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삼성전자가 충남 천안·온양 사업장에서 처리해온 범용 메모리 후공정 물량 일부를 베트남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빠르게 늘자 국내 후공정 생산능력을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서다.
베트남에는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레거시 제품의 패키징·테스트 기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천안·온양에서는 HBM 생산능력을 키우고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범용 메모리 후공정은 해외로 옮겨 국내 생산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11월 가동을 목표로 베트남 타이응우옌성 옌빈 산업단지에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현지 당국에 환경허가를 받기 위해 제출한 제안서에 따르면 1단계 투자 규모는 약 15억달러(2조1255억원)로 알려졌다.
현지 사업을 담당할 법인 설립도 마쳤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Samsung Vietnam Semiconductor(SVS)'를 설립하고 신규 연결 종속기업으로 편입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는 SVS의 업종이 '반도체 생산'으로 기재돼 있다. 베트남 기업정보 조회 사이트 등에 따르면 SVS는 지난 3월13일 설립됐으며 주요 사업에는 반도체 소재·장치의 패키징과 테스트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 공장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레거시 메모리의 후공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해당 공장의 연간 최대 처리 능력은 D램 1533억기가비트(Gb), 낸드플래시 2556억Gb다. 로이터는 해당 공장이 첨단 제품보다 레거시 메모리를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천안·온양 사업장에서 운영 중인 범용 메모리 패키징·테스트 장비 일부를 베트남으로 순차 이전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구체적인 반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건축 공사가 마무리되고 클린룸 구축과 장비 반입이 진행되는 시기를 고려하면 내년 하반기부터 장비 이설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계획은 없다"면서 "공장 건설 이후 클린룸 조성과 장비 반입이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하반기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설비 가운데서는 범용 메모리용 장비가 우선 이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범용 메모리 후공정이 빠진 국내 생산 공간은 HBM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메모리 후공정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국내에서는 HBM 비중을 높이고 베트남에서는 일반 메모리 물량을 처리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나눌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범용 제품에 사용하던 장비를 중심으로 이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국내는 HBM을 중심으로 생산하고 베트남에서는 일반 메모리 후공정을 맡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최근 국내 투자계획도 이 같은 방향과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56조원을 들여 천안·온양을 차세대 HBM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HBM4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올해 HBM 매출도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국내 후공정을 모두 HBM으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내년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 투자 역시 상당한 규모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DDR5,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고부가 제품의 경우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후공정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선 관계자는 "내년에도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 투자 규모가 꽤 크다고 들었다"며 "기존 장비를 베트남 공장으로 이전한 후에 남은 부지에서 D램과 낸드 관련 장비를 들일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이에 베트남 후공정 공장 신설은 삼성전자가 제품별 생산 거점을 재배치하는 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천안·온양에서는 급증하는 HBM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첨단 후공정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베트남에서는 여전히 수요가 남아 있는 범용 D램과 낸드의 패키징·테스트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AI 확산으로 첨단·범용 메모리 모두 공급이 빠듯해진 상황에서 후공정 생산능력을 제품별로 나눠 활용하려는 전략인 셈이다. 베트남 정부 역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생산시설 유치를 통해 자국 내 반도체 산업 기반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 실익이 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 입장에서는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낮은 제품의 경우 마진이 적은 만큼 범용 제품에 대한 공정을 베트남으로 옮길 동기가 충분하다고 본다"며 "베트남 정부에서도 반도체 공장 설립을 적극 추진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 측은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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