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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조 쏟은 KB뱅크 대신 IT법인…KB금융의 인니 '고육책'
이세정 기자
2026-08-28 07:00:00
중간지주 아래 6개 금융사 결집…적자 탈출·반복된 내부통제 개선 관건
이 기사는 2026-08-27 08:03:42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도네시아 KB뱅크 전경. (출처=KB국민은행)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KB금융그룹이 인도네시아 현지 금융 계열사를 중간지주사 아래 묶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한다. 신한금융그룹이 현지 은행을 중간지주사로 전환한 것과 달리 KB금융은 오랜 기간 적자가 이어진 KB뱅크 인도네시아(국민은행 인니법인) 대신 기존 IT법인을 지주사로 활용한다. 현지 규제에 대응하는 동시에 계열사 관리체계를 일원화하려는 구상이다.


새 지배구조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그룹의 핵심 현지법인인 KB뱅크의 경영 정상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국민은행이 1조5000억원 넘는 자금을 투입했지만 KB뱅크는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규제보고 오류와 제출 지연 등 내부통제 문제도 수년째 반복되고 있어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이달 5일자로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으로부터 현지 금융지주회사 설립계획을 승인받았다. 별도 지주회사를 신설하는 대신 기존 KB데이타시스템 인도네시아를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세부적으로 국민은행이 보유한 KB뱅크 지분 66.88%를 새 중간지주사로 이전한다. 지배구조 개편은 승인일로부터 1년 이내 완료해야 한다.


중간지주사로 전환되는 KB데이타시스템 인도네시아는 KB데이타시스템이 지분 95.1%를 보유하고 있다. KB금융은 이 가운데 1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국민은행으로 넘겨 현지 중간지주사를 국민은행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이후 국내 계열사가 각각 보유하고 있는 현지 금융사 지분도 중간지주사 아래로 모은다.


KB증권의 KB발부리증권(지분율 65%), KB손해보험의 KB인슈어런스인도네시아(70%), KB국민카드의 KB파이낸시아멀티파이낸스(85%), KB캐피탈의 순인도국민베스트파이낸스(85%), KB자산운용의 KB발부리자산운용(70%) 등의 지분이 중간지주사로 이전될 예정이다. KB뱅크까지 포함하면 6개 현지 금융 계열사가 하나의 지배구조 아래 놓이는 셈이다.


KB금융이 인도네시아 지배구조를 손질하는 직접적인 배경은 현지 금융복합그룹 규제다. 인도네시아는 2023년 금융부문 발전·강화법을 통해 금융복합그룹에 대한 통합 감독 근거를 마련했고, OJK는 2024년 말 관련 세부 규정을 마련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금융그룹에 현지 금융지주회사 설립과 통합 관리체계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중간지주사로 어떤 법인을 선택했느냐다. KB금융보다 먼저 현지 당국의 승인을 받은 신한금융은 영업회사인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을 중간지주사로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반면 KB금융은 그룹의 핵심 현지법인인 KB뱅크가 아닌 사실상 비영업 법인인 IT회사를 금융지주사로 전환한다.


여기에는 KB뱅크의 취약한 자본 여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간지주사가 되기 위해서는 타 계열사 지분을 취득할 자금력과 자회사 자본 확충을 지원할 현금 실탄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KB뱅크는 자체 여신 운용조차 빠듯한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그동안 총 네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KB뱅크에 1조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지만 경영 정상화는 아직 진행형이다. KB뱅크의 올 상반기 순손실은 41억원(지배주주순손실 29억원)으로 적자 상태다. 총자산은 7조7373억원에 달하지만 자본총계는 4000억원 수준이다. 단순 자기자본비율은 5.2%인데, 자체 영업을 위한 자본 관리와 별개로 다른 계열사 지분을 취득하고 자본확충까지 지원하는 중간지주사 역할을 추가로 맡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은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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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제미나이)

KB뱅크가 풀어야 할 숙제는 실적 정상화에 그치지 않는다. 현지 감독당국으로부터 규제보고 오류와 제출 지연 등으로 반복적인 제재를 받고 있다는 점도 새 지주체제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실제로 KB뱅크는 올 들어 6월 말까지 OJK와 중앙은행(BI)으로부터 총 18건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보고서 작성 오류와 지연 제출은 물론 거래자금 미결제, 보고 누락·테스트 미실시 등으로 부과된 과태료는 약 4500만원(원화 환산 기준) 상당이다. 과태료의 절대적인 금액보다 유사한 규제 위반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KB뱅크는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통합상업은행보고서(LBUT)와 금융정보서비스시스템(SLIK) 등 핵심 규제보고서의 기재 오류를 매년 반복했고, 사업계획·감사보고서 지연 제출 등으로도 수차례 제재를 받았다. 일회성 실수라기보다 보고·관리체계 전반의 취약성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단순 보고 오류를 넘어 지급결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비정상 자금이체 거래 발생으로 중앙은행 지급결제시스템 연결이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새 중간지주사가 그룹 차원의 통합 리스크 관리체계를 구축하더라도 KB뱅크 내부의 관리체계 개선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국민은행도 KB뱅크의 경영 정상화 계획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현지 금융지주사 설립 승인을 한 달여 앞둔 지난 6월29일 이사회를 열고 'KB뱅크 리커버리 플랜(경영정상화 계획) 주요 변경사항'을 보고받았다. 현지 지주체제 전환을 앞두고 본사 차원에서 KB뱅크의 정상화 전략과 관리체계를 재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의 인니 지배구조 개편이 완료되면 현재 국내 각 계열사가 현지 금융사를 각각 거느리는 병렬식 구조에서 '국민은행→현지 중간지주사→6개 현지 금융 계열사'로 이어지는 수직계열 구조로 전환된다. 중간지주사가 현지 컨트롤타워를 맡으면서 계열사별로 분산됐던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자본관리 등을 일원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반복된 보고 누락과 규정 위반 문제 역시 그룹 차원에서 통합 리스크 관리도 가능하다.


문제는 물리적인 지배구조 통합만으로 실적 개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새 중간지주사 체제가 은행·증권·보험·카드 간 실질적인 교차영업과 연계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KB뱅크의 자체 경쟁력이 회복되지 않으면 시너지 창출에 한계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KB금융의 지배구조 재편 완료 기한은 2027년 8월5일까지다. 향후 1년간 중간지주 체제 구축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1조5000억원 넘는 자금을 투입하고도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KB뱅크의 경영 정상화와 반복적인 내부통제 문제까지 개선할 수 있을지가 인도네시아 사업 재편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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