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기간 설정

박상진이 쥔 한진칼 캐스팅보트…긴장한 조원태 vs 호반
이슬이 기자
2026-08-28 08:00:00
산업은행 보유한 10% 블록딜 가능성…정책금융 항공업계 재편 끝난 마당이라 특정주주 기울지 않을 듯
이 기사는 2026-08-27 17:12:06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칼 지분 구조-2.jpg
한진칼 지분 구조(그래픽=딜사이트 오현영 기자)

[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절차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분쟁 당시 '백기사' 역할을 하며 한진칼 지분을 확보했던 KDB산업은행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최근 호반이 한진칼 지분을 더 늘렸고, 캐스팅보트를 쥔 산업은행은 결정 권한을 가진 회장이 바뀐 터라 경쟁 구도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보유 중인 한진칼 지분 처분 방안을 두고 블록딜 방식 등 내부적으로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산업은행이 항공산업 구조개편이 완료될 때까지 한진칼 지분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온 만큼 오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지분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2020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하면서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구체적으로 5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와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하면서 한진칼 지분 10.66%를 확보했다. 당시 조원태 회장 측과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구성된 3자연합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었던 만큼 산업은행이 조 회장의 핵심 백기사로 등장하면서 경영권 분쟁도 사실상 일단락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국책은행이 자금을 투입해 특정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에 힘을 실어줬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 조원태 백기사는 사라졌다


산업은행 보유 지분 매각이 주목받는 이유는 한진칼의 아슬아슬한 지배구조 때문이다. 2022년부터 꾸준히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을 늘려온 2대 주주 호반그룹(호반건설 등)의 지분율은 19.39%에 달한다. 반면 조원태 회장 등 특수관계인 우호 지분은 19.79%로 양측의 격차가 불과 0.4%p에 그쳐 사실상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산업은행 지분이 향후 누구의 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최대 주주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매도자인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단순히 가격만 보고 매수자를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특정 기업이나 인물에게 지분을 넘길 경우 또다시 국책은행이 민간기업의 경영권에 개입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한진칼의 주요 주주 간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은행 지분이 특정 주주에게 집중될 경우 기존 지배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20년 벌어졌던 1차 조원태 회장과 KCGI의 경영권 분쟁에서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자하는 결정을 내리고 결과적으로 백기사 역할을 했다. 산업은행이 당시 확보한 10.66% 한진칼 지분은 항공산업 재편이라는 산업정책적 목적이 있다고 판단됐다. 여기에 금융위원장 출신 김석동 씨가 한진칼의 독립 사외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이 되면서 정부의 의중이 조원태 회장의 연임 지속에 있다는 관측을 낳게 했다.


그러나 이동걸-김석동-조원태로 이어진 연결고리는 6년 만에 사려졌고 현재 산업은행장 박상진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학동기동창이자 죽마고우로 전 정부의 판단을 승계할 당위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박상진 회장은 산업은행 사상 첫 내부 출신 회장으로 취임 이후 강조한 것도 특정 기업 지배주주 지원보다는 산업구조 재편과 정책금융에 있다.


결국 산업은행으로서는 투자금 회수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특정 주주의 경영권 강화로 해석될 수 있는 매각은 피해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은 700만주(706만2146주)가 넘는 만큼 이를 장내에서 단기간에 대규모로 처분할 경우 주가 급락 등 시장에 미칠 충격도 고려해야 한다.

◆ 산업은행 한진칼 10% 블록딜 가능성


업계에서는 다수의 기관투자자에게 지분을 나눠 파는 분산 매각 형태의 블록딜을 사실상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경영권 참여 목적이 없는 국내외 연기금이나 우량 자산운용사 등 복수의 투자자에게 지분을 분산해 넘기는 방식이다. 특정 주주에게 지분이 집중되는 것을 피하면서도 대규모 물량을 장내 매각보다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부담이 적다. 특정 세력의 경영권 장악을 돕지 않았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는 동시에 700만주에 달하는 물량을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산업은행 지분이 시장에 분산된다고 해서 한진칼의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산업은행이라는 대형 주주가 빠지면서 조 회장 측과 호반그룹 간 지분 경쟁이 더욱 직접적인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양측의 지분율 차이가 0.4% p에 불과한 만큼 산업은행 지분을 받아가는 기관투자자들이 경영권에 관여하지 않더라도 향후 주주총회에서 어느 쪽에 우호적인 표가 모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회장 측으로서는 산업은행 지분이 시장에 풀리기 전에 우호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기존 주주들과의 결속을 강화할 필요가 커졌다. 호반그룹 역시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늘려온 만큼 산업은행 지분 매각을 계기로 추가 매입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산업은행이 누구에게 지분을 넘기느냐뿐 아니라 매각 과정에서 어느 쪽이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서느냐가 향후 지배구조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