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최근 방위사업청이 뇌물 혐의 기소와 연계해 이미 수주·착수된 방위력 개선 사업이라도 범죄와의 인과관계가 확인될 경우 계약 해제·해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원칙적 입장을 내놓으면서 업계 파장이 일고 있다. 이미 본궤도에 오른 '한국형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을 둘러싼 실무적 파장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방사청은 공소장을 토대로 신중한 검토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미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상황에서 사업 취소와 재입찰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다. 법적 인과관계와 실효성을 두고 업계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딜사이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형 전자전기 사업은 이미 올해 1월에 착수돼 연구개발(R&D)이 진행 중이며, 기체 개조를 위한 항공기 도입 절차 등 실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부터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에 참여해 비행체 종합과 기체 개조·제작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전자파학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전자파 및 항공우주 분야 기술 협력을 확대하는 등 사업을 차질 없이 순항시키고 있다. 중도 해지가 현실화될 경우 이미 집행된 착수금의 정산과 진행된 개발 성과의 귀속 등 복잡한 법적·실무적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사업 주관사인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는 임직원 기소 사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이번 사업과의 연관성은 명백히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선을 긋고 나섰다.
LIG D&A는 공식 입장을 통해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대한 보도에 신중을 기해달라"면서 "일부 언론 등에서 제기된 바와 같이 해당 공무원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과제는 전자전기 사업의 핵심기술요소와 연관성이 없고, 적용 대상 무기체계 또한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전자전기 사업은 공정한 평가 과정을 거쳐 큰 점수 차로 선정된 초고난도 프로젝트"라며 "연관성이 없는 일부 과제로 인해 사업 주관사 선정 취지를 폄훼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 같은 LIG 측의 반박을 뒷받침하듯, 방산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사안이 실제 계약 해지로 이어지기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검찰이 수개월 동안 수십 차례의 압수수색 등 고강도 수사를 벌였음에도, 해당 비리 혐의가 전자전기 사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특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업계 관계자는 “반년 가까운 수사에도 뚜렷한 직접 연관성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이미 7개월 이상 진행돼 기체 도입과 개발이 본궤도에 오른 사업을 뒤늦게 재입찰하는 것은 행정적·현실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재입찰로 인해 LIG D&A가 빠지고 한화가 사업을 가져간다면 방산 독식 구조가 생길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미 KAI 인수에 나선 한화를 두고 국내 방산 시장의 주도권 다툼과 독식 구조를 우려하는 시선이 커지고 있다. 방산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다수의 플레이어가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시장 내 역학 구도를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공소장·범죄일람표 등 수사결과를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관련 법령·규정 및 계약조건에 따라 계약 해제·해지와 기지급금·개발성과 처리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선행과제와 본사업의 평가절차 등도 사실관계 확인 후 종합적으로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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