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코스피 8000 시대를 맞았지만 떨치지 못한 구태가 남아있다. 대표적인 것이 경영진의 사익 편취와 편법 승계를 위해 주가상승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 의혹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해당 행태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소액주주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시장이 정화될 때까지 시리즈로 고발한다. 자본시장의 질서를 교란하는 명백한 시장 범죄에 대해서는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딜사이트 장소영 기자] 명인제약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한 주가누르기 사례인 인탑스 교환사채(EB)에 이어 순자산대비 시가총액이 0.8배 전후인 경우로 편법적 주식 상속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발의했는데 현재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조세소위에 계류 중이지만 곧 법제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기준은 현재 시장가격이 해당기업의 자산가치를 평행한 수준인 1배로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를 상정해 마련됐다. 일시적으로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이 자산가치를 못 담을 수는 있지만 이 상태가 인위적으로 지속되는 상태에서 관련 주식의 상속이나 증여가 이뤄졌을 경우 이는 대주주의 주가 누르기 고의를 미필적으로라도 단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명인제약은 현재 상장 상태에서 자본총계가 7944억7774만원으로 당일 기준 시가총액인 6644억원을 크게 웃돈다. 이 기준 PBR은 0.83배 수준인데 적법과 편법의 회색지대에서 오너일가가 상속증여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국회에 계류된 관련법이 시행될 경우 명인제약은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제약사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40년 간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10월 기업공개(IPO)를 통해 코스피 시장에 올라왔다. 상장 과정에서 2025년 반기 말 기준 보유현금이 2780억원에 달해 상장 필요성이 긴요하지 않고, 상속 증여를 위해 IPO를 편법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이행명 회장과 주관사인 KB증권이 관련 의지를 부인하면서 공모 상장이 이뤄졌다.
하지만 명인제약은 약속과 달리 상장 이후 주가 하락 구간을 활용해 이행명 회장 등 창업주 일가 지분 증여를 단행했다. 이 회사 주가는 상장 초인 지난해 10월 한 때 13만대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7개월 간 하락을 거듭해 지난 5월에는 4만원대 초반까지 3분의 1 토막이 났다.
소액주주들의 분노를 사는 것은 해당 시기에 이행명 회장이 자녀인 이선영씨와 이자영씨에게 각각 4.32%(63만주), 2.26%(33만주)의 지분을 증여한 사실이다. 4월 증여신고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오너 일가는 오히려 증여세를 아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주가 누르기 방지법 발의안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주주의 편법 전횡 등으로 인해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확산하자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8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인탑스 교환사채 발행 관련 언론보도를 공유하며 주가 조작 혐의를 고발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이제 주가 누르기 방지법 등 추가 제도 개혁이 뒷받침되면 (자본시장) 정상화 흐름도 더 크게 될 것 같다”며 상법 개정 후속 입법 1순위로 해당 법안을 언급했다.
명인제약은 재단을 활용한 지분 증여도 감행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행명 회장은 명인다문화장학재단에 명인제약 지분 0.68%를(10만주) 증여했는데 회장의 두 딸이 해당 재단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서다. 현재 이선영씨(12.05%)와 이자영씨(10.27%), 명인다문화장학재단(4.11%)를 포함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의 주식보유 비율은 73.46%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명인제약과 같은 사례가 사실 증여세 부담을 회피하는 전형적인 표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상장주식은 증여세 산정 시 증여일 전후로 각 2개월씩, 총 4개월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주가가 낮을수록 증여세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다.
반면 현행 세법에 따르면 비상장사는 순자산가치뿐만 아니라 수익가치까지 반영해 높은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명인제약의 경우 비상장 주식 평가로 할 경우 더 많은 증여세를 낼 수밖에 없었는데 이를 회피하려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양산하면서까지 상장과 주가누르기를 활용한 혐의가 분명하다는 비판이다.
IB 관계자는 “대주주는 비상장 상태에서 주식을 증여할 경우 상속세율이 높기 때문에 최대한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욕구가 높다”며 “상장 제도가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공생이 아니라 부유한 오너 일가의 조세회피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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