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친구 부부는 붐힐마을에서 처음 만났다. 물풍선을 놓으며 티격태격하다 연인이 됐고, 서른을 갓 넘길 때쯤 가족의 연을 맺었다. 어렵게 얻은 첫 아이 태명은 '우니', 뒤이어 찾아온 둘째의 태명은 '(로두)마니'로 지었다. 부부가 각자 좋아하던 캐릭터 이름을 그대로 썼다. 두 사람의 인연이 잉태된 지점을 기억하기 위한 작은 의식이자 다짐이었다.
어느새 ‘우니’는 초등학교, ‘마니’는 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게임의 수익성은 떨어졌지만, 이들 가족의 삶 속에서 크레이지 아케이드(크아)가 갖는 가치는 복리로 불어났다. 강대현 넥슨코리아 대표가 이용자와 쌓아 올린 관계와 신뢰를 ‘맥락 자본’이라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는 지난 6월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에서 AI 시대 게임 산업의 경쟁력이 단기간에 복제할 수 없는 '맥락'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지난 13일, '크아'는 25년 서비스에 마침표를 찍었다. 우니와 로두마니가 물풍선을 던지며 놀던 붐힐마을도 문을 닫았다.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을 좇아야 하는 기업의 '선택과 집중'은 불가피하다. 매출 기여도가 낮아진 게임을 영원히 운영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다만 회사가 경쟁력으로 내세운 이용자 경험과 커뮤니티가 서비스 종료와 함께 연기처럼 흩어질 수 있다는 역설은 씁쓸함을 남긴다.
그렇다고 서비스 종료가 곧 맥락의 소멸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NDC 당시 강 대표는 게임의 맥락을 이어갈 방안을 다각도로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메이플스토리 월드’와 같은 플랫폼을 활용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문은 닫혔지만 추억과 낭만이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질 여지는 남겨둔 셈이다.
그 방법이 반드시 대규모 후속작일 필요는 없다. 특정 기간에 여는 클래식 서버, 오프라인 버전, 혹은 이용자의 기록을 남기는 디지털 아카이브도 훌륭한 대안이다. 맥락은 회사가 홀로 축적한 자산이 아니다. 이용자가 기꺼이 내어준 시간과 관계가 더해졌다면, 종료 이후 그 흔적을 남기는 일은 호의가 아니라 게임사의 마지막 예의에 가깝다.
관건은 지식재산권(IP)의 이름과 세계관만 빌려오느냐, 원작의 플레이 경험과 이용자가 만든 문화까지 담아내느냐다. 맥락 자본은 낯익은 캐릭터를 상품화하는 것만으로 계승되지 않는다. 이용자들이 쌓은 경험과 관계가 다음 공간에서도 이어질 때 비로소 맥락도 복리로 불어난다. 크아 종료 이후 넥슨이 내놓을 청사진은 회사가 강조한 맥락 자본이 IP 활용 논리에 그칠지, 이용자와 쌓은 시간에 대한 책임 있는 약속으로 이어질지 가늠할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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