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스마트워치용 마이크로LED 파일럿 설비를 구축하며 사업화 가능성을 다시 타진하고 있다. 다만 한때 최대 잠재 고객이었던 애플이 관련 프로젝트를 중단한 데다 계열사인 삼성전자도 안정적인 수요처로만 보기 어려워 양산 투자의 성패는 외부 고객 확보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BOE와 LG디스플레이 등 외부 패널업체와 거래하는 ‘각자도생’ 구조가 자리 잡은 만큼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계열사 물량만을 전제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마트워치를 넘어 스마트글래스 등으로 마이크로LED의 용처를 넓힐 수 있을지도 향후 사업화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 A2 캠퍼스에 스마트워치용 마이크로LED 파일럿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마이크로LED 소자를 기판에 옮기는 전사 공정을 비롯해 본딩과 검사, 리페어 등 주요 공정을 검증하기 위한 설비다. 본격적인 양산라인을 구축하기에 앞서 생산성과 수율 등을 확인하는 단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관련 기술 개발도 이어왔다. 지난해 열린 ‘K-Display 2025’에서는 최대 밝기 6000니트 수준의 스마트워치용 마이크로LED 제품을 선보였다. OLED보다 높은 밝기와 내구성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이크로LED의 강점으로 꼽힌다.
문제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과 이를 사업으로 만드는 것은 별개라는 점이다. 디스플레이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인 만큼 생산기술을 확보하더라도 이를 받아줄 고객과 물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양산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
당초 가장 유력한 고객으로 꼽혔던 곳은 애플이었다. 애플은 애플워치를 시작으로 자사 제품에 마이크로LED를 적용하기 위해 관련 기술을 오랜 기간 검토했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 임원급 한 명을 포함해 영입해 마이크로LED의 기술성과 사업성을 검토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해당 인사는 마이크로LED 사업화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애플은 저전력과 시인성, 내구성 등을 고려해 OLED와 마이크로LED를 함께 검토하고 있었다”며 “마이크로LED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디스플레이 업체에 개발을 의뢰했고 관련 전문가들도 영입해 기술성을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애플은 결국 2024년 애플워치에 적용하려던 마이크로LED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높은 개발비와 복잡한 제조공정 등이 사업화를 가로막은 요인으로 거론됐다. 애플의 핵심 협력사로 알려졌던 ams OSRAM 역시 2024년 2월 마이크로LED 전략의 기반이던 핵심 프로젝트가 취소됐다고 밝히고 관련 전략을 재검토했다.
애플의 이탈은 삼성디스플레이의 투자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막대한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고객이 사라지면서 마이크로LED를 본격적으로 양산할 유인도 함께 약해졌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포기하는 바람에 삼성디스플레이도 관련 개발을 홀딩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포기한 것은 아니고 개발 조직은 계속 가져가는 형태였다”고 말했다.
최근 다시 마이크로LED가 주목받는 것은 실제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상용화 사례가 등장하면서다. 대만 AUO는 지난해 가민과 손잡고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워치를 상용화했다. 시장 규모는 제한적이지만 출시 당시 2000달러에 육박하는 초고가 스마트워치에서 마이크로LED가 실제 제품으로 구현되면서 상용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스마트워치용 파일럿 설비를 구축하는 것도 이 같은 시장 변화를 지켜보면서 실제 사업성을 확인하기 위한 성격이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제품을 구현하는 것과 일정한 품질과 가격으로 제품을 반복 생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작은 화면에 LED 소자를 고밀도로 배치해야 하는 만큼 소형화와 전사, 본딩, 리페어 등 공정 전반에서 수율을 확보해야 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LED를 스마트워치에 들어갈 정도로 소형화해 실제 양산할 수 있느냐부터 봐야 한다”며 “시제품을 만드는 것과 사업성이 나오는 수준으로 생산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문제를 넘더라도 고객 확보라는 또 다른 벽이 남는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처는 갤럭시워치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지만 계열사 물량만을 전제로 신규 생산라인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최근 디스플레이 구매와 투자에서는 각자의 사업성을 우선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패널 구매와 판매에서 계열 관계에 얽매이기보다 각자의 사업성을 우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외에도 LG디스플레이와 OLED TV 패널 공급 관계를 맺었고 BOE·CSOT·AUO 등 해외 업체에서도 패널을 조달해 왔다. 반대로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삼성전자뿐 아니라 글로벌 세트업체로 고객사를 넓히고 있다. 최근 QD-OLED 모니터에서도 10개 이상의 글로벌 브랜드와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삼성디스플레이가 마이크로LED 양산에 나서더라도 삼성전자의 갤럭시워치 채택만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역시 가격과 성능에 따라 외부 패널을 선택할 수 있고 삼성디스플레이도 투자비를 회수하려면 삼성전자 밖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BOE나 LG디스플레이 등 여러 업체와 협력하는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 워치 물량만 믿고 마이크로LED 양산 투자를 할 수 있겠느냐”며 “결국 삼성전자 외에도 물량을 받아줄 고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워치가 마이크로LED의 최종 목적지가 아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스마트워치보다 스마트글래스 등 XR 기기가 마이크로LED의 특성을 살리기에 유리한 시장이 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스마트워치는 제한된 화면 크기에도 높은 해상도를 구현해야 하지만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에는 한계가 있어 마이크로LED의 높은 제조원가를 상쇄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반면 스마트글래스는 눈앞의 작은 디스플레이에서 높은 밝기를 구현해야 한다. 외부 빛이 강한 환경에서도 화면을 보여줘야 하는 만큼 작은 면적에서 높은 휘도를 낼 수 있는 마이크로LED의 특성을 활용할 여지가 있다. 스마트워치보다 디스플레이 면적은 작으면서도 제품에서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기술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스마트글래스용 마이크로LED 양산 계획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XR 시장에서 실리콘 웨이퍼 위에 OLED를 구현하는 OLEDoS 기술도 함께 개발하고 있어 향후 고객사의 요구와 제품 특성에 따라 적용 기술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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