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2025년 국내 기업공개(IPO) 주관 1위를 기록한 KB증권이 최근 중요 거래에서 연속해 소외되는 불운을 겪고 있다.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주관 역량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비이아이, 에어스메디컬, 캔랩 등 3개 기업이 주관사 선정을 위한 구술심사(PT)를 진행했지만 KB증권은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이아이와 캔랩 PT에는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이 참가했고, 에어스메디컬 PT에는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이 명단에 등재됐다. 이 중 비이아이와 캔랩은 최근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고, 에어스메디컬은 조만간 3개 후보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할 예정이다.
일주일에 걸쳐 연이어 진행된 경쟁에 상위권 하우스는 저마다 기회를 얻었지만, KB증권만은 초대장을 한 장도 받지 못했다. 비이아이와 캔랩 등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대형 하우스 입장에서는 재고 관리 상 거래를 스킵했다고 이유를 댈 수 있지만, 에어스메디컬은 그럴 명분이 없다. 조 단위로 거론되는 대어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투자자 관심이 뜨거운 랜드마크 거래라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확보해야 할 빅딜로 꼽히지만 KB증권은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KB증권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부각된 하우스로 꼽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리그테이블 상위권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만 해도 LG CNS를 비롯해 대한조선, 명인제약 등 빅딜을 성사시키며 공모금액 기준 1위를 기록했다. 특히 LG CNS 딜에서는 국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대표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최근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IPO 강자라는 명성에 흠집이 난 모습이다.
일단 최근 브랜드에 치명타를 입힌 거래는 스트라드비젼 상장이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KB증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모가는 희망밴드 최하단인 1만2000원으로 결정됐다.
게다가 회사는 상장 당일 시초가부터 공모가를 하회한 1만1020원으로 시가를 형성해 고평가 논란을 일으켰고, 개장 직후부터 급락해 하루 만에 7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공모가의 반토막이 난 주가는 공모주 투자자들의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주가는 이후에도 하락 곡선을 그리면서 투자자들의 마음을 쓰리게 하고 있다. 특히 630억원의 물량을 소화한 기관 투자가들은 탈출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스트라드비젼이 기록한 상장일 하한가는 올 들어 처음이다. 사실 스트라드비젼은 적자 기업인 데다 영업손실 규모도 지난 3년간 600억원 안팎을 보여 수익성 개선 흐름이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이런 기업을 무리하게 상장시키는 것도 모자라 비교기업군으로 현대오토에버와 슈어소프트테크 등을 들이댄 것은 사후적인 주가하락과 결부돼 주관 역량에 치명타를 입혔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상장 실패의 상처가 하나가 아니라는 데 있다. KB증권은 아이티켐의 거래중지에 따른 후폭풍에도 시달리고 있다. 아이티켐은 지난해 8월 상장했는데, KB증권이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상장 당시에는 무탈하게 진행됐으나 문제는 지난 4월 발생했다. 아이티켐이 상장 8개월 만에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것이다.
상장폐지 사유의 핵심은 재무 투명성이다. 감사를 맡은 우리회계법인은 투자와 공사대금 지급, 기타 자금거래의 적정성을 판단할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자금 흐름과 내부통제 체계 전반이 쟁점이 됐다.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상장 당시 심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KB증권의 책임론이 부상했다.
IPO는 기업 생애주기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로 여겨진다. 회사 입장에서는 주관사 선정에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IB 관계자는 “여러 선택지가 있는 발행사로서는 굳이 논란이 있는 하우스를 고를 이유가 없다”며 “시장에 퍼진 인식은 주관사 선정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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