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SK실트론 지분이 1조원에 육박하는 재산분할금 지급 부담을 덜 수 있는 카드로 떠올랐다. 두산이 최 회장이 보유한 잔여 지분에 대한 별도 협상 여지를 열어두면서다. 다만 양도세를 비롯해 해당 지분을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보유하고 있는 만큼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취득원금과 TRS 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실제 손에 쥐는 금액은 지분가치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31일 두산은 SK실트론 지분 70.61%를 2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거래 대상은 SK㈜ 직접 보유 지분 51%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지분 19.6%다. 최태원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29.4%는 제외됐다.
이번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한 SK실트론의 전체 지분가치는 약 3조2600억원이다. 여기에 올해 1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 2조6088억원을 더하면 기업가치는 약 5조8700억원으로 평가된다. 전체 지분가치를 기준으로 단순 역산하면 최 회장이 보유한 잔여 지분 29.4%의 가치는 약 9580억원 수준이다. 이는 최근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최 회장에게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한 재산분할금 규모(9440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그간 최 회장의 재산분할금 재원 마련을 위해 보유 주식 담보대출과 SK㈜ 지분 매각, 배당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돼 왔다. 이번 거래로 SK실트론의 경영권이 두산으로 넘어가면서 잔여 지분 매각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최 회장이 2대 주주로 계속 남아있는 구조는 양측 모두에게 부담일 수밖에 는 상황으로 최 회장 역시 현금 확보가 시급한 만큼 잔여 지분을 계속 쥐고 있을 이유가 크지 않다는 평가다. 두산은 최 회장이 보유한 잔여 지분에 대해서도 별도 협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최 회장이 실제 손에 쥐는 현금은 예상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 2017년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와 TRS 계약을 체결해 2535억원에 SK실트론 지분을 인수했다. 증권사가 자금을 부담해 지분을 확보하고 최 회장은 SK㈜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대신 자산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을 취하는 구조다.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TRS 계약에 따른 원금과 관련 비용을 증권사에 지급해야 하는 데다 양도소득세까지 고려하면 실제 확보하는 현금은 지분가치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두산과 최 회장 측이 잔여 지분에 대한 가격 눈높이를 얼마나 좁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이미 경영권을 확보한 만큼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에 프리미엄을 매겨 비싼 값에 사들일 유인이 크지 않다. 반면 조 단위 현금 확보가 시급한 최 회장 측은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특히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근거로 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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