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한화오션이 7조8000억원 규모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이지스 구축함급 기본설계·상세설계 수행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사업 수행 과정의 리스크 요인이 거론된다.
한화오션이 보유한 이지스급 함정 건조 실적은 2010년 8월 해군에 인도된 율곡이이함(KDX-3 배치1 2번함) 1척뿐이다. 이마저 완성된 설계도를 토대로 한 양산함 건조 과정에서 사실상 생산설계만 수행한 것으로, 기본설계나 상세설계 단계의 연구개발 실적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세설계부터 검증, 장비 탑재, 체계통합까지 전 과정을 책임져야 하는 KDDX 선도함 건조와는 사업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KDDX 사업의 핵심 변수는 기본설계와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주체가 분리됐다는 점이다. 기본설계는 함정의 전력, 공간, 중량, 냉각, 배선, 장비 배치와 전투체계 연동 조건을 정하는 핵심 단계로, HD현대중공업이 2020년 12월 계약을 맺고 2023년 12월 완료했다. 상세설계·건조를 맡은 한화오션은 이 산출물을 넘겨받아 기술적 전제와 설계 의도를 처음부터 재해석하고 검증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원설계 의도를 서면 자료만으로 파악해야 하는 만큼, 상세설계 초기 단계에서 해석 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기본설계 결과물은 기본설계 종료 후 수행업체가 방위사업청에 제출하며, 상세설계 수행업체는 방위사업청으로부터 해당 결과물을 인계받아 상세설계를 수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함정 건조를 위한 요구사항과 기술적 사양은 방위사업청과 소요군이 관리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원설계사와 상세설계 수행업체 간 별도의 협의 채널은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기술적 협의가 필요한 경우에는 방위사업청이 주관해 조선소 간 기술협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설계사와의 상시 협의 채널이 없다는 것은, 기술적 의문이 생길 때마다 방사청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책임소재다. 선도함 건조 과정에서 설계 변경이나 장비 연동 오류, 성능 미달, 일정 지연이 발생할 경우 원인이 기본설계의 한계인지, 상세설계 과정의 해석 문제인지, 건조 품질 문제인지 가려내기 쉽지 않다. 같은 업체가 기본설계와 상세설계·건조를 함께 수행하면 내부적으로 조정 가능한 사안도, 주체가 나뉘면 계약상 책임과 기술적 귀책을 다투는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KDDX는 국내 함정 최초로 대용량·고출력 통합전기식추진체계(IEP)가 적용되는 사업이다. 전투체계와 추진체계, 센서, 무장, 자동화 장비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하는 만큼 상세설계 단계에서 장비 간 인터페이스를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기본설계 산출물을 넘겨받아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수행하는 구조에서는 설계 해석, 변경 관리, 시험평가, 책임소재를 둘러싼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장비 연동오류 또는 성능미달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관련기관의 원인분석을 통해 발생 원인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게 된다"며 "이후 원인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규정과 계약에 따라 책임 소재를 판단하고 필요한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기본설계 인수 절차와 책임소재에 대해 "현 단계에서 답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경험 공백에 대한 인력·기술 보강 계획을 묻는 질의에는 "KDDX 개념설계를 통해 통합전기추진체계, 통합마스트, 통합네트워크, 병력절감 자동화 기술 등 첨단 함정을 위한 핵심기술 기반을 마련했다"며 "신개념 함정 설계와 생존성 향상을 위한 자체 연구 등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고 답했다.
아울러 지난해 자체 기본설계로 영국 로이드 선급(Lloyd's Register)의 설계 인증(AiP)을 획득한 차세대 전략수상함 사례, 울산급 배치-Ⅲ·Ⅳ 건조 과정에서 적용 중인 블록 대형화 공법 등도 KDDX 건조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방사청과 한화오션의 설명만으로는 경험 공백과 책임소재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한 방산 업계 관계자는 "방사청의 원인분석 절차는 문제가 불거진 이후의 사후 대응인 만큼, 사전에 원인 분담 기준을 규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한화오션이 언급한 차세대 전략수상함과 울산급 역시 각각 전략수상함, 호위함으로 이지스 구축함과는 함급이 달라 경험 공백에 대한 근본적인 답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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