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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엇 대체'는 환상, '진짜 기회'는 부품에
조은비 기자
2026-08-28 08:00:00
② 美 1년 생산량, 중동서 16일 만에 소진…한화, 노스롭 손잡고 공급망 진입
이 기사는 2026-08-28 06:00:00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픽=챗 GPT)

[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우크라이나·중동 전쟁 장기화로 미국산 방공미사일 재고가 부족해지자, 그 공백을 'K-방산 기회'로 보는 시각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이 기회론은 대부분 완제품 수출에 초점을 맞춘다. 정작 미국의 부족은 완성탄을 더 찍어내는 것만으로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병목은 부품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실제 기회도 그 지점에 있다는 것이 방산업계의 진단이다.


미국의 미사일 부족은 생산이 소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록히드마틴은 2025년 패트리엇 요격탄 PAC-3 MSE를 620발 인도했다. 반면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추정에 따르면 미국과 걸프 국가들은 중동 분쟁 초기 16일 동안에만 패트리엇 계열 요격탄 1800발 이상을 발사했고, 이 중 걸프 파트너들의 PAC-3만 최소 1285발이었다.


이 격차는 완성탄을 더 찍어내는 방식으로는 메워지지 않는다. 방산 주문 잔고가 실제 생산보다 빠르게 쌓이는 가운데, 수십 년간 축소된 제조 기반과 중소 협력사의 증설 투자 여력 부족이 병목을 만들기 때문이다. 완성탄 조립이 아니라 그 앞단의 부품 공급이 실제 걸림돌이라는 의미다. 특히 미사일을 밀어 올리는 고체로켓모터가 대표적 병목으로 꼽힌다.


이는 미국이 완성탄 계약과 별도로 부품 공급망 자체를 넓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 국방부는 지난 7월 노스롭그루먼과 협정을 맺어 PAC-3용 고체로켓모터의 제2 국내 공급원을 구축하고 관련 부품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특정 부품이 한 곳에 묶여 있으면 생산 전체가 흔들리는 만큼, 공급처를 이원화해 병목을 푸는 방식이다. 생산을 3배로 확대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한국의 기회는 이 지점에서 열린다. 미국이 부품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국면인 만큼, 완제품 미사일을 파는 것이 아니라 부품·기술 단계에서 그 공급망에 들어가는 경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4월 노스롭그루먼과 차세대 장거리 타격체계 'AReS'의 1단 고체연료 추진체 공동개발 협약(MOA)을 맺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고체추진 분야에서 미국 방산 프로그램의 부품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2027년 시연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 경로가 완제품 수출과 갈리는 지점은 지속성에 있다. 완제품 수출이 계약 한 건으로 매출을 일으키는 방식이라면, 부품·기술 협력은 미국 방산 공급망 안에 자리를 잡아 후속 프로그램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교두보에 가깝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이번 협력을 두고 "미국의 미사일 재고 부족 상황을 타개하는 데 기여하는 한편, 자주포뿐 아니라 다양한 방산 포트폴리오를 미국 시장에 진입시키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기회를 지금 성과로 단정하기엔 이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협력이 PAC-3 등 특정 방공 프로그램의 공급망 확충과 직접 연계된 것이 아니라 AReS라는 별도 신규 프로그램에 한정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 측은 "협약을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개발 초기 단계로, 시연도 하기 전에 양산·납품을 점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부품 공급망 편입이 열어둔 가능성은 분명하되, 실제 자리를 잡기까지는 시연과 양산 전환이라는 관문이 남아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미국산 공백을 완제품으로 대체한다는 그림보다, 부품과 산업기반 차원에서 미국 공급망에 어떻게 들어가느냐가 한국 방산의 실제 과제로 꼽힌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완제품 수출 실적이 늘어난 것은 분명한 성과지만, 미국이 지금 급한 것은 완성탄이 아니라 그것을 만들 부품과 공급망"이라며 "그 열기에 가려 부품·기술로 미국 시장에 들어갈 기회를 놓치면 정작 더 큰 자리를 내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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