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국산 전투체계와 레이다 등 새 장비가 실리는 KDDX(한국형 차기구축함)를 두고, 정작 이를 설계할 수상함 전문 인력이 충분한지 우려가 나온다. 국내 함정 건조는 수상함과 잠수함으로 갈려 인력이 양성돼 왔는데, 상세설계·선도함 건조를 맡은 한화오션은 그동안 잠수함에 주력해 수상함 설계 인력을 새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력을 제때 길러내지 못하면 2032년 선도함 인도 일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함정 인력이 나뉘어 온 배경에는 건조 주체의 분업이 있다. 이지스 구축함·호위함 등 수상함은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부터 선도함 건조까지 맡아 왔고, 장보고-Ⅲ 등 국산 잠수함은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담당해 왔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 한화오션은 잠수함 설계 인력을 중심으로 조직을 꾸려 왔다.
하지만 수상함인 KDDX의 상세설계·선도함 건조를 잠수함에 강점을 둔 한화오션이 맡게 되면서 그 공식이 깨졌다. 문제는 수상함과 잠수함의 설계가 서로 다른 전문 영역이라는 점이다. 잠수함 설계에 특화된 인력을 그대로 수상함에 투입하기는 어렵다. 결국 한화오션으로서는 KDDX를 위한 수상함 설계 인력을 새로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와 관련해 한 방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수상함과 잠수함은 특성이 달라 양쪽을 동시에 설계·건조하기가 쉽지 않다"며 "한화오션이 KDDX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수상함 설계 전문 인력을 별도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상함 설계 인력은 단기간에 길러지지 않는다. 이 관계자는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이수했다고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설계와 건조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선체·추진·무장·센서 등 분야별로 최소 5년 이상의 경력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KDDX는 설계 난도도 높다. 국내 수상함 최초로 통합마스트에 다수의 센서를 통합하는데, S밴드·X밴드 레이다에 전자전 장비까지 서로 다른 주파수를 쓰는 장비 간 간섭을 잡는 일이 최대 난제로 꼽힌다. 통합마스트의 크기와 무게가 설계 단계보다 커지면 함정의 복원성에 영향을 줘 선체 설계를 다시 손봐야 할 수도 있다. 경험 있는 설계 인력이 그만큼 더 필요한 셈이다.
인력 이동은 회사의 인사·보안과 맞물린 사안으로, 조선소 간에 실제로 얼마나 오가는지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한 조선 업계 관계자는 수상함 설계 인력을 두고 "별도로 확보해야 하는 다른 전문 영역"이라며 "수출용 함정을 비롯한 기존 사업들이 겹쳐 인력이 이미 최대로 가동되고 있어, 여기서 인력이 빠져나가면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한화오션은 수상함 역량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잠수함뿐 아니라 수상함 기술 경쟁력도 보유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KDX-Ⅰ·Ⅱ·Ⅲ 사업을 모두 수행했고, 현재 울산급 호위함 배치-Ⅲ 5·6번함과 배치-Ⅳ 1·2번함을 건조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노르웨이·태국 등 해외 수상함 수주 실적도 근거로 들었다. 다만 한화오션이 제시한 실적은 건조 중심으로, 상세설계 인력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결국 관건은 전력화 일정에 맞춰 수상함 설계 인력을 확보·양성할 수 있느냐다. 방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설계 단계에서 인력이 부족하면 그 여파는 건조 이후로 넘어간다"며 "건조를 마치고 해상 시운전에 들어갔을 때 경험 부족으로 문제가 쌓이면, 해군 인도 일정이 늦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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