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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에 기술 점수 뒤진 한화, KDDX 놓고 '신경전'
조은비 기자
2026-06-24 07:00:00
기술 누른 보안감점…함정 수출 경쟁력 우려
이 기사는 2026-06-23 07:00:00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한화오션이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로 사실상 선정된 가운데, 이번 결과가 함정 획득 제도의 구조적 모순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능력평가에서는 HD현대중공업(73.2383점)이 한화오션(72.5958점)을 앞섰지만, 보안 감점이 최종 순위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군 출신 전문가는 "기술력을 가진 회사가 제도적 감점으로 탈락하는 것은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기본설계를 한 조선소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까지 맡도록 규정돼 있었지만, 이 원칙이 깨지면서 양 조선소가 대형함 사업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KDDX는 2028년 퇴역을 앞둔 광개토대왕함 등 노후 구축함 6척을 대체할 사업이다.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7조8000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자리를 놓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방위사업청은 이달 말까지 평가 결과를 설명하는 디브리핑 절차를 진행한 뒤 이르면 다음 달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최종 순위를 가른 것은 기술이 아닌 가·감점이었다. HD현대중공업에는 보안 감점 연장에 따른 불공정행위 이력 감점 1.2점이 적용되면서 가·감점 합계가 0.1292점에 그친 반면, 한화오션은 1.3584점을 받았다. 최종 점수는 한화오션 93.9542점, HD현대중공업 93.3675점으로, 기술평가의 0.6425점 차이가 뒤집혔다.


기술평가에서 앞선 업체가 제도적 감점으로 탈락한 이번 방식이 함정 사업에 적합한지를 두고 지적이 나온다. 선도함은 후속함 건조의 기준이 되는 첫 모델인 만큼 설계 완성도와 체계통합 역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군 출신 전문가는 "군함 설계는 복합적이고 전문성이 필요한 작업으로, 상세설계가 잘못되면 해군이 30년 이상 작전에 운용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정의 복원력, 모든 센서가 집약되는 통합마스트(Integrated Mast)와 선체의 체계통합, 함 선저에 장착되는 대형 소나(Sonar)의 통합, 각종 추진체계의 통합 문제 등을 우려 지점으로 꼽았다.


HD현대중공업은 보안 감점 연장 적용을 막아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현재는 평가 결과에 대해 방위사업청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방위사업청은 법원이 보안 감점의 적법성을 인정한 만큼 평가 결과에 따라 후속 절차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법적 절차상으로는 한화오션의 선정에 걸림돌이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절차와 별개로 제도 보완 필요성은 과제로 남는다. 이에 군 출신 전문가는 해법으로 과거의 전문화·계열화 제도 복원을 제시했다. 조선소별로 전문 분야를 정해 한 업체가 같은 함종을 일관되게 맡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는 “구축함 등 대형 전투함은 HD현대중공업이, 잠수함은 한화오션이 맡는 식의 제도적 정착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조선산업 역량을 기반으로 함정을 수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업체가 특정 함종에 역량을 축적해야 설계·건조 경험이 쌓이고, 이것이 수출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어 “지금은 양 조선소가 각자도생 형식으로 수출 경쟁을 하면서 대외 경쟁력도 떨어지고, 서로 가격을 낮춰 출혈경쟁을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번 선정이 향후 업계에 줄 신호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업체들이 좋은 함정을 설계하는 역량을 키우기보다, 경쟁사의 약점을 찾아 방위사업청에 알리는 데 더 매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조 과정에서 상세설계 검토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의 검증과 시험평가 단계의 진단이 세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화오션 측은 이번 KDDX 제안서 평가가 ‘기술점수’ 하나만으로 사업자를 정하는 절차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방위사업청이 정한 평가체계에 따라 기술능력, 비용, 가감점 요소를 종합해 국가 핵심전력 사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업체를 판단하는 절차라고 반박했다.


특히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는 단순한 함정 건조사업이 아니라 군사기밀, 방산기술, 체계통합 역량, 일정관리, 품질관리, 보안관리 능력이 모두 결합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이에 보안 위반 이력은 기술 외적인 부수 요소가 아니라, 해당 업체가 국가 핵심전력 사업을 신뢰성 있게 수행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본질적 평가요소라고 강조했다.


한화오션 측은 “HD현대중공업이 기술점수에서 일부 앞섰다는 주장을 하더라도, 그것이 곧 KDDX 사업 수행역량에서 월등하게 우위에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알려진 점수 차이도 고득점 업체 간의 제한적 차이에 불과하며, 기술점수 일부 우위를 전체 평가 결과보다 우선시하는 것은 방위사업 평가제도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화오션은 이번 평가 결과를 특정 경쟁사에 대한 유불리 문제가 아니라, 정해진 제도와 절차에 따른 종합평가의 결과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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