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1월부터 저PBR 기업 명단을 공개한다. PBR(Price 낮은 기업가치를 장기간 방치한 상장사에 압박을 가해 실질적인 밸류업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개선 노력을 입증하지 못한 기업에는 저PBR 주홍글씨가 새겨질 수 있어 상장사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상장 벤처캐피탈(VC) 역시 대표적인 저평가 업종으로 꼽힌다. 상장 VC의 PBR 현황과 저평가 배경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현호 기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운용자산(AUM) 기준 상위 5개 VC 가운데 유일한 상장사이지만 지난 7월 말에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배까지 내려가면서 업계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티넘은 대형 원펀드 전략으로 업계 탑티어 운용사로 발돋움하면서 역사적 엑시트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기업가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반기 말인 지난 6월 말 기준 PBR은 0.49배로 상장 VC 가운데 14위에 머물렀다. 회사가 보유한 순자산 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돼 있다는 의미다.
이 하우스는 과거 두나무에 투자하며 VC 업계의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웠다. 두나무에 약 60억원을 투자해 6000억원 이상을 회수하면서 100배 이상의 성과를 낸 것이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다시는 나오지 않을 투자로 평가하고 있다. 두나무 투자를 이끌었던 김제욱 부사장은 이 같은 투자 성과로 막대한 성과보수를 받았다. 그는 성과보수로만 2022년 279억원, 2023년 207억원, 2024년 74억원, 2025년 98억원을 수령했다. 에이티넘은 조합 규약상 성과보수 50%를 임직원에 배분하고 배분비율은 대표이사와 대표펀드매니저 협의에 따라 결정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기록적인 투자 성과가 상장사로서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두나무 회수를 통해 막대한 투자수익을 거두고 운용인력에게 상당한 성과보수가 지급됐지만 주식시장에서 에이티넘의 가치는 여전히 장부가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VC 특성상 개별 투자자산의 회수 성과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만큼 과거의 대규모 엑시트만으로 지속적인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할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시장의 눈높이를 높이기 위해서는 투자 성과를 꾸준한 이익과 주주환원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정부가 저평가 기업에 대한 조치를 강화하면서 VC들도 잇따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고 있다. 에이티넘 역시 지난 3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는데 시장이 기대하는 적극적인 밸류업 정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PB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고 자사주 매입·소각 등 추가적인 주주환원 방안도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하우스는 투자성과 제고와 안정적인 수익 기반 확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우량 투자자산 발굴과 포트폴리오 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투자회수와 재투자 전략도 균형 있게 추진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다만 이를 적극적인 밸류업 행보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금융위원회가 배당소득 과세특례 제도 시행을 안내하면서 고배당기업에 특례 요건 충족 사실을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통해 알리도록 한 데 따른 공시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실제 에이티넘은 지난해 이익배당금이 약 64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 증가했고 배당성향도 25.7%를 기록했다고 명시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번 공시를 두고 실질적인 저평가 해소를 겨냥한 밸류업 계획이라기보다 배당소득 과세특례 요건에 맞춘 것이라고 평가한다.
에이티넘은 현재 국내 VC 최초의 1조원 규모 펀드 조성을 준비 중이다. 다만 스타트업들이 펀딩 과정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제시하면서 고밸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대형 펀드의 운용 난도 역시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평가다. 투자 단계에서 높은 밸류를 인정할수록 향후 회수 과정에서 더 큰 기업가치 상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1조원 펀드가 에이티넘의 외형 성장을 넘어 새로운 투자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두나무에 버금가는 역사적인 회수 성과를 다시 만들어내는 동시에 현재의 기업가치 저평가 논란까지 극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