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LG그룹이 엔비디아와 손잡고 차세대 휴머노이드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중심축을 맡은 LG전자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졌다. 전사적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역량을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시키는 과정에서 LG전자는 실제 사업화까지 실질적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 올해부터 LG전자를 맡아 로봇 사업 확대를 이끌고 있는 류재철 대표의 행보 역시 주목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달 18일 서울 서초구에 구축 중인 LG전자 데이터팩토리에서 엔비디아 핵심 관계자들과 만나 로보틱스 협업 및 사업화 방안을 논의했다. 엔비디아측에서는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의 장녀 매디슨 황 수석이사가 직접 방문해 데이터 생성·수집 프로세스 및 운영 현황 등을 살펴봤다.
이번 방문은 앞서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젠슨 황 CEO의 만남 이후 닷새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양사는 지난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비디아 본사에서 로봇과 AI 팩토리, 모빌리티 분야에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휴머노이드용 AI 모델 ‘아이작 그루트’와 로봇용 컴퓨팅 플랫폼 ‘젯슨 토르’를 적용한 차세대 이족보행 휴머노이드를 개발해 내년 1분기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양사의 로봇 협력은 올해 초부터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1월 열린 CES 2026에서 젯슨 토르를 탑재한 홈 로봇 ‘LG 클로이드’를 공개했다. 이어 3월 열린 엔비디아 GTC에서는 젠슨 황이 LG전자를 휴머노이드 개발사업 파트너로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4월에는 엔비디아 피지컬 AI 담당 경영진이 LG전자를 찾아 로봇과 AI 데이터센터, 모빌리티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매디슨 황 수석이사 역시 이때도 참석해 류 사장과 만남을 가졌다. 이번 데이터팩토리 실증은 그간 협력 논의가 실증 단계로 넘어간 첫 사례인 셈이다.
휴머노이드 개발에서 LG는 AI 두뇌를 제외한 모든 부분의 개발을 맡는다. LG이노텍은 카메라와 센싱 모듈,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LG CNS는 로봇 학습·검증에 필요한 데이터 플랫폼을 제공한다. LG전자는 휴머노이드 완제품을 구동시키는 액추에이터를 담당하면서 계열사 전체 역량을 통합시키고 사업화까지 연결시키는 역할도 맡았다.
그런만큼 류 대표의 역할 역시 더욱 중요해졌다. 류 사장은 사장 선임 이전부터 LG전자 내부에서도 로봇·AI 관련 사업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지난해 말 선임되면서 LG전자의 로봇사업 역량 강화에 추진력을 극대화할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이번 엔비디아 협력으로 류 사장은 계열사 전반의 로봇 기술 관련 역량을 통합된 사업구조로 묶는 조율자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취임 이후 행보 역시 LG전자의 로봇사업 전략과 궤를 맞추고 있다. 앞서 류 대표는 1월 CES에서 클로이드를 '가정 전문 에이전트'로 소개하며 "고객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인 시간을 돌려주겠다"는 목표를 밝히며 사업 방향성을 명확화했다. 지난 3월 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게시글에서도 "궁극적으로 '공간의 지휘자' 역할을 하는 로봇을 도입해 가정 전체를 조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3월에는 LG전자가 지분 투자한 중국 휴머노이드업체 애지봇을 찾아 양산 체계와 데이터 학습 인프라, 액추에이터 공급망을 직접 점검한데 이어 7월에는 CEO 직속 로보틱스사업센터를 출범시켰다. 단순 로봇 관련 기술개발 넘어 향후 상용화, 사업화 등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셈법이다.
남은 하반기는 개발 중인 로봇 실증 및 엔비디아와 만드는 휴머노이드의 완성도 확보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우선 휠베이스형 LG클로이드를 미국 테네시 세탁기 생상라인에 투입할 계획이다. 실제 환경에서 성능 및 활용성 검증을 통해 적용 범위 확대 여부도 구체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함께 내년 1분기 공개될 이족보행 휴머노이드의 완성도가 류 대표의 로봇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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