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방위사업청이 지난달 31일 한화오션과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총사업비 7조8000억원, 7000t급 구축함 6척을 국산 기술로 짓는 첫 한국형 이지스구축함 사업이다. 선도함은 2032년 해군에 인도되고, 후속함 5척은 2028년 말부터 발주돼 2036년까지 인도된다. 남은 관심사는 후속함 5척의 배분이다. 한화오션이 독식할지, HD현대중공업과 나눌지를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하지만 KDDX의 진짜 쟁점은 물량 배분이 아니다. 여러 주체가 하나의 함정을 나눠 수행하는 구조에서 결함이 발생했을 때 책임을 어떻게 가를 것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다.
KDDX는 기본설계(HD현대중공업)와 상세설계·선도함 건조(한화오션)의 수행 주체가 갈린 사업이다. 통상 기본설계 단계에서 조선소는 함정에 탑재될 장비를 선정하고 그 규격을 반영해 전체 구조를 설계하며, 상세설계는 이를 제작 도면으로 구체화한다. KDDX는 통합 마스트와 통합전기추진체계가 국내 함정 최초로 적용되는 구축함이다.
방사청은 대드론방어체계와 5G 기반 통합통신, 디지털트윈 기반 설계·건조 기술 등 기본설계 이후 발전된 최신 기술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함정에 처음 적용되는 체계가 다수 포함되는 만큼 향후 문제가 발생하면 그 원인이 기본설계와 상세설계, 건조, 부품 조달 가운데 어느 단계에서 비롯됐는지를 규명하는 과정도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설계와 건조 주체가 나뉜 함정에서는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된 사례가 있다.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2011년 기본설계를 맡고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나눠 건조한 대구급 호위함(FFG Batch-Ⅱ)이 대표적이다. 이 함정은 2022년 1척에서 배관 결함이 처음 발견됐다. 연료탱크를 관통하도록 설계된 평형수 배관에 구멍이 나면서 새어나온 해수가 연료탱크로 유입됐고, 이후 8척 가운데 절반 이상에서 유사한 문제가 확인됐다. 배관 교체 비용은 수십억원으로 추산된다.
결함의 원인은 하나가 아니었다. 배관이 연료탱크를 관통하도록 설계된 구조 자체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한편, 최초 결함 함정에는 승인받지 않은 재질의 스테인리스가 협력업체 착오로 일부 사용됐고, 다른 함정에서는 승인된 재질의 배관에서도 구멍이 났다. 결국 설계와 건조, 부품 조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결함의 원인을 하나로 특정하기 어려웠고, 책임 소재 역시 쉽게 가려지지 않았다.
지난해 5월까지도 책임 소재는 정리되지 않았다. 스테인리스 배관이 사용된 경위를 두고 한화오션은 설계 변경 시 보고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지만, 방사청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HD현대중공업은 설계대로 건조했으므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한화오션이 건조한 함정의 수리비는 한화오션이 부담하기로 했으나,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함정의 수리비 부담 주체는 정해지지 않았다. 군과 방사청, 각 업체는 스테인리스가 사용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기술 검토 회의를 진행했고, 방사청은 수리 비용과 귀책 여부에 관한 법률 검토를 이어갔다.
대구급 호위함의 결함이 설계와 건조 주체가 갈린 구조 자체에서 비롯됐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이 사례가 보여준 것은 배관 결함 자체보다, 여러 주체가 하나의 함정을 나눠 수행할 경우 결함이 발생했을 때 책임을 명확히 가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라는 점이다. KDDX도 유사한 구조적 조건을 안고 있다. 후속함은 상세설계 도면을 바탕으로 양산하는 만큼 어느 조선소가 건조하든 결과물의 편차는 크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조선소가 더 많은 물량을 가져가느냐가 아니다. 결함이 발생했을 때 그것이 기본설계와 상세설계, 건조, 부품 조달 가운데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다.
그 기준은 함정이 완성된 뒤가 아니라 후속함 발주와 계약 단계에서 미리 정해져야 한다. 각 주체의 책임 범위와 하자 발생 시 비용 분담 원칙을 계약에 명확히 담아두지 않는다면 KDDX 역시 대구급처럼 귀책 여부를 둘러싼 소모적인 공방을 반복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후속함 배분을 둘러싼 논쟁보다 먼저 정리돼야 할 것은 책임의 경계다. 후속함 배분이 정해지지 않은 지금, 그 기준을 세울 마지막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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