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NH농협금융지주의 ESG경영은 금융상품 공급 규모보다 '수익의 도착점'에서 차별성이 드러난다. 금융 계열사가 벌어들인 이익 일부가 농협중앙회를 거쳐 농업인과 농촌을 지원하는 재원으로 활용되는 구조가 농협금융만의 특징이다. 주요 금융지주가 친환경 투자와 포용금융을 확대하며 ESG를 본업에 접목하고 있다면 농협금융은 금융 수익을 다시 농업·농촌으로 연결하는 순환 구조를 갖춘 셈이다.
17일 농협금융이 발간한 '2025 ESG경영보고서'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지난해 농협중앙회에 역대 최대인 6503억원의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를 출연했다. 2022년 4503억원과 비교하면 3년 만에 2000억원, 44%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농협중앙회에 지급하는 배당액도 7600억원으로 집계됐다.
농업지원사업비는 일반적인 사회공헌 기부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농축협 발전과 농업인 복지 향상을 위한 교육지원사업 재원으로 쓰이며 농기계 지원, 후계농업인 육성, 농축협의 금융·정보기술 시스템 개선 등에 투입되는 방식이다. 농협금융이 금융 부문의 수익 창출을 담당하고, 그 과정에서 마련된 재원의 일부가 중앙회와 농축협을 통해 농업 현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 같은 수익 환원 체계의 배경에는 농협금융 특유의 소유구조가 자리한다. 농협금융지주는 농축협의 출자로 조성된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지역 농축협과 조합원이 그룹 자본 형성의 기반인 동시에 금융 부문에서 창출된 수익의 최종 수혜자가 되는 셈이다.
4대 금융지주가 주주환원과 별도의 사회공헌 사업을 통해 ESG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면 농협금융은 이와 별개로 그룹의 소유·지배구조 자체에 농업·농촌으로 수익을 연결하는 것이다. 농업지원사업비 역시 그 자체를 ESG 활동으로 규정하기보다 농협 고유의 수익 환원 체계가 ESG의 사회적 가치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농협금융은 이러한 역할을 '농업·농촌을 위한 수익센터'로 규정하고 있다.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 계열사가 수익을 창출하면 배당과 농업지원사업비 등을 통해 중앙회로 재원이 전달되고, 중앙회와 농축협은 이를 농업인 저리대출과 지역농업 발전, 농촌 복지사업 등에 활용한다. ESG 활동의 성과가 수혜 대상에게 전달되는 경로가 조직 구조상 명확하다는 점이 농협금융의 가장 뚜렷한 특징이다.
수익을 창출한 뒤 농업·농촌으로 돌려주는 것뿐 아니라 금융을 공급하는 단계에서도 농협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농업정책자금대출이 대표적이다. 농협은행의 지난해 말 농업정책자금 대출 잔액은 26조3426억원으로 전년 대비 6551억원 증가했다. 농기계 리스 상품, 스마트팜 특화 여신 상품 등 일반 금융보다 낮은 금리와 장기 상환 조건을 적용해 담보력이 부족한 농업인의 자금 접근성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농식품기업에 대한 금융 공급도 농협금융의 특성을 보여주는 영역이다. 농협은행의 농식품기업 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29조84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668억원 늘었다. 농식품기업의 기술력과 성장성을 평가하는 'NH농식품기업우대론' 잔액은 2조2140억원, 우수한 ESG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NH농식품그린성장론' 잔액은 6조545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NH농식품그린성장론은 일반 기업 중심의 ESG 평가 기준을 농식품기업의 특성에 맞춰 적용한 상품이다. 친환경 농축산물과 신재생에너지 활용, 사회적기업 인증 등을 평가해 대출 금리와 한도를 달리한다. 녹색금융의 적용 범위를 대기업이나 대규모 전환 프로젝트에 한정하지 않고 농가와 농식품기업의 영업 여건에 맞춰 적절하게 설계한 사례다.
ESG 금융의 전체 외형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녹색금융 실적은 18조3000억원, 사회적금융은 57조8000억원이다. 2030년 목표액은 각각 30조원과 90조원으로 녹색금융은 목표의 61%, 사회적금융은 64.2% 수준까지 올라섰다.
과제도 남아 있다. 농업지원사업비와 정책금융, 농식품기업 여신 등 지원 규모는 공개되고 있지만 개별 사업이 농가소득과 생산성, 금융비용 절감이나 탄소배출 감축 등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를 보여주는 정량적인 성과지표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세부 사업별 자금 배분 규모와 농업인의 이자 부담·생산비 절감 효과 등을 현재 보고서에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개선할 부분이다.
농협금융은 금융에서 창출된 수익이 농업·농촌으로 다시 이어지는 경로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다른 금융지주와 차별화된다. 이 때문에 향후 평가는 이 구조가 농업인의 실질적인 소득과 경영 안정으로 이어졌는지에서 갈릴 전망이다. 농협금융이 그룹의 정체성을 ESG 성과로 입증하려면 지원 규모보다 농업 현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구체적 지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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