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BTS를 비롯한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을 앞세운 하이브가 처음으로 반기 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다. 그런데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린 손익계산서에는 257억원의 영업손실이 찍혔다. 상장 이후 첫 반기 영업적자다. 최대주주가 증여한 주식을 임직원 보상에 활용하면서 발생한 2550억원의 비현금성 비용이 실적을 끌어내린 영향으로, 이를 제외해 회사가 제시한 조정영업이익은 2294억원에 달한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매출총이익률이다. 하이브의 상반기 매출총이익률은 5년 연속 하락해 올해 35.4%까지 낮아졌다. 아티스트 IP를 공연과 MD·라이선싱 등으로 확장하며 외형은 빠르게 커졌지만, 늘어난 IP 매출을 얼마나 많은 이익으로 남길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로 떠올랐다.
1일 하이브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2조1483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2063억원보다 78% 늘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반면 영업손익은 전년 동기 875억원 이익에서 올해 257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상장 이후 반기 기준 첫 영업적자다. 영업이익률은 7.3%에서 마이너스(-) 1.2%로 8.5%포인트 하락했다.
지배주주 귀속 순손익은 782억원 이익에서 562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비지배지분을 포함한 연결 반기순손익은 698억원 이익에서 469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회계상 영업적자만으로 하이브의 영업 체력이 악화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올해 상반기 손익에는 최대주주인 방시혁 의장이 임직원 보상을 위해 회사에 무상 증여한 주식과 관련한 대규모 비용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방 의장은 보유 중이던 하이브 주식 73만8246주를 회사에 무상 증여했고, 회사는 이를 전사 임직원 성과보상 재원으로 활용했다. 하이브는 이와 관련한 비현금성 일회성 비용 2550억원을 제외한 조정영업이익을 별도로 제시했다. 실제 현금 유출을 동반하지 않지만 임직원에게 제공한 주식에 대한 보상 비용이 회계상 손익에 반영된 것이다.
반기보고서상 주식보상비용도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주식보상비용은 2359억원으로 전년 동기 116억원보다 20배 이상 증가했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에 2249억원, 2분기에 110억원이 각각 인식됐다. 회사 측이 조정영업이익 산출 과정에서 제외한 비현금성 일회성 비용 2550억원과 반기보고서상 주식보상비용 2359억원은 191억원의 차이가 난다. 구체적인 차이 발생 원인은 반기보고서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회사 제시 기준으로 2550억원의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상반기 조정영업이익은 2294억원이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 875억원보다 162% 증가한 규모로, 조정영업이익률은 10.7%다. 회계상 영업이익률(-1.2%)과 비교하면 11.9%포인트 차이가 난다.
분기별 손익에서도 주식보상비용의 영향이 뚜렷하다. 1분기 매출 6983억원에 영업손실 1966억원을 기록한 반면 2분기에는 매출 1조4500억원에 영업이익 1709억원을 냈다. 2분기 영업이익률은 11.8%다. 반기보고서상 상반기 주식보상비용 2359억원 가운데 약 95%가 1분기에 인식된 만큼 대규모 보상비용이 분기별 손익 변동폭을 키운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일회성 비용을 걷어내면 하이브의 상반기 영업실적은 흑자로 돌아선다. 하지만 외형 성장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에서는 다른 흐름이 나타난다. 특히 매출에서 직접적인 원가를 제외하고 남는 비율인 매출총이익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하이브의 상반기 매출총이익률은 2022년 48.3%에서 2023년 46.3%, 2024년 42.2%, 2025년 41.7%, 올해 35.4%로 5년 연속 하락했다. 같은 기간 상반기 매출은 7972억원에서 2조1483억원으로 약 2.7배 증가했다. 매출 외형이 약 2.7배로 커지는 동안 매출총이익률은 12.9%포인트 낮아진 셈이다.
이는 하이브가 아티스트 IP에서 매출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과도 맞물린다. 하이브는 음반·음원뿐 아니라 공연과 MD·라이선싱 등으로 하나의 아티스트 IP에서 발생하는 매출원을 넓혀왔다. 올해 상반기에는 특히 공연이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올해 상반기 공연 매출은 7364억원으로 전년 동기 3438억원보다 114% 늘었다. 음반·음원 매출은 3651억원에서 5983억원으로 64% 증가했다. 두 부문 모두 성장했지만 공연의 증가 속도가 더 빨랐다. 이에 전체 매출에서 공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동기 28.5%에서 34.3%로 높아졌고, 음반·음원은 30.3%에서 27.9%로 낮아졌다. 매출 비중에서도 공연이 음반·음원을 앞질렀다.
공연뿐 아니라 다른 IP 사업의 외형도 함께 성장했다. 올해 2분기 MD·라이선싱 매출은 3106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음반·음원과 공연, 상품·라이선싱 등으로 아티스트 IP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수익원이 다변화되는 모습이다.
외형 확대와 달리 수익성에는 부담이 나타났다. 하이브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매출총이익률 하락 배경 가운데 하나로 공연 매출 확대를 들었다. 공연은 대관료와 제작비, 아티스트 수익배분 등 매출 증가에 따라 함께 늘어나는 비용 비중이 높다. 성숙한 톱티어 아티스트의 수익배분율 상승 역시 마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여기에 하이브는 향후 발생 가능성이 높은 미래 예상 비용을 보수적인 관점에서 2분기 실적에 선제적으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2분기 매출원가율은 68.2%로 1분기 57.2%보다 11.0%포인트 높아졌다. 다만 선제 반영한 비용의 구체적인 규모와 항목은 반기보고서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순손익 단계에서는 금융손익과 법인세가 영향을 미쳤다. 하이브는 영업적자에도 외환 관련 이익 등을 포함한 금융손익에 힘입어 상반기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 321억원을 기록했다. 외환차익 490억원과 외화환산이익 548억원에서 외환차손·외화환산손실 244억원을 제외한 순외환이익만 794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법인세비용 790억원이 반영되면서 최종 반기순손실은 469억원을 기록했다. 반기보고서에 기재된 예상 가중평균 연간유효법인세율은 246.28%로 전년 동기 37.37%에서 크게 높아졌다. 이는 세전이익 대비 회계상 법인세비용의 비율로, 실제 같은 비율의 현금 세금이 유출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결국 올해 상반기 하이브 실적은 '사상 최대 매출과 첫 영업적자'라는 두 숫자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첫 반기 영업적자에는 최대주주 증여 주식을 활용한 대규모 비현금성 보상비용이 결정적으로 작용했고, 이를 제외한 조정영업실적은 오히려 개선됐다. 반면 아티스트 IP를 공연과 MD·라이선싱 등으로 확장하며 반기 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매출총이익률은 5년 연속 하락했다. 늘어난 IP 매출을 다시 높은 이익률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하이브의 다음 과제로 꼽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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