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케이뱅크와 업비트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제휴가 오는 10월 만료를 앞두면서 차기 제휴를 둘러싼 은행권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케이뱅크는 2020년부터 업비트와 원화 입출금 계좌 제휴를 이어온 장기 파트너지만, 하나은행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4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향후 제휴 구도 변화 가능성도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업비트의 계좌 파트너가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으로 전환되거나, 복수 계좌 체제로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업비트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제휴 계약은 오는 10월 만료된다. 양사는 2020년 6월 실명계좌 제휴를 시작한 이후 업비트 원화마켓을 함께 운영해왔다. 업비트 이용자가 원화로 가상자산을 거래하려면 케이뱅크 입출금 계좌를 통해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구조다.
케이뱅크와 업비트의 관계는 단순 제휴 이상으로 평가돼 왔다. 양사는 인터넷전문은행과 가상자산 거래소가 각각 제도권 안착을 모색하던 시기부터 협력해온 만큼 신뢰 관계가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케이뱅크는 업비트 이용자 유입을 통해 고객 기반과 수신 규모를 빠르게 키우며 인터넷은행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케이뱅크 측은 향후 계좌 제휴 연장에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형 케이뱅크 최고전략책임자(CSO)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업비트와는 법인 거래와 스테이블코인 등 협력할 사안이 많아 앞으로도 계약 관계는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변수는 하나은행의 두나무 지분 투자다. 하나은행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주식 228만4000주를 약 1조33억원에 취득하며 지분 6.55%를 확보했다. 이번 투자로 하나은행은 두나무 4대 주주에 올라섰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투자가 디지털자산과 스테이블코인 사업 협력을 염두에 둔 전략적 투자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하나은행과 두나무의 이해관계가 강해진 만큼, 장기적으로 실명계좌 제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나은행이 두나무 주요 주주로 참여한 상황에서 업비트의 원화 입출금 계좌까지 확보한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나은행 측은 업비트와 계좌 제휴 가능성에 대해 속단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다만 기업금융과 외환 경쟁력이 강한 시중은행인 하나은행이 향후 법인 고객 확대나 디지털자산 사업 협력 측면에서 업비트의 새로운 파트너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케이뱅크로서는 업비트 제휴 유지가 중요한 과제다. 업비트 제휴는 케이뱅크의 고객 기반과 수신 규모 확대에 크게 기여해왔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케이뱅크의 업비트 예치금 규모는 5조1990억원으로, 전체 예수금의 18.4%를 차지한다. 업비트와의 단독 제휴가 종료되거나 경쟁 체제로 전환될 경우 예수금 감소는 물론 신규 고객 유입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변수는 현재 유지되고 있는 '1사 1거래소' 구조의 변화 여부다. 현재는 자금세탁방지(AML) 관리 효율성을 이유로 거래소별로 사실상 하나의 은행과만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연계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다만 향후 복수 은행과의 제휴가 허용될 경우 업비트가 케이뱅크와의 계약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은행 등을 추가 파트너로 확보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경우 하나은행뿐 아니라 KB국민은행도 잠재 경쟁자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은 빗썸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지만 계약 기간이 6개월로 단축되면서 올해 3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거래소와 은행 간 제휴 재편이 이뤄질 경우 KB국민은행 역시 업비트 제휴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1사 1거래소 구조는 장기적으로 보면 다소 부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당국이 이를 유지하는 명분은 자금세탁방지 관리 효율성인데, 시장 초기 단계에서는 설득력이 있었지만 가상자산 시장이 글로벌 경쟁 구도로 빠르게 확장되는 상황에서는 계속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는 은행권이 가장 선호하는 제휴 대상인 만큼 계좌 제휴를 둘러싼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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