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차장] SK하이닉스의 2분기 컨퍼런스콜 실망감은 지금보면 불가피한 악재였다. ADR(미국주식예탁증서) 상장으로 인한 투자설명서 교부 의무기간(상장 후 25일) 내에는 새 주주환원책 발표는 결코 적지 않은 부담이다. 기존 투자설명서 보완이 없을 경우 미국 증권법상 중요 사실 누락 및 허위기재 등으로 인한 책임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정황을 사전에 고지했더라면 주주들의 기대감을 조금 순연시킬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실망감은 주가로 표출됐고, 컨콜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하이닉스 주식을 관련 법률상 최대한도(약 49억원)로 매입했다. 직접 주주 신뢰회복에 나섰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효과는 단기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교부 의무기간은 이달 4일까지였지만 최 회장의 재산분할 소송 재상고 결정기한(14일) 역시 새 환원책 발표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터다.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주환원 발표는 다양한 억측의 소재로 활용될 수 있어서다.
그런 측면에서 자사주매입·소각 발표를 내놓은 시점이 이달 19일이라는 것은 SK하이닉스로서 최대한 신속히 내놓은 일정으로 봐도 무방해 보인다. 40조원이라는 규모에 더해 향후 주주환원 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은 주주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다. SK하이닉스는 누적 잉여현금흐름(FCF) 50% 범위 내'로 규정했던 기준 주주환원 규모 기준을 '50% 이상'으로 변경해 차후 주주환원책부터 반영키로 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전체 FCF를 최대 200조원까지 전망한다.
이 시점에서 눈길이 멈추는 지점은 솔리다임이다. SK하이닉스의 손자회사가 된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향후 나스닥 상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했다. 해당 사안을 계속 살펴보고 있다는 의미다.
솔리다임의 전신은 SK하이닉스가 2020년 인수한 인텔의 낸드(NAN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부다. 202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흑자를 내고 있지만, 출범 초기에는 업황 침체로 대규모 손실이 났던 게 솔리다임의 과거다. 2023년까지 누적 순손실 규모는 약 8조원 수준에 이른다. 하이닉스 주주들이 모회사가 손실을 다 막아주면서 정상궤도로 오른 회사로 인식하는게 무리는 아니다.
해외 기업공개(IPO)에 중복상장이라는 굴레를 덧씌우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다만 중복상장이 내재한 딜레마를 그대로 공유한다는 점은 회피하기 어렵다. 실적 흐름, 사업상 중요도를 고려하면 솔리다임의 상장으로 인한 하이닉스 주주가치 훼손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개정 상법에 따른 주주 충실의무는 여기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근거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규정한 상법 382조는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금융당국 역시 해외 자회사 상장을 직접 심사할 수 없더라도 모회사 이사회의 주주 충실의무를 통해 규율 가능하다는 방향성을 세운 상태다. 지난달 23일 시행됐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첫 사례 측면에서 SK하이닉스가 주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솔리다임 상장 관련 재공시 예정일은 내달 4일이다. 눈길이 쏠리지만 해당 시점에서 구체적인 사안이 나오긴 쉽지 않아 보인다. 10월 나올 주주환원책에서 솔리다임 이슈가 어떻게 반영될 지 선제적으로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 설득력이 떨어지면 막대한 주주환원도 규모만큼 제대로 힘을 내지 못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계산법이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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