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제품군 확대와 공격적인 증설을 앞세워 한국 메모리 업체를 추격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CXMT가 최선단 공정에서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위협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변수는 빠르게 늘어나는 생산능력이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과 서버용 D램에 생산능력을 우선 배정하면서 범용 D램 공급이 빠듯해진 상황에서 CXMT가 대규모 증설에 나서고 있어서다. 과거에는 낮은 가격을 앞세워야 시장을 넓힐 수 있었던 중국 업체가 이제는 출혈 경쟁 없이도 범용 D램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CXMT는 범용 D램을 중심으로 생산량과 시장 점유율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CXMT의 매출 기준 점유율은 8%로 집계됐다. 삼성전자(38%)와 SK하이닉스(29%)에는 아직 큰 격차로 뒤져 있지만 세계 4위까지 올라서며 시장 내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CXMT가 범용 D램을 넘어 고성능 제품으로 개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중국 IT 업계를 중심으로 DDR5와 LPDDR5X에 이어 최근에는 LPDDR6 개발설까지 제기되고 있어서다. 현지 매체에서는 CXMT가 최대 12.8Gbps급 제품의 샘플을 일부 고객사에 공급했으며 올해 하반기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CXMT가 개발 여부와 양산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아 실제 진척 수준은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LPDDR6 개발 사실을 각각 공개한 바 있다. 만약 CXMT가 올해 LPDDR6 양산에 성공할 경우 한국 업체와 차세대 모바일 D램 제품을 내놓는 시차는 1년 안팎까지 좁혀질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CXMT가 아직 LPDDR6를 실제 양산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부 성능을 구현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를 실제 제품에 적용해 안정적인 성능과 수율을 확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LPDDR6는 그렇게 만만한 기술이 아니다”며 “CXMT가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 구현했는지를 두고 업계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개발설이 사실이라면 상당히 심각하게 봐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CXMT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도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HBM3 8단 대량생산 체제 구축을 추진하고 내년에는 12단 제품 양산까지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국 업체들이 이미 HBM4 양산과 차세대 제품 개발에 나선 데다 CXMT의 수율 역시 아직 한국 업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첨단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위협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규제로 최첨단 노광장비 확보가 쉽지 않은 점도 한계로 꼽힌다. CXMT는 극자외선(EUV) 장비 없이 심자외선(DUV) 기반 공정으로 선단 D램 개발을 이어가고 있어 공정 복잡도와 수율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이 교수는 “HBM4와 같은 제품은 10나노급 6세대(1c) D램 등 최선단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능을 맞추기 어렵다”며 “현재로서는 CXMT의 최첨단 제품 개발에는 원천적인 제약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범용 D램 시장에서 CXMT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과 선단 D램에 생산능력을 집중하면서 PC와 모바일 등에 쓰이는 범용 D램 공급이 빠듯해진 사이 CXMT가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리고 있어서다.
주목할 부분은 대규모 증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CXMT는 2028년까지 D램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 현재 웨이퍼 기준 월 30만장 안팎인 생산능력을 올해 말 35만장 수준으로 늘리고 2028년 말까지 약 50만장까지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허페이 2곳과 베이징 1곳의 기존 생산 거점에 더해 상하이와 허페이에 신규 생산시설을 짓고 있으며, 베이징 제2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커촹반(科创板) 상장을 통해 대규모 투자 재원도 확보했다. CXMT는 지난 7월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579억위안(약 13조원)을 조달했다. 이는 당초 계획한 295억위안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규모로, 생산라인 확대와 공정 고도화, 차세대 D램 연구개발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 계획한 증설이 현실화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생산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웨이퍼 기준 월 D램 생산량은 약 65만~70만장, SK하이닉스는 55만장으로 파악된다.
생산능력 확대는 최근 범용 D램 공급 부족과 맞물려 CXMT에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서버와 HBM에 생산능력을 우선 배정하면서 PC와 모바일 등에 쓰이는 범용 D램 공급이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전분기 대비 90~95% 상승한 것으로 추정했다.
게다가 D램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CXMT가 가격을 크게 낮추지 않고도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CXMT의 D램 평균판매가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업체보다 5~10% 낮은 수준까지 격차가 좁혀졌다. 중국 내 일부 시장에서는 CXMT 제품이 삼성전자 제품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실질적인 위협은 기술력보다 생산능력(CAPA)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선단 공정에서는 아직 기술 격차가 남아 있지만 범용 D램은 공급이 부족한 만큼 CXMT가 생산능력을 늘리는 것 자체가 곧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과거처럼 저가 공세에 나서지 않고도 한국 업체의 기존 물량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협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현재도 우리나라 업체의 생산능력(CAPA)이 부족해 중국 업체에 시장을 넘겨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에는 중국 업체들이 시장 파이를 빼앗으려면 출혈 경쟁을 감수해야 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고도 쫓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캐파 경쟁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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