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컬리가 오랜기간 시장에서 받아온 의구심에 숫자로 답하기 시작했다. 새벽배송 시장을 열고 빠르게 외형을 키우는 동안 컬리를 따라다닌 의문은 '그래서 언제 돈을 버느냐'였다. 컬리는 투자금이 몰리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급팽창했던 시기에도 대규모 적자를 이어가면서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심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종훈 컬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1일 딜사이트와 만나 "저희 사업은 변동성이 큰 구조가 아니다"며 "좋은 방향으로 가기 시작하면 느리지만 꾸준히 개선되고 한번 궤도에 오르면 크게 흔들리지 않는 특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컬리는 2015년 업계 최초로 새벽배송을 시작한 뒤 대규모 투자 유치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급격히 성장했다. 실제 2018년 1500억원대였던 매출은 2020년 1조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주문 증가를 따라잡기 위해 물류 인프라 투자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수익성 개선은 뒤로 밀렸다.
김 CFO는 "당시에는 여러 물류센터를 놓고 비교해 선택할 여유가 없었다"며 "늘어나는 주문을 처리하는 게 우선이어서 수익성 개선이 기대보다 더뎠다"고 설명했다.
컬리는 코로나 특수가 끝나기 시작한 2022년 하반기부터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 정상화에 집중했다. 같은 기간 시장도 빠르게 재편됐다. 투자 호황기 등장했던 버티컬 이커머스 업체들이 잇따라 사라지고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온라인 확장도 힘이 빠졌다.
김 CFO는 "과거에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언제 옥석이 가려질지가 늘 화두였는데 최근 몇 년 사이 정말 많은 재편이 일어났다"며 "오랫동안 버티다 보니 좋은 기회가 왔고 지금은 훨씬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CFO는 컬리를 일반적인 이커머스 플랫폼과 같은 잣대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컬리는 상품을 직접 매입하고 재고를 보유한 뒤 물류센터에서 주문을 처리하고 배송까지 책임지는 1P 사업자다.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3P 플랫폼과 달리 상품 원가와 물류비가 함께 발생한다. 재무적으로는 원재료를 매입해 공장을 돌리는 제조업과 비슷한 구조다.
김 CFO는 "1P 사업자는 제조사와 닮은 점이 많다"며 "물류센터 역시 공장을 돌리는 것처럼 가동률과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단기간에 높은 이익률을 내기는 어렵지만 한 번 규모의 경제와 효율화가 자리 잡으면 손익이 급격히 흔들릴 가능성도 낮다는 얘기다.
컬리의 최근 수익성 개선 역시 특정 비용 하나를 줄인 결과가 아니라고 밝혔다. 매입 규모 확대에 따른 원가율 개선과 물류센터 자동화, 주문 밀집도 상승에 따른 배송 효율 개선, 포장비 절감 등이 수년간 누적되면서 손익분기점(BP)을 넘어섰다는 설명이다.
김 CFO는 "어느 한쪽이 갑자기 좋아진 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조금씩 개선이 쌓였다"며 "시장 일각에서는 어느 순간 컬리 실적이 갑자기 좋아졌다며 놀라워 했지만 실제로는 원가와 물류·배송 등 사업 전반에서 수익성 개선이 계속 누적돼 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1.7%에 그쳤던 컬리의 EBITDA 마진은 올해 상반기 5.7%까지 뛰었다. 상반기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7.7%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3.5%를 기록했다.김 CFO는 올해 연간 매출 성장률이 30%에 육박하고 현재 수준의 영업이익률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흑자 기반을 확보한 컬리의 다음 과제는 성장이다. 특히 해외에서는 한국에서 구축한 새벽배송 모델을 그대로 복제하기보다 상품 경쟁력을 활용하는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 CFO는 "해외에서 한국처럼 물류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공급망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저희가 가진 브랜드와 상품력을 활용하는 게 맞다고 보고 있다"며 "오히려 제조사처럼 해외에서 상품을 유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컬리는 별도의 해외 영업조직을 두고 미국 주요 유통업체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서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역직구 방식에서 나아가 일부 물량을 현지에 확보한 뒤 미국 내에서 배송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기업공개(IPO) 역시 다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김 CFO는 기업공개 자체를 목표로 사업을 운영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1~2년 동안은 예전처럼 현금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계속 쌓이고 있다"며 "회사가 해야 할 일을 잘하고 좋은 성적표를 내면 IPO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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