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KDDX(한국형 차기구축함)는 전투체계까지 우리 기술로 채우는 첫 국산 이지스급 구축함이다. 총사업비 7조8000억원을 들여 7000t급 구축함 6척을 건조하며, 선도함은 2032년 말 인도될 예정이다. 전투체계와 레이다, 함대공유도탄 등 핵심 장비를 국산으로 채운다는 점에서 방산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다만 처음 적용하거나 아직 개발 중인 신기술이 한 함정에 여러 개 겹치는 만큼, 각 기술이 일정 안에 제 성능을 입증하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급 구축함은 원거리에서 다수의 적기와 미사일을 동시에 탐지·추적해 요격하는 함정이다. 함대의 방공을 책임지는 핵심 전력으로, 그동안 우리 해군의 이지스함은 미국산 전투체계와 장비에 상당 부분 의존해 왔다. 정부는 2036년까지 KDDX 6척을 모두 전력화할 계획이다.
국내 수상함에 없던 방식도 처음 적용된다. 함정을 움직이는 추진력을 전기로 만들어 쓰는 통합전기 추진체계다. 엔진의 회전력을 축으로 그대로 전달하던 기존 기계식과 달리, 발전기로 전기를 생산해 추진 전동기를 돌린다. 일반적으로 소음이 줄고 함내 전력 운용에 여유가 생기는 방식으로 꼽히지만, 국내 수상함에는 검증 이력이 없다.
통상적인 함정은 이미 성능이 확인된 장비를 조합해 건조하는 반면 KDDX는 처음 적용하거나 아직 개발 중인 장비가 동시에 올라간다. 각 장비가 전력화 일정에 맞춰 검증을 마칠 수 있느냐가 사업 완성도를 가르는 첫 변수로 꼽힌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보통 함정은 이미 완성된 장비를 얹어 건조하지만, KDDX는 함정과 장비를 동시에 개발하는 구조"라며 "장비 개발이 지연되면 함정 건조가 끝나도 전력화가 함께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비별로 개발 단계도 제각각이다. 미국산 SM-2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 중인 함대공유도탄-Ⅱ는 최근 상세설계검토(CDR)를 마쳤다. 설계는 확정됐지만 실제 표적을 요격하는 시험평가가 남아 있다. 개발을 맡은 LIG D&A는 2030년까지 체계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다기능위상배열레이다와 함정용전자전장비-Ⅱ는 개발이 진행 중이다.
신기술이 일정 안에 제 성능을 입증하면, 우리 해군은 외국 기술에 기대지 않고 이지스함을 건조·정비·개량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다. 장비 도입과 정비를 해외에 맡기며 치르던 비용과 시간이 줄고, 함정 수출 시 국산 장비를 앞세울 여지도 생긴다. 핵심 무기체계를 독자적으로 통제한다는 점은 안보 측면의 이점으로 꼽힌다.
반대의 경우 검증되지 않은 장비를 여럿 동시에 탑재하는 만큼, 한 장비의 개발이 지연되면 그와 연동된 다른 체계는 물론 함정 건조·시험 일정까지 함께 밀릴 수 있다. 함대공유도탄-Ⅱ의 요격 시험이 늦어지거나 레이다·전자전 개발이 지체되면, 2032년 선도함 인도 일정이 흔들릴 수 있다. 신기술이 겹친 만큼 각 체계가 안고 있는 위험도 함께 겹치는 셈이다.
결국 KDDX의 완성도는 개별 기술의 성능만이 아니라, 이들을 정해진 일정 안에 하나씩 검증해 함정에 안착시키는 역량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신기술이 많을수록 관리해야 할 변수도 늘어나는 만큼, 개발과 건조를 얼마나 촘촘히 맞춰 가느냐가 사업 전체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겹겹이 쌓인 신기술을 일정 안에 하나씩 검증해 내면, KDDX는 국산 이지스함의 기준이 되는 첫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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