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한화비전이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로 인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 주가에 따라 분기 손익이 크게 움직이는 상황에 놓였다. RSU 보상 기준이 한화에어로 주가에 연동돼 있어 주가가 오르면 평가손실이, 내리면 환입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화비전은 올해 2분기 처음으로 주가수익스왑(PRS)을 체결하며 위험회피(헤지)에 나섰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비전은 한화에어로 보통주 19만3630주를 기준으로 한 현금결제형 RSU 약정을 보유하고 있다. 총부여액은 109억원으로 주당 5만6190원 수준이다.
RSU는 일정 기간의 근속·성과 조건을 충족하면 주가에 연동된 보상을 지급하는 장기성과 보상 제도다. 실제 주식을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화에어로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보상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한화그룹은 2020년 국내 상장사 중 처음으로 RSU를 도입했다. ㈜한화, 한화에어로, 한화솔루션 등 계열사 임원을 중심으로 시행한 뒤 지난해부터 팀장급 직원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한화비전의 전신인 구(舊)한화비전도 2020년 2월 임원보수규정을 개정해 RSU를 도입했다. 당시 한화비전은 한화에어로의 완전자회사로 별도 상장 주식이 없었다. 이에 모회사인 한화에어로 보통주 주가를 기준으로 RSU를 산정하고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해당 주가에 연동된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2024년부터다. 한화에어로는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법인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를 설립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켰다. 이 신설법인이 이듬해 한화비전을 흡수합병하면서 사업지주회사인 현재 한화비전으로 전환됐다. 합병 과정에서 기존의 RSU 제도가 그대로 승계됐다.
◆ 한화에어로 주가 따라 RSU 부채 출렁
이렇다 보니 한화에어로 주가 움직임에 따라 한화비전의 손익이 좌우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화비전은 임원에게 향후 현금으로 지급할 RSU 보상 예상액을 재무제표상 부채인 '주식기준보상거래와 관련해 인식한 부채'(RSU 관련 부채)로 미리 잡아둔다. 아직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았으나 향후 지급이 예상되는 보상액을 부채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렇게 잡아둔 RSU 관련 부채는 분기마다 한화에어로 주가를 반영해 다시 산정한다. 주가가 오르면 임원에게 지급할 미래 보상액도 늘어나고 그만큼 RSU 관련 부채가 증가한다. 이때 전분기보다 늘어난 부채 금액이 해당 분기의 손익에 비용으로 반영되며 한화비전은 이를 손익계산서상 '기타금융부채평가손실'로 인식한다. 반대로 주가가 내려 보상 예상액이 줄면 기존에 잡아둔 RSU 관련 부채가 감소하고 그 감소분은 평가이익으로 환입된다.
한화에어로 주가는 3월말 125만원까지 올랐다가 6월말 99만원으로 20% 빠졌다. RSU 관련 부채도 이를 따라 지난해말 1826억원에서 올 3월말 2425억원으로 599억원 늘었다가, 6월말 1932억원으로 493억원 줄었다. 이 증감은 기타금융부채평가손실에 반영돼 1분기 600억원의 평가손실이, 2분기에는 493억원의 환입이 발생했다. 부채가 늘어난 폭과 평가손익 규모가 사실상 일치한다. 그 결과 한화비전은 1분기 140억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2분기에는 75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612억원이다.
◆ PRS로 헤지 나섰지만 효과는 3분기부터
이처럼 주가에 따라 순이익이 크게 변동하자 한화비전은 헤지에 나섰다. 한화비전은 지난 6월 RSU 부여 주식의 주가 변동 위험을 회피할 목적으로 매수인과 PRS를 체결했다. PRS는 기초자산 가격 변동에 따른 차액을 약정 상대방과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한화에어로 주가가 오르면 PRS에서 이익이 발생해 RSU 평가손실을 일부 상쇄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상반기에는 주가가 고점을 지나 하락하면서 PRS에서 112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헤지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PRS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3분기 실적부터 확인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구조가 상당 기간 유지된다는 점이다. 19일 한화에어로의 종가는 117만7000원으로 6월말 대비 18.9% 반등했다. 한화에어로 주가에 연동된 RSU의 가중평균 잔여만기는 5년이다. 2024년 3분기 기준 6.2년에서 줄었지만 보상 영향은 2030년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화에어로의 52주 최고가 165만5000원을 단순 대입하면 RSU 관련 부채는 3205억원까지 늘어난다.
이 같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한화비전은 추가 대응책으로 RSU 기준 주식을 변경할 수 있는 선택지도 마련했다. 합병 이후 한화비전에서 RSU를 받은 임직원 가운데 희망자는 한화비전 보통주를 기준으로 하는 RSU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전환 여부가 개인의 선택에 맡겨져 있어 회사가 일괄적으로 조정하기는 어렵다.
한화비전 관계자는 "주가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PRS 약정을 체결했으며 RSU를 부여받은 임직원 가운데 희망자는 한화비전 주가와 연동된 RSU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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