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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人 빠져도 버티는 코스피…퇴직연금 ETF가 안전망
이소영 기자
2026-08-25 07:40:00
② 2분기 퇴직연금 적립금 554조 DC형·IRP에 각 20조 유입돼 수급 체질개선…중장기 투자 성격 노후자금
이 기사는 2026-08-24 06:40:00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상반기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4월 9일 2293.70 포인트에서 출발한 지수는 올해 6월 19일 장중 9,385.59 포인트까지 오르면서 4.09배, 309% 상승했다. 하지만 코스피 1만의 문턱에서 고꾸라진 지수는 7월 한 달 새 5500선까지 밀렸고 변동성 지수는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섰다. 급락했던 시장은 7000선을 회복했지만 그 사이 두 가지가 확인됐다. 레버리지 투기수요와 외국인, 기관의 수급은 1만에 오히려 방해가 되고, 그 사이 흔들리지 않은 것은 기업 이익이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질문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다시 고지를 노려볼 것이냐에 집중된다. 퇴직연금이 바꿔놓은 수급 지형, 반도체 이익 사이클, 글로벌 자본의 달라진 시선, 자본시장 체질개선, 정책자금의 유입까지 코스피 1만을 향한 긍정적인 요소들은 충분하다. 대한민국 증시가 선진 시장의 증표로 받아들일 1만피의 조건을 점검한다.

(출처=네이버페이증권)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코스피가 지난 7월 외국인이 매도로 일관한 구간에서도 5000~6000선을 버텨낸 배경으로 상장지수펀드(ETF)로 유입된 퇴직연금 자금이 지목된다. 개인의 직접 매수뿐 아니라 퇴직연금 적립금이 실적배당형으로 이동하면서 ETF 시장에 자금이 구조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단기 유행에 따라 움직이는 자금과 달리 국민의 노후 연금은 상대적으로 중장기 투자 성격으로 단기에 시장을 이탈할 가능성이 낮아 국내 증시의 수급 체질 자체가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 18일부터 7월 31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33조원을 순매도했다. 7월 조정 국면의 낙폭을 키운 매도 물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수는 6000선에서 하방 지지력을 유지하며 최근 6000선 후반에서 등락하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 이탈을 국내 자금이 받아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최근 코스피가 6000선을 방어하고 있는 동력으로 국내 ETF 시장의 성장이 꼽힌다. ETF 시장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면서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을 길어오는 새로운 수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ETF 시장의 규모는 실제로 매우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ETF 순자산총액은 462조2237억원으로, 1년 전 228조5738억원 대비 두 배 이상인 102.2% 늘어났다. 코스피 1만 재도전의 핵심 축을 맡고 있는 셈이다.


업계는 ETF 시장의 외형적 성장뿐 아니라 유입되는 자금의 성격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퇴직연금 자금이 ETF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단기 투자자금 중심이었던 시장에 장기성 자금이 단단한 저변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징적 수치 달성을 넘어 국내 증시의 장기 안전판 역할을 수행할 주축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2분기 퇴직연금 적립금은 553조9000억원으로 1분기 보다 45조1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을 중심으로 적립금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확정급여형(DB형) 적립금은 224조2000억원으로 전분기 보다 2조4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하지만 DC형은 20조1000억원, IRP는 22조6000억원 증가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특히 2분기 적립금 증가분이 DB형 보다 DC형·IRP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개인의 ETF 투자 확대가 주된 변화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고용노동부)


적립금 증가와 함께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 확대도 눈에 띈다. 지난 2023년 18.3% 수준이던 실적배당형 비중은 2024년 27.9%로 상승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9.6%까지 높아졌다. 실적배당형은 주식·채권·펀드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투자상품이다.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이 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같은 구조적 변화의 배경에는 지난 2022년 도입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도입이 영향을 미쳤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진 포트폴리오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는 제도다. 그간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머물던 자금이 투자상품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면서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자금 유입을 가속화했다.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높아지면서 ETF를 비롯한 위험자산으로 유입될 수 있는 장기성 자금의 기반도 커지고 있다. 단기적인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개인 투자자나 외국인 자금과 달리, 퇴직연금은 꾸준한 적립과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국내 증시의 수급 안정성을 높이는 주춧돌 역할을 할 수 있다. 핵심 수급 주체로 떠오른 퇴직연금이 외국인 변동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코스피의 하방을 단단히 지지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금 자금의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장기성 자금의 유입이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특정 ETF나 업종으로 자금이 과도하게 몰릴 경우 오히려 해당 자산의 가격 변동성을 확대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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