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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반도체 시그널…주가 하락에도 메모리 "더 오른다"
송한석 기자
2026-08-06 11:00:00
AI 둔화·중국 증설 우려에 반도체주 급락…D램·낸드 가격은 최고치
이 기사는 2026-08-05 17:56:07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가 10나노급 6세대(1c) LPDDR5X 저전력 D램 기반 차세대 메모리 모듈 규격인 소캠(SOCAMM)2 192GB 제품을 본격 양산한다고 20일 밝혔다. (사진 제공=SK하이닉스)

[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우려와 중국 메모리 업체의 증설, 차익실현 매물 등이 겹치며 조정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AI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연되면서 반도체 피크아웃 논란이 나오고 있지만 펀더멘탈 우려보다는 레버리지ETF와 반대매매로 인한 개인 자금 청산 등 수급 문제가 더욱 큰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메모리 시장에서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다 하반기에도 추가 인상 전망이 나오면서 주식시장과 실제 업황이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주가는 향후 AI 투자 둔화 가능성을 선반영했지만 메모리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과도한 낙폭이라는 판단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4일 종가 24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고가였던 37만4000원과 비교하면 35.8%나 떨어졌다. SK하이닉스도 최고점(298만7000원) 대비 47.2% 줄어든 157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두 회사 주가는 가파른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데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까지 겹치며 낙폭을 키웠다. AI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단기간 급등했던 반도체주가 밸류에이션 부담과 투자심리 위축 속에 조정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생산능력 확대 계획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CXMT가 범용 D램 증설에 나서면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과 가격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CXMT와 국내 메모리 업체의 핵심 고객군이 겹치는 영역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고부가 메모리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미 주요 고객사와 안정적인 공급 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CXMT의 증설이 국내 업체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범용 D램 시장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 중국업체들이 국내 메모리업체의 기술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도 주가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거론된다. 지난 5월 말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거래되면서 주가 하락 과정에서 일일 리밸런싱에 따른 기계적인 매매가 기존 매도세와 맞물려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다만 레버리지가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며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주식시장과 달리 실제 메모리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7월 PC용 범용 D램인 DDR4 8Gb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4달러로 전월 21달러보다 14.29% 상승했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6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올해 1월 11.5달러와 비교하면 7개월 만에 108.7% 오른 수준이다.


메모리카드와 USB 등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 128Gb MLC의 7월 평균 고정거래가격도 전월 28.82달러보다 4.26% 오른 30.05달러를 기록했다. 낸드 범용 제품의 평균 거래가격이 30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올해 1월 9.46달러였던 7월까지 연초 대비 217.7% 뛰었다.


가격 강세는 3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일반 D램 계약가격이 전분기 대비 13~18%, 낸드플래시 계약가격은 10~15%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나타난 급격한 가격 상승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둔화하지만 가격 방향 자체는 여전히 위쪽이라는 의미다. 다만 메모리 가격이 이미 최고 수준까지 오르면서 PC와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원가 부담이 커진 만큼 소비자용 수요가 가격 상승폭을 제한할 가능성은 있다.


메모리 가격이 주가와 달리 꺾이지 않는 배경에는 AI를 중심으로 재편된 공급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HBM과 서버용 D램에 첨단 공정과 웨이퍼 생산능력을 우선 배정하면서 PC·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범용 D램 공급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DDR4 등 구형 제품의 생산 축소까지 겹치면서 소비자용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아도 공급 감소만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됐다.


낸드 시장도 비슷하다. AI 서버 확대와 함께 고성능 기업용 SSD 수요가 늘어나자 메모리 업체들이 수익성이 높은 기업용 제품에 생산을 우선 배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용 SSD와 모바일용 낸드 공급도 빠듯해졌다. 2027년 하반기부터 신규 생산능력과 고단 낸드 제품의 공급이 늘어나면 낸드 수급이 점차 완화될 수 있다고 예상되지만 그전까지는 기업용 SSD 수요가 가격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메모리 사이클은 가격 상승으로 업체 수익성이 개선되면 증설이 늘고, 늘어난 공급이 다시 가격을 끌어내리는 방식으로 반복됐다. 그러나 신규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장비를 설치한 뒤 고객 인증을 받아 실제 양산에 들어가기까지 3년 안팎이 걸리는 데다 현재 확보된 생산능력마저 HBM과 서버용 제품이 흡수하고 있어 가격 상승이 곧바로 공급 증가로 이어지기 어려워졌다.


결국 최근 주가 급락은 실제 메모리 고점론보다는 AI 투자 둔화 가능성과 중국 업체 증설 우려가 차익실현, 외국인 매도, 레버리지 청산과 맞물리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된 결과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가는 내년 이후 실적과 수요 변화를 미리 반영하지만 메모리 계약가격은 현재의 재고와 공급 부족을 반영하는 만큼 두 지표가 단기적으로 엇갈릴 수 있다는 평가다. 메모리 가격의 변곡점도 주가 하락 자체보다는 빅테크의 AI 설비투자 축소, HBM 주문 감소, 2027년 이후 신규 생산능력 가동 여부에서 확인해야 할 것으로 풀이된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 범용 D램 시장은 전방 세트 수요 변화에 따라 공급사들이 선제적으로 설비투자를 집행하고 사후적 공급 과잉으로 인한 판가 폭락을 주기적으로 맞이하는 대표적인 경기 민감형 자산이었다"면서 "현재 선단 공정 메모리 시장은 수요의 가시성을 사전에 확보한 후 라인을 증설하는 인프라 자산으로 성격이 근본적으로 재정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HBM4 세대부터는 메모리 제조사의 최선단 설비투자 자체가 CSP들의 사전 주문 데이터 및 파운드리 스케줄과 동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메모리 산업 전반의 다년 단위 실적 가시성을 확보함으로써 과거의 피크아웃 우려를 종식하고 멀티플 상한선을 들어 올리는 결정적 근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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