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략을 놓고 서로 다른 길을 걸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퀀텀닷(QD) TV의 뒤를 이을 초프리미엄 제품으로 마이크로LED를 밀었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모바일 OLED와 QD-OLED에 역량을 집중했다.
같은 삼성 계열사지만 TV 세트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삼성전자와 패널 사업을 키워야 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마이크로LED 개발 과정에서도 계열사 간 협업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노선은 2010년대 중후반을 거치며 본격적으로 갈라졌다. 삼성전자는 LCD TV의 화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백라이트유닛(BLU)과 로컬 디밍 기술을 고도화해 왔다. 이후 퀀텀닷 시트를 활용해 색 재현력을 높인 QD TV를 선보이며 프리미엄 TV 시장을 공략했다.
당시 QD TV는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가 주도한 제품이었다. 디스플레이 패널 자체는 삼성디스플레이 등 패널업체에서 조달하더라도 백라이트와 구동 방식, 세트 설계는 삼성전자가 직접 개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QD TV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인 자발광 디스플레이에서도 주도권을 쥐려 했다.
업계 관계자는 “LCD 시절에는 TFT와 액정, 컬러필터를 결합한 패널을 디스플레이 회사가 만들고 백라이트유닛과 케이싱, 인터페이스는 전자회사에서도 할 수 있었다”며 “삼성전자가 QD TV를 직접 개발하면서 TV 화질 경쟁력을 주도해 왔고 이후에도 마이크로LED로 계속 가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QD TV의 성공은 삼성전자가 다음 차세대 TV 기술을 직접 선택하는 배경이 됐다. 당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QD TV보다 한 단계 높은 초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해 마이크로LED를 차세대 기술로 가져가는 방향을 잡았다.
마이크로LED는 초소형 LED 소자가 각각 빛을 내는 자발광 방식으로 높은 밝기와 내구성 등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후보로 주목받았다. 당시 VD사업부에서 TV 사업을 이끌었던 인물은 고(故)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QD TV를 성공시킨 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LED 기술을 계속 가져가겠다는 자신감이 강했다”며 “그 다음 단계로 마이크로LED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우선순위는 달랐다. 당시 회사는 스마트폰에 공급되는 중소형 OLED 확대에 집중하고 있었다. 대형에서는 LCD 생산라인 가동이 중요했던 시기였다. 이런 가운데 LG디스플레이가 백색 OLED 소자와 컬러필터를 결합한 WOLED 방식으로 OLED TV 투자를 확대하자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차세대 TV 기술을 둘러싼 고민이 커졌다.
삼성전자는 QD TV를 프리미엄 제품으로 유지하면서 그보다 높은 초프리미엄 시장은 마이크로LED로 대응한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와 같은 WOLED 방식을 뒤따르기보다 퀀텀닷을 활용한 QD-OLED를 선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LG의 OLED TV에 대응해 QD TV를 프리미엄 제품으로 가져가고 그 위 제품은 마이크로LED로 가겠다는 방향을 정했다”며 “삼성디스플레이는 WOLED를 따라가기에는 시기가 늦었다고 보고 QD-OLED를 추진하면서 양측의 사업 방향이 서로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 개발을 위해 외부 전문가도 영입했다. 2018년 디스플레이 재료 분야 권위자인 이창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부사장으로 영입해 개발 역량을 강화했다. 여기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 등 외부 전문인력도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표면적으로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모두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투자했지만 목표 시장과 기술 선택은 달랐다. 삼성전자는 완제품인 TV를 차별화해야 했다. OLED TV 시장을 선점한 LG전자와 경쟁하려면 기존 LCD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이 필요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패널 양산성과 투자비 회수를 먼저 따져야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갤럭시용 중소형 OLED와 대형 QD-OLED를 주력 제품으로 삼아 역량을 집중했고 TV용 마이크로LED는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양산성 문제도 있다. 마이크로LED는 수율이 안정화되지 않은 데다 TV 시장 규모 자체도 불확실해 패널 회사로서 공격적으로 투자할 유인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소형 OLED를 확대하고 대형에서는 QD-OLED를 준비하는 상황이었다”며 “삼성전자는 마이크로LED를 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 강해 서로 의견이 많이 갈렸다”고 말했다.
문제는 마이크로LED 개발 과정에서 불거졌다. 마이크로LED TV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LED 소자를 각각 구동할 TFT 백플레인이 필요하다. 일반 OLED용 TFT에 LED 칩을 단순히 결합하는 것만으로는 전류·전압 특성이 달라 제대로 구동하기 어려워 마이크로LED에 맞는 별도의 TFT 기술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TV 세트와 마이크로LED 칩을 결합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지만 TFT 백플레인은 패널업체의 협력이 필요한 영역이었다.
그러나 당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TFT 백플레인을 놓고 긴밀하게 협력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와 QD-OLED에 연구개발 및 투자 역량을 집중했고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마이크로LED TV를 위해 별도의 TFT 기술과 생산 기반을 제공하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결국 그룹 밖에서 협력사를 찾았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TFT 백플레인 확보를 위해 중국 BOE와 대만 AUO 등을 검토했고 최종적으로 AUO와 관련 개발 협업을 진행했다. AUO 역시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및 중국 업체들과 직접 경쟁하기보다 기존 LCD 생산기반을 활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LED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검토하고 있어 양사의 이해관계 맞아떨어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시기의 불협화음이 이후 삼성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략을 갈라놓은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계열사 간 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삼성전자는 해외 패널업체와 마이크로LED 개발을 이어갔고 삼성디스플레이는 모바일 OLED와 QD-OLED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주도하던 마이크로LED 사업이 실패하자 이후 삼성디스플레이로 일부 이전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돼 있던 기술을 두고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출구전략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마이크로LED 관련 기술이 삼성디스플레이로 넘어가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LCD를 접고 대형 OLED로 가는 과정에서 OLED 방식 중 퀀텀닷을 접목한 QD-OLED가 화질 면에서 더 우수하다고 판단해 개발한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마이크로LED와 대척점에 있거나 경쟁 구도로 볼 사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마이크로LED는 기존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활용하기 어려운 기술이라 삼성디스플레이가 직접 개발하지 않고 있다”며 “TV용 마이크로LED는 삼성전자가 별도 LED 업체들과 직접 진행하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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