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한화오션이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선도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후속함(2~6번함) 5척의 물량 배분 방식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오션이 상세설계를 수행하게 된 만큼, 6척의 건조 물량을 양 조선소가 균등하게 나눠 가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딜사이트 취재를 종합하면 방사청은 이달 중 협상을 시작해 다음 달 말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선도함은 2032년 말 해군에 인도된다. 후속함 5척은 상세설계가 끝나는 2028년 말부터 순차 발주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방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는 수상함은 HD현대중공업이, 잠수함은 한화오션이 각각 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하는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며 "이번 사안에서는 명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정치적 요인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하면서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기존 원칙이 훼손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칙이 한 차례 깨진 만큼, 업계에서는 후속함 배분을 놓고도 상반된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한쪽에서는 이미 선도함에서 원칙을 벗어난 결정이 내려진 이상, 사업 연속성과 효율을 앞세워 한화오션에 물량을 몰아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반대쪽에서는 기본설계를 맡고도 선도함까지 놓친 HD현대중공업의 형평성 문제가 이미 불거진 만큼, 방사청이 이를 의식해 후속함 일부를 HD현대중공업에 나눠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방산 업계 고위 관계자는 "해군 내부에서도 수상함 설계 경험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한화오션이 기술적 도전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총 6척의 건조 물량은 양 조선소가 균등하게 분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함정사업에서 기본설계 업체가 후속함까지 독점한 전례는 많지 않다. 세종대왕급(배치Ⅰ) 이지스 구축함의 경우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 및 상세설계를 수행했으며, 선도함과 3번함은 HD현대중공업이, 2번함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건조했다.
잠수함도 마찬가지다. 울산급 호위함(FFX Batch-Ⅲ) 역시 기본설계 업체인 HD현대중공업이 선도함을 건조한 이후, 2~4번함은 SK오션플랜트가, 5·6번함은 한화오션이 맡아 분산 발주가 관행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다. 당시 2~4번함 수주전에서는 최저가를 제시한 SK오션플랜트가 물량을 가져갔으나, 가격만으로 낙찰이 결정되는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적정 가격 이상을 제출하면 가격 점수에서 만점을 받도록 제도가 보완됐다. 이후 진행된 5·6번함 수주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기술점수에서 앞섰지만 보안감점 때문에 한화오션이 물량을 가져갔다는 게 조선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이번 KDDX는 구조가 다르다는 점이 변수다. 기본설계(HD현대중공업)와 상세설계·선도함 건조(한화오션) 주체가 애초에 갈린 국내 최초 사례이기 때문이다. 통상 기본설계 단계에서 조선소는 함정에 탑재될 장비를 선정하고 장비 규격을 반영해 전체 구조를 설계한다. KDDX는 국내 함정 최초로 통합 마스트(Integrated Mast)와 통합전기추진체계가 적용되는 구축함이다. 설계 주체 분리에 더해 신기술까지 겹치면서, 상세설계 단계의 기술적 부담이 한층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배분 방식에 따른 리스크도 조선소별로 갈린다. 후속함을 나눠 지을 경우 아무리 정밀한 설계가 이루어졌더라도 각 조선소의 공정과 기술 적용 방식에 따라 일정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다만 주요 무장 및 추진체계는 상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선정한 장비를 기준으로 후속함에도 동일하게 적용·탑재돼 편차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반대로 한 조선소가 몰아서 건조할 경우 모든 함정이 동일한 사양으로 건조되면서 함정 간 차별성이 없어지는 한편, 건조 단계나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식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세계 최고의 군함을 건조해 수출하기 위해서는 KDDX 사업과 같이 기본설계와 상세설계 수행 주체가 분리되는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며 "방위사업청 역시 KDDX 사례와 같은 의사결정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치적 요인이 사업 결정에 개입되면서 KDDX 사업은 3년 이상 지연됐고, 이는 한국의 미래 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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