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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화 기다릴 틈 없다…금융권, 글로벌 결제망 선점 경쟁
한진리 기자
2026-07-07 07:00:00
은행·카드·빅테크사, 글로벌 코인 프로젝트 참여 확대…발행보다 네트워크 확보 주목
이 기사는 2026-07-06 06:00:00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국내 금융권의 스테이블코인 경쟁이 원화 발행 주체 논의를 넘어 글로벌 결제망 확보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한국과 유럽 은행권이 공동 추진하는 스테이블코인 협력 프로젝트 '판게아(Pangea)' 참여를 결정한 데 이어 달러 기반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에도 국내 금융사와 플랫폼 기업들이 잇달아 합류하면서다. 국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가 지연되는 사이 금융권은 향후 글로벌 송금·결제 인프라 주도권 확보를 위한 포석 마련에 나선 모습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iM·전북은행과 케이뱅크 등은 판게아 프로젝트 참여를 확정했다. 판게아는 한국과 유럽 은행권이 원화와 유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국경 간 송금과 정산 방식을 검증하는 협력 프로젝트다. 지난해 한국과 일본 금융기관이 참여한 스테이블코인 해외송금 기술검증 사업인 '팍스 프로젝트(Project Pax)'의 후속 성격으로 평가된다.


팍스 프로젝트가 한·일 간 송금 효율성 검증에 초점을 맞췄다면, 판게아는 원화와 유로화를 연결하는 다자간 정산 네트워크 가능성을 점검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특히 유럽은 세계 최초로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인 MiCA(Markets in Crypto-Assets)를 도입한 지역인 만큼 국내 은행권 입장에서도 제도권 스테이블코인 운영 경험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은행권이 판게아에 참여하는 것은 스테이블코인 논의의 무게중심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동안 국내 시장의 관심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발행할 것인지에 집중돼 있었다. 은행 컨소시엄 중심 발행과 핀테크·가상자산 업계 참여 확대를 놓고 논쟁이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발행 자체보다 스테이블코인이 어떤 결제망과 연결되고 어떤 방식으로 송금·정산되는지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사업은 네트워크 효과가 강한 산업으로 평가된다. 초기 단계에서 주요 송금·결제 인프라에 참여한 사업자가 사실상 시장 표준 형성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금융사들이 관련 법제화 이전부터 해외 프로젝트 참여에 적극 나서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판게아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해외송금과 외환 정산 영역을 겨냥한 실험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결제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유로화 기반 네트워크와 연결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구조다. 은행으로서는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수탁, 정산, 자금세탁방지(AML), 내부통제 체계를 미리 점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다만 은행권이 모두 같은 길을 택한 것은 아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팍스 프로젝트에는 참여했지만 이번 판게아 프로젝트에서는 빠졌다. 구체적인 불참 배경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하나은행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공동 프로젝트보다 개별 파트너십 중심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나은행은 최근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 지분 투자에 나선 데 이어 두나무와 외화송금 기술검증(PoC)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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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Chat GPT)

러 기반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 구축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오픈스탠다드는 지난달 30일 글로벌 자금 이동을 위한 스테이블코인 오픈USD(OUSD)를 발표했다. OUSD는 금융회사와 결제사업자, 플랫폼 기업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출시가 예정돼 있다.


국내에서는 신한금융지주를 비롯해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과 KB국민카드·삼성카드·현대카드·BC카드·NH농협카드·하나카드·우리카드 등 주요 카드사, 한화생명 등 보험사, 플랫폼 기업들이 참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두나무 등 비금융 기업까지 합류하면서 스테이블코인 경쟁이 금융권을 넘어 글로벌 결제·유통 생태계 경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경쟁이 더 이상 은행만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결제망을, 플랫폼 기업은 고객 접점을, 가상자산 사업자는 디지털자산 유통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스테이블코인이 실물경제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경우 각 참여 주체의 역할이 결합된 네트워크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현재 국내 금융사들은 원화 기반 생태계와 달러 기반 글로벌 네트워크를 동시에 들여다보고 있다. 판게아가 은행 중심의 국경 간 송금·정산 실증 프로젝트라면 OUSD는 금융회사와 빅테크, 디지털자산 사업자가 함께 참여하는 개방형 글로벌 네트워크에 가깝다. 성격은 다르지만 모두 향후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경쟁의 주도권 확보를 겨냥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늦어질수록 글로벌 달러 네트워크가 먼저 시장 표준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규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금융사들은 발행 경쟁뿐 아니라 글로벌 결제·정산 인프라 경쟁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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