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기간 설정

주가 누르기에 가슴앓이 주주들
장소영 기자
2026-08-26 08:25:00
대주주 상속·증여 앞두고 세금 줄이기…낮은 주가 절세효과 없애야
이 기사는 2026-08-25 08:39:58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소영b.jpg

[딜사이트 장소영 기자] “주가 누르기 막아주세요.”


10여 건의 제보 메일이 쏟아졌다. '주가 누르기' 기업들에 관한 기사를 쓴 후에 일어났던 일이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주주들에게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진다. 회사를 믿고 장기 투자해 온 투자자들은 떨어지는 주가를 보며 날마다 가슴앓이 중이다.


투자자가 주식을 사는 이유는 단순하다. 주가가 오를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실적과 업황 개선에도 주가가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자연스레 이런 의문이 든다. 누군가 일부러 주가를 누르고 있는 건 아닐까?


주가 누르기는 상장사의 대주주가 상속이나 증여를 앞두고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행위를 말한다. 상속·증여세는 평가 기준일 전후로 각 2개월 평균 주가로 매겨져 이 기간에 의도적으로 주가 상승을 막으면 대주주는 상속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조정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사례가 존재한다. 코스닥 상장사인 인탑스는 지난해 10월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130억원 규모 교환사채(EB)를 발행하면서 주가가 교환가액의 130%를 넘을 경우 회사가 되가져갈 수 있는 콜옵션을 달았다. 이후 7개월간 공매도 과열종목에 4차례 지정됐고, 그사이 창업주 2세는 가족회사를 통해 지분을 사들였다. 회사는 미래 자금 확보 목적이라고 해명했지만 현재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돼 금융당국의 점검을 받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인 명인제약도 주가 하락 구간을 활용해 창업주 일가가 지분 증여를 단행해 논란이 일었다. 명인제약 창업주인 이행명 회장은 지난 5월 보유 주식 가운데 96만주를 두 딸에게 증여했다. 당시 주가가 상장 이후 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낮아진 상태였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오너 일가가 증여세를 아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인 투자자로서는 그런 의혹이 생겨도 직접 나서서 해결할 수 없다. 투자자 피해가 누적돼도 이를 해결해 줄 구제책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가 주가 부양을 위한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아 그저 승계를 위해 누른다는 의혹만 듭니다.”, “순자산가치 대비 지나치게 낮은 주가가 지속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은 저마다 피해를 호소하지만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결국 언론에 호소하는 수밖에 없고, 메일이 쌓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명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다. 정부는 최근 6년동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업종별 하위 10~25%에 해당하는 기업을 '주가 누르기' 기업으로 규정한다. 주가 누르기가 의심될 경우 현행 상속 평가액의 1.3배 또는 최근 6개월~6년 6개월의 기간별 평균 주가 중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과세 기준으로 정한다. 또한 해당 법에 저촉되는 경우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게 된다.


그러나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정부안에 따르면 저PBR 기업을 골라낼 때 기업은 13개 반기로만 평가받는다. 이 중 두차례만 저PBR 기준에서 벗어나면 해당 기업은 저PBR 추정 요건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적용 대상도 총 100~120곳으로 줄어들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낮은 주가가 대주주의 절세로 이어지는 유인 자체를 바로잡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기업의 주요 경영 판단에 대한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기준 정립에 더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책은 있다. 대주주가 주가를 눌러도 세금이 안 줄어들고, 현금과 유효 자산이 늘어날수록 세금이 늘어나야 한다. 해당 조건을 만족하는 방안이 마련될 때 기업이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주가 누르기로 인해 억울한 주주 피해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