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기쁨 기자] 카카오그룹이 지배구조를 재편하면서 새로운 재무 파트너로 한국투자증권 대신 NH투자증권을 선임한 배경에 자본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그간 카카오는 오너 사이가 각별한 한국투자금융그룹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지만 이번에는 구조 설계 역량을 앞세운 NH증권을 자문사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31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회사를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인적분할하는 안을 결정하면서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의 시작을 알렸다. 카카오AI에 카카오톡 기반의 핵심 사업(AI·광고·커머스)을 몰아주고, 카카오X는 카카오뱅크·페이·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계열사 관리와 신성장 투자를 전담하는 구조를 시도한 것이다.
카카오의 변신에는 NH증권이 깊이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결정과 자본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 개편의 세부 밑그림을 지난해 초부터 1년 넘게 그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그간 카카오그룹은 김범수 창업자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의 각별한 사이를 바탕으로 한투와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설립 당시 핵심 주주로 참여했고, 한국투자증권도 카카오게임즈 IPO 공동대표주관을 비롯해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등 주요 계열사의 상장 과정에 참여한 것이다.
그러나 카카오의 우선 과제가 자본 확충에서 계열사 통폐합과 규제 리스크 해소로 바뀌면서 요구되는 전문성이 최근 달라졌다. 세금과 공정거래법 이슈를 정교하게 풀어내야 하는 만큼 그동안의 관계로 맺어온 전례만으로는 프로젝트를 성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 내부의 지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카카오는 한투증권 대신 지배구조 컨설팅에 특화된 NH증권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기존 관계가 옅었던 두 회사를 잇는 결정적인 키맨은 신종환 재무담당책임자(CFO)였던 것으로 보인다. 신종환 CFO는 삼정·한영회계법인을 거쳐 CJ제일제당과 CJ㈜에서 재무부서를 거친 전문가로 현재 카카오의 살림을 총괄하는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평가된다.
신종환 CFO는 CJ그룹이 2000년대부터 지주회사 전환과 계열사 지분 정리 등 지배구조 재편을 단행할 당시 핵심 구조를 NH투자증권(당시 우리투자증권)이 담당한 것에 주목했다. 신 CFO 역시 당시에 CJ그룹에서 재무 업무를 담당하며 NH투자증권의 지배구조 자문 역량과 관련 레퍼런스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 NH증권은 전신인 LG증권과 우리투자증권 시절부터 LG, SK, 코오롱, 웅진, 롯데 등 주요 대기업 집단의 지분 관계와 세금, 규제 이슈를 종합적으로 풀어내며 트랙레코드를 쌓아왔다. 기업들이 인적·물적분할이나 계열분리를 검토할 때 가장 먼저 아이디어를 구하는 하우스로 찾는 이유다.
카카오 딜 자문을 맡은 곳은 인더스트리2본부로 최민호 상무가 이끌고 있다. 인더스트리본부는 2018년 정영채 전 사장 취임과 함께 확대 개편되며 커버리지 역량이 한층 강화됐다. 당시 김형진 전 본부장은 롯데·CJ·동아제약 등 주요 기업의 지배구조 자문을 수행하며 관련 트랙레코드를 본격적으로 확대했고, 이 같은 하우스 역량이 현재 최 상무 체제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올해 NH투자증권은 ㈜한화에 이어 카카오의 인적분할을 연달아 수임하며 지배구조 재편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다. 지배구조 자문은 단순히 단기 수수료 수익에 그치지 않는데, 복잡한 밑그림을 가장 먼저 설계해 준 하우스가 향후 이어질 계열사 상장이나 비핵심 자산 매각, 블록딜 등 조단위 거래들을 주관하는 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카카오 역시 인적분할 이후 카카오AI와 카카오X 등과 연계된 굵직한 후속 딜이 대거 예고돼 있다. 지배구조 자문을 선점한 NH투자증권이 이번 거래를 바탕으로 향후 카카오의 메인 재무 파트너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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