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만으로는 더 이상 돈을 벌기 어려운 시대다. 기술이 돈을 버는 시대다. 국내 PG(전자지급결제대행)·VAN(부가통신)업계는 온라인 결제 시장 성숙과 수수료 경쟁 심화, 신규 사업자 진입으로 기존 사업만으로는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이에 AI, 데이터, API, 디지털자산, 해외 결제 등 기술을 앞세워 결제 중개업체에서 결제 인프라 기업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주요 PG·VAN사의 연구개발(R&D) 투자와 기술자산, 신사업 전략을 살펴보고, 기술 투자가 실제 사업모델 변화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로 이어지고 있는지 기업별 성과와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다날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목표로 기술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 이를 뒷받침할 만한 사업 성과는 뚜렷하지 않다. 휴대폰결제 시장 성장 둔화 속에서 스테이블코인 플랫폼과 글로벌 블록체인 네트워크 연계, 특허 확보 등에 잇달아 나서며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을 시도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결국 선행 투자가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기업가치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20일 PG·VAN업계에 따르면 다날의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은 45억1399만원으로 전년(61억4227만원)보다 26.5% 감소했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2.00%를 기록하며 국내 주요 PG·VAN 업체 가운데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R&D 비중이 유지된 것은 투자 확대뿐 아니라 매출 감소 영향도 함께 반영된 결과다. 연구개발 비중만으로 기술 경쟁력이 한층 강화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구축…선점 노리지만 사업화 ‘아직’
다날은 기존 휴대폰결제 사업의 성장 한계를 넘기 위해 차세대 결제 인프라 구축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핵심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통합 플랫폼 '이음(IEUM)'이다. 이 플랫폼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부터 유통, 결제, 소각까지 전 과정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향후 제도화가 이뤄질 경우 은행과 핀테크, 가맹점을 연결하는 결제 인프라 역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플랫폼 구축만으로 사업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아직 제도화가 진행 중인 단계로, 실제 서비스 출시는 법·제도 정비와 금융회사 참여 여부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을 먼저 확보했다고 해도 시장이 열리지 않으면 사업화 시점은 늦춰질 수밖에 없다.
기술 고도화도 병행하고 있다. 다날은 지난해 9월 글로벌 블록체인 상호운용성 플랫폼 '엑셀라(Axelar)'와 협력해 리플 네트워크(XRPL) 기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결제를 시연했다. 앞서 같은 해 7월에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20건을 한꺼번에 출원하며 제도화 이후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에도 나섰다.
이 역시 기술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시연과 지식재산권 확보는 향후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지만, 실제 매출 발생이나 서비스 확산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날이 수년간 기술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연구개발비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4년간 매년 50억~60억원 수준의 연구개발비를 꾸준히 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5억원으로 감소했지만 매출이 2609억원에서 2254억원으로 13% 넘게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투자 기조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 1분기에도 연구개발비는 13억50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8% 증가했고, 매출 대비 비중도 2.46%로 확대됐다.
문제는 투자 규모와 사업 성과가 아직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년간 연구개발과 플랫폼 구축을 이어왔지만 이를 설명할 만한 실적 개선은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기반 결제 서비스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대부분 선행 투자 성격이 강하다. 시장에서는 기술 축적보다 이를 실제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시점이 더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 투자는 유형·무형자산에도 반영됐다. 유형자산은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등 결제 인프라 투자에 따라 증감을 반복했으며, 올해 1분기 말 기준 9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0% 증가했다. 투자 확대 자체보다 눈여겨볼 부분은 무형자산이다. 개발 중인 기술이 실제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형태의 자산으로 축적되고 있는지가 향후 사업화 가능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 쌓였지만…실적 제자리
다날의 기술 투자는 연구개발비뿐 아니라 재무제표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특히 무형자산은 회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등 기술력이 실제 자산으로 축적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지표다.
실제 다날의 무형자산은 2021년 383억원에서 2023년 485억원까지 증가했다. 이후 2024년 445억원, 올해 1분기 393억원으로 감소했는데, 이는 개발이 완료된 프로젝트의 자산 구조 변화와 상각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2023년 건설 중인 자산으로 분류됐던 개발 프로젝트 상당수가 지난해 소프트웨어 자산으로 대체됐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통합 플랫폼 '이음(IEUM)' 개발 완료 시점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상당수 기술이 실제 서비스 가능한 형태로 전환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무형자산 증가 자체를 사업 성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회계상 개발비가 자산으로 인식됐더라도 실제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면 기대했던 수익 창출 효과 역시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 권리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다날은 국내외 특허 57건과 상표권 99건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대거 출원했고, 블록체인 결제와 디지털 자산 관련 특허 확보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특허와 상표권 역시 시장 경쟁력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기술의 가치는 보유 건수가 아니라 실제 서비스와 매출로 연결되는지 여부에 따라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실적은 기술 투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다날의 연결 기준 2025년 매출은 2254억원, 영업이익은 23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0%에 그쳤다. 커머스 부문이 4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다날에프엔비와 디지털콘텐츠 사업 적자가 이를 상당 부분 상쇄했다.
올해 들어서는 수익성 둔화가 더욱 뚜렷하다. 1분기 매출은 54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2억원으로 48.4% 급감했다. 매출 감소폭보다 영업이익 감소폭이 훨씬 컸다는 점은 기존 사업의 이익 창출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신사업 역시 아직 이를 보완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휴대폰결제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결제는 아직 초기 시장에 머물러 있다. 기존 사업은 성장성이 둔화되고, 신사업은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는 '과도기'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 같은 흐름은 다날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PG업계 전반이 결제 수수료 경쟁 심화와 시장 성숙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고, 스테이블코인은 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제도 정비와 생태계 구축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사업화 시점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다날 관계자는 "2026년 최대 화두인 AI와 가상자산, 스테이블코인 관련 혁신 서비스를 국내 시장 환경에 맞춰 출시할 계획"이라며 "시중은행과 공동 글로벌 송금 실증(PoC), 글로벌 AI 기업과 협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기술 자체보다 '수익화 시점'이다. 다날은 국내 PG업계에서 가장 먼저 원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구축에 나선 기업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플랫폼 구축과 특허 확보, 연구개발 투자만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시대는 지났다. 실제 결제 서비스와 B2B 솔루션, 글로벌 송금 등으로 연결돼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야만 선행 투자도 의미가 있다.
업계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본격화될 경우 다날이 확보한 기술과 인프라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반면 제도화가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시장 확대가 지연될 경우 선행 투자에 따른 비용 부담은 더 길어질 수 있다. 결국 시장이 평가할 것은 기술 선점이 아니라 수익화다. 다날이 증명해야 할 것도 플랫폼 구축이 아니라 '돈을 버는 기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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