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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그래서 어디에 쓰나요
조은지 기자
2026-08-11 08:20:00
발행 주체 논쟁은 뜨거운데 사용처는 흐릿…'누가'보다 '왜'가 먼저
이 기사는 2026-08-10 11:45:08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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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그래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어디에 직접 쓸 수 있나?'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취재를 하다 보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다. 은행권과 핀테크, 가상자산 업계를 취재할수록 오히려 이 질문은 더 선명해졌다.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논의는 뜨겁다. 은행이 발행해야 하는지, 핀테크와 가상자산 사업자에도 문을 열어야 하는지부터 발행사의 자본금과 준비자산, 대주주 지분 규제까지 쟁점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 등을 이유로 우선 은행 중심 컨소시엄에 발행을 허용한 뒤 점차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업계에서는 은행 중심 구조가 혁신과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누가 발행권을 가져갈지를 두고 벌써 신경전이 치열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정작 그렇게 만든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어디에서, 왜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스테이블코인이 쓸모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블록체인 위에서 스마트계약과 결합하면 거래와 정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고, 복잡한 중개 과정을 줄여 국가 간 송금 비용과 시간을 낮출 수도 있다. 한국은행도 스마트계약을 활용한 지급혁신과 국가 간 지급 효율성 개선을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잠재력으로 꼽는다.


실험도 시작됐다. KB금융은 올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오프라인 결제와 자동 정산, 해외송금 기술검증(PoC)을 진행했다. 해외송금 과정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해 베트남 은행 계좌로 보내는 방식까지 시험했다.


여기까지 보면 무엇이든 가능해 보인다. 문제는 '할 수 있다'와 '써야 한다' 사이에 생각보다 큰 간극이 있다는 점이다.


기술적으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사실만으로 소비자가 기존 카드와 간편결제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선택할 이유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미 카드 한 장, 스마트폰 하나면 결제가 끝난다. 계좌에서 원화가 빠져나가는 데 불편함도 거의 없다. 이런 소비자에게 굳이 원화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꿔 써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해외송금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송금과 정산 과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실제 서비스가 되려면 환전과 외환 규제, 고객확인, 자금세탁방지, 현지 금융회사와의 연계라는 현실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기술검증에서 돈을 보내는 데 성공했다고 해서 곧바로 시장에서 더 싸고 빠른 송금 서비스가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답이 꼭 편의점 계산대에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취재할수록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쓰임새는 소비자의 지갑보다 금융회사와 기업의 거래 뒤편에서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 간 송금이나 토큰증권·가상자산 거래의 결제수단, 스마트계약을 활용한 조건부 지급, 기업 간 자동정산 등이 대표적이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든 기존 금융보다 잘하는 일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더 싸거나, 더 빠르거나, 기존 금융으로 하기 어려운 거래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굳이 원화를 블록체인 위로 옮겨야 할 이유가 생긴다.


그런데 지금의 논의는 순서가 뒤바뀐 듯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보다 누가 발행할 것인지를 놓고 논쟁이 앞선다. 은행과 비은행 가운데 누가 더 안전한지, 어느 업권에 어느 정도 지분을 허용할지가 중요한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발행사를 정하고 준비자산을 쌓는다고 사용자가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한 이유가 단순히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면 부족하다. 기존 금융보다 싸고 빠른 해외송금 수단인지, 토큰증권과 가상자산 시장의 결제수단인지, 기업 간 거래와 정산을 자동화하는 인프라인지부터 분명해져야 한다.


용도가 정해지면 규제의 모습도 달라진다. 소비자 결제에 쓴다면 지급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가 중요하고, 해외송금이라면 외환·자금세탁방지 규제가 핵심이다. 토큰화된 자산의 결제수단이라면 기존 자본시장 및 가상자산 인프라와 어떻게 연결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발행 주체를 누구로 할지도 그다음에 따져볼 문제다.


은행이냐 비은행이냐를 놓고 논쟁하는 동안 가장 단순한 질문이 뒤로 밀렸다. '그래서 이걸 왜 써야 하나.'


새로운 금융 인프라는 법으로 발행권을 준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기존 수단을 두고도 선택할 이유가 있어야 시장이 생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마찬가지다. 누가 만들지를 정하기 전에 어디에 왜 쓸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새로운 금융 인프라가 아니라 원화를 블록체인 위에 옮겨놓은 또 하나의 토큰에 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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