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19일 경기도 의왕시 현대차그룹 의왕연구소 내 현대위아 모빌리티솔루션시험동. 제네시스 GV80에서 운전자가 내리자 오른쪽에 설치된 카메라 2대가 차체를 훑었다. 곧 납작한 로봇 2대가 차량 밑으로 미끄러져 들어갔고, 각 모서리에 설치된 라이다(LiDAR)가 바퀴 위치를 인식하자 팔 역할을 하는 '암(arm)'이 펼쳐져 차를 들어 올렸다. 잠시 뒤 주차 차단기가 올라가자 운전석이 빈 GV80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대위아가 보여준 미래 주차장 입구의 풍경이다.
현대위아는 이날 '주차솔루션 고객 초청행사'를 열고 다양한 주차 상황에 대응하는 주차로봇 기술을 시연했다. 이번 행사는 주차로봇의 공동주택 도입을 가능하게 한 최근 제도 변화에 맞춰 마련됐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주차장법 시행규칙'과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잇달아 개정해 주차로봇을 기계식 주차장치로 인정하고 공동주택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주차로봇 운용을 전제로 한 전용 주차장 설계가 가능해졌고, 주차면과 통로 역시 로봇 운행 방식에 맞춰 구성할 수 있게 됐다.
그간 현대위아는 제조 현장과 민간 시설에서 주차로봇 운영 경험을 축적해 왔다. 2023년 11월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 주차로봇을 처음 공급한 이후 현대차그룹 앨라배마 공장(HMMA),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에 공급해 운영하고 있다. 공동주택 적용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위아는 현대차·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기도 시흥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에서 국내 최초 공동주택 주차로봇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날 시연에 나선 현대위아의 주차로봇은 2대가 한 세트로 움직인다. 한 대가 앞바퀴, 다른 한 대가 뒷바퀴를 맡는 방식이다. 로봇의 크기는 높이 약 0.11m, 폭 약 1.2m, 길이 약 2.1m다. 최대 3.4톤(t)의 차량까지 들어 올릴 수 있다. 지상고가 매우 낮은 일부 스포츠카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승용차와 SUV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위아 주차로봇의 가장 큰 장점은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차량을 세울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 직접 운전해 주차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통상 약 6m가 필요한 차량 통로를 약 2.6m 수준까지 줄일 수 있고, 차량을 촘촘하게 배치하거나 2·3중으로 주차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관제시스템이 주차장 전체 상황을 파악해 필요한 차량을 자율적으로 재배치하기 때문에 기존 이중주차처럼 운전자가 직접 차량을 빼거나 옮길 필요도 없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 반복되는 주차 공간 부족과 이중주차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백익진 현대위아 모빌리티솔루션사업부장 상무는 "주차로봇의 가치는 단순히 차를 이동시키는 데만 있지 않다"며 "일반 자주식 주차 대비 주차 효율성을 최소 20%, 최대 50% 정도까지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현대위아 주차로봇은 입·출차뿐 아니라 이중주차와 돌발상황에도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중주차 상황에서는 안쪽 차량의 출차 요청이 들어오자 앞을 가로막고 있던 차량을 빈 공간으로 옮긴 뒤 안쪽 차량을 빼냈다. 차량을 옮기던 도중 사람이 갑자기 로봇 앞으로 들어서자 즉시 멈춰 섰다. 사람이 자리를 벗어나자 다시 주변을 인식한 뒤 이동을 이어갔다.
행사에 참석한 주차시스템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1차 솔루션 공개 행사 때도 참석했는데, 당시에는 향후 지향점을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실제 구현된 솔루션을 보면서 더 실감이 났다"고 전했다. 현장을 찾은 한 건설사업관리(CM) 업계 관계자 역시 "주차로봇은 앞으로 건축 분야에서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현대위아는 주차로봇과 리프트를 연동해 주차빌딩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차량을 건물 입구에 맡기면 주차로봇이 차량을 리프트에 싣고 층간 이동과 주차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현재 건설사와 관련 PoC를 준비 중이며 국내 리프트 업체들과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운전자가 직접 협소한 주차빌딩 내부로 차량을 몰고 들어갈 필요가 없어 기존 기계식 주차의 불편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현대위아는 주차로봇 등이 포함된 모빌리티솔루션 매출을 2028년 400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25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2년 내 60%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백 상무는 "집에서 내가 간다고 누르면 엘리베이터가 자동으로 오듯, 주차로봇도 차를 갖고 와서 미리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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