66.2%, 동우화인켐이 33.8%를 보유한다. 본사와 생산거점은 경기도 평택 동우화인켐 사업장에 마련한다.
삼성전기는 지난 7월 글라셈 설립 본계약을 체결했으며, 이후 절차를 거쳐 연내 법인 설립을 완료할 계획이다. 당시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합작법인 설립은 유리 코어의 핵심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양사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차세대 반도체 기판 시장의 패러다임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글라셈에서는 유리기판의 뼈대 역할을 하는 유리 코어를 생산할 계획이다. 유리 코어는 유리관통전극(TGV) 형성과 금속 충진, 빌드업 및 미세회로 형성 등의 공정을 거쳐 유리기판으로 완성된다.
삼성전기가 합작사를 통해 유리 코어 생산 기반을 확보하는 것은 향후 양산 과정에서 핵심 소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성격이 크다. 스미토모화학이 보유한 유리 소재 기술과 동우화인켐의 생산 인프라를 결합해 유리 코어의 품질과 생산능력을 함께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리기판은 아직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인 만큼 양산에 들어가기 전 소재와 장비 공급망을 얼마나 갖춰 놓느냐가 중요하다. 고객사 인증을 통과하더라도 필요한 소재와 공정 장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실제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기 어렵다. 삼성전기가 시장 개화에 앞서 유리 코어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글라셈에서 생산한 유리 코어는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으로 옮겨져 유리기판으로 완성될 전망이다. 평택에서 유리 코어를 만들고 세종에서 후속 공정을 거쳐 완제품 기판을 생산하는 구조다. 삼성전기는 세종사업장을 고성능 패키지기판의 글로벌 제조 거점으로 확대하고 있다. 오는 2040년까지 약 8조원을 투자해 AI 서버용 패키지기판 생산라인과 연구개발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글라셈이 본격 가동되면 삼성전기가 유리 코어 조달부터 기판 제조까지 이어지는 공급 구조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에서 유리 코어를 단순 조달하는 것보다 소재 개발과 생산 단계부터 관여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경쟁사와 비교하면 공급망 구축 방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SKC 자회사 앱솔릭스는 그동안 유리 소재와 TGV·도금 등 주요 공정에서 외부 전문업체들과 협력해왔다. 삼성전기는 핵심 소재 생산을 공급망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향후 양산 과정에서 소재 수급과 품질 관리에 보다 직접 관여할 수 있는 구조를 택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는 유리 코어 기판에서 자체 밸류체인을 구축한 만큼 향후 턴키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며“선제적으로 구축한 유리기판 공급망을 바탕으로 글로벌 업체보다 빠르게 양산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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